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크리스마스 통오리오븐구이와 지도교수님
1.
“영학이 널 보면 정말 종교인 같아.”
“예? 선생님, 전 종교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물리적인 종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서 늘 뭔가를 갈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본다고 하셨다. 그랬던가?
대학원 시절, 가난과 싸우며 허겁지겁 수업을 쫓아다니는 꼴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2.
“사람이 제일 다이내믹할 때가 언제인줄 알아? 영학이가 잘 알겠다. 네 얘기니까.”
수업시간에 느닷없이 이런 질문도 하셨다.
난 얼떨결에 “좋아하는 일을 할 때”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정정해주셨다. “빼앗겼던 일을 다시 찾았을 때”
석사과정을 중퇴하고 2년을 떠돌다가 다시 석사과정에 재입학했기에 했던 말씀이셨으리라.
3.
불교인이자 시인이셨던 분. 선생님은 나보고 시인이 되라고 하셨다.
그래서 문학잡지에 추천도 하시고 당신 문집에 내 시 몇 편을 실어주기도 하셨다.
난 선생님의 바람과 달리 종교인도 시인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크리스마스만 되면 늘 선생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하늘나라에서나마 편히 쉬시기를.
4.
<통오리오븐구이>
곧 크리스마스다. 종교는 없지만 명절이면 늘 가족들을 위해 특별요리를 만드는데, 오븐이 있으면 통오리구이도 어렵지 않다. 늘 가족의 탄성을 자아내는 음식.
5.
<재료>
통오리 1마리, 오렌지 2개, 양파 2개(채소는 알아서 준비하면 된다.)
양념소스(간장 5T, 설탕 3T, 생강 2T, 올리브유 2T, 간마늘 3T, 굴소스 4T, 후추가루 약간)
6.
<조리법>
1. 통오리는 기름 부분을 제거하고 양념이 잘 배고 골고루 익도록 여기저기 칼집을 내준다.
2. 굴소스를 제외한 양념을 섞어 오리 속과 겉에 골고루 바른다.
3. 준비한 채소를 정리해 오리 뱃속에 넣어준다.
4.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0도로 한 시간 가량 굽는다.
5. 오리를 꺼내 다시 양념을 바르고, 이번에는 굴소스도 골고루 발라준 다음 40분 정도 더 굽는다.
6. 오리 껍질이 살짝 탈 정도로 구워야 속까지 알맞게 구워진다.
7. 오리를 그릇에 담은 뒤, 레몬이나 오렌지 즙을 뿌려주면 향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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