2018년은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다양한 정책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해다.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로운넷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주요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 2019년 사회적경제 이슈를 분야별로 직, 간접 전망해봤다.
‘전북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혁신타운’을 군산에 추진하고 있다./사진출처=네이버 

 

세모(歲暮)에도 여전히 화두는 경제 위기와 일자리 문제다. 

1980~1990년대 고도성장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양극화의 심화를 감춘 저성장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동시에, 부동산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국민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극심한 정체는 성장 잠재력의 소진으로 이어졌고, 결국 재벌 중심의 성장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 없이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받은 지 오래다.

저성장 시대는 단순히 경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사회적인 위기를 동반한다.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 심화, 지역경제 위축, 공공서비스와 복지의 후퇴에 더하여 지방은 인구 절벽, 지방 소멸, 고령화 사회 등 업친데 덮친 격이다. 

170여 년 전 영국의 이야기다. 공장 굴뚝마다 피어오르는 잿빛 연기가 온 도시를 뿌옇게 채웠다. 제대로 호흡조차 할 수 없는, 이 죽음의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 갔던 사람들, 빈민들(the poor)이라는 신인류가 출현했다.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성실한 삶으로 채워갔으나, 비참한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농사짓던 땅을 하루아침에 양떼에게 빼앗긴 농민이었다. 빈민이란 가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지역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임금을 저축하고, 동료들과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자주?자립?자조의 경제를 구축해 나간 사회적경제의 선구자들인 것이다.

현대사회에 현대판 빈민(the poor)이, 역할을 잃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시 출현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1840년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서울 중심의 일극사회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방에게 더욱 혹독하다.

전북의 지역경제는 지역내총생산(GRDP)의 12.1%가 수도권으로 역외유출되고 있다. 자그마치 4조9천억 원에 달한다. 그 돈이 들어와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지역경제는 더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군산은 가장 심각하다. 작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올해 GM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결과다.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전북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의 사회적경제인들이 오랫동안 준비?계획해왔던 ‘전북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혁신타운’을 군산에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에 신협과 소비자생협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한 공간에 모여, 개별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연구?교육?지원?상품개발?금융 등을 진행하기 위해 집적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두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하고 있다. 내생적 지역경제 발전의 토양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현민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사회적경제는 역할을 잃은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여정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역할을 찾기 위해 벌이는 자유를 향한 운동이다. 자유란 본질적으로 무엇을 할 자유를 의미한다. 지역에서 직장에서 의견을 말하고, 경영에 참여 할 자유. 국가가 민주적으로 경영되어야 하듯이, 지역공동체에서 규범을 만들고 합의해 추진해나가야 한다. 역할을 되찾고, 자유를 위해 시민들이 함께 연대?협력하여 추진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경제민주화와 시민적 권리 회복, 공공서비스와 복지를 포함하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몫이라고 하지 않는가? 전북의 사회적경제는 새로운 희망의 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이제 곧 새해다. 2019년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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