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은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 연일 치솟는 부동산, 돌봄의 사각지대 증가, 여성 및 환경 문제 등 곳곳에서 터지는 사회문제에 시름하는 한 해였다. 이러한 속에서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인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이 삶 속에서 겪는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경제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뽑은 2018년 서울 사회적경제의 주요 7개 이슈를 소개한다.

 

1. 더 강력해진 국제협력 ‘GSEF’ 

“자본주의가 시작된 유럽에서 개최한 첫 번째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이자, 한발 늦게 사회적경제를 시작한 아시아 국가들이 변화의 주역으로 성장했음을 확인한 장이었습니다.”  -로렌스곽 GSEF 사무국장

사회적경제 국제네트워킹 플랫폼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lobal Social Economy Forum, GSEF)’는 올해 출범 5년째를 맞으며 서울시 주도의 세계 최대 국제협의체로 성장했다. 현재 43개의 지방정부와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GSEF는 2014년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2016년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 이후 올해 10월 1~3일까지 스페인 빌바오에서 3차 총회를 가졌다. 뉴욕, 마드리드, 빌바오 등 전 세계 80여 개국 1,700여 명의 도시정부 대표와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사회적경제와 도시’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올해 10월 1~3일까지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3차 총회./사진제공=서울시 

총회에서는 99:1의 불평등사회 속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이고 인간 중심의 가치가 담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해법으로서 사회적경제가 강조되었다. 특히 지난 6년 간 사회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며 서울 경제에 안착 중인 서울의 사회적경제 성과도 소개됐다. 포럼 기간 서울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빌바오시와 ‘우호도시협정’을 맺고 도시재생, 대중교통, 시민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GSEF 참가 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둘러보고 온 결과를 국내에서 공유하며 유럽의 사회연대경제에서 무엇을 배우고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GSEF를 통해 사회적경제 간의 국제연대는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선 시민자산화 

“정주성이 낮은 서울에서는 공간을 통한 관계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마을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이제는 시민자산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박영민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이사장-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지역 땅값으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시름이 커진 한 해였다. 특히 마을기업들은 서울시가 2012년부터 시행한 임대보증금지원정책이 중단되면서 또 한 번 공간문제로 난항을 겪어야했다. 서울의 대표 마을기업이었던 작은나무협동조합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으로 공간을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설립한지 10년이 넘은 문턱없는세상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문턱없는밥집’도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최근 서교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전했다. 이에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공유공간을 확충하고 유휴공간을 사회적경제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빠른 속도로 오르는 임대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공간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포구 염리동의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이러한 어려움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직접 공간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자산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시민자산화는 지역 자산을 다수가 공동 소유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사회 전반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등 지역단체들이 함께 만든 '광진주민연대'가 건물을 구입해 공유 공간 ‘나눔’을 운영하며 관심을 받았다. 성북구의 '터무니있는집'은 시민이 최소 100만원부터 출자해 목돈 없는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내주었다. 임대료 상승으로 카페를 이전해야 했던 마포구 염리동의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도 지역의 다른 협동조합들과 함께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3. 자원순환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물질입니다. 편리하고 값싼 소재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바로 재활용 문제 때문입니다.”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기후변화,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 어느 해보다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구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한 해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정부는 8월부터 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나섰다. 사회적경제도 환경 및 자원순환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생협들은 물품 포장재가 재활용되지 않고 과도한 쓰레기를 만든다는 조합원들의 지적에 따라, 포장재 줄이기, 병 재사용 운동, 우유상자 재활용 등 생활실천운동에서부터 조합원 인식개선, 포장재 전면 개선, 정부 정책 개선 요구 등을 조합원들과 함께 실천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했다. 

서울의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입주해 있는 대표적인 공유공간들도 친환경 캠페인에 나섰다.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 0(zero)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난 11월에는 전기 없이 운영하는 ‘비전화카페’도 문을 열었다. 성수동 소셜벤처들의 집결지인 ‘카우앤독’, ‘헤이그라운드’ 등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일찍이 업사이클?리사이클 제품에 주목했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활동도 주목 받은 한 해였다. 더불어 도시재생, 기후변화, 동물복지 등 ‘공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친환경 배변봉투, 커피 찌꺼기로 만든 화분, 멸종동물을 알리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관련 행사도 늘어났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9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활용 소재 중개 공간을 열었다. 1세대 업사이클 사회적기업인 터치포굿이 함께 운영을 맡았다. 서울시(노원구) 사회적경제 예비특구 본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서 노원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은 ‘일상용품 자원순환체계 확립’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구사업 과제로 설정했으며,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는 서울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4. 서울 공정무역도시 선언 

“전 세계의 60% 인구가 아시아에 살고 있지만 공정무역 도시는 많지 않으니 서울이 아시아의 공정무역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  -이강백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상임이사-

올해 7월, 천만 인구 도시 서울시가 세계 최대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났다. 2012년 5월 12일 세계공정무역의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정무역도시, 서울’을 선언한 지 6년만이다. 서울시는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한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한 5가지 기준(▲공정무역 지원 조례 제정 ▲공정무역 운영 위원회 구성 ▲공정무역 제품 사용 확대▲ 공정무역 시민인식 제고 ▲공정무역 커뮤니티 확대)’을 모두 충족했다. 

지난해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날’ 한국 페스티벌./사진제공=한국공정무역협의회

서울시는 지난 6년 간 공정무역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11월에는 '서울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서울시의회 박양숙 의원이 발의해 통과시켰으며, 2013년 4월에는 공정무역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서울시공정무역도시운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13년 1월에는 시민들이 손쉽게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1층에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이 문을 열었다. 이 외에도 착한 발렌타인데이 캠페인, 공정무역 국제 심포지움, 공정무역 봄 강좌, 어린이도서관 공정무역 교실 등 공정무역 단체·동아리·활동가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캠페인 및 교육을 진행해왔다. 1년 중 가장 큰 공정무역 행사로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에 다양한 공정무역 단체들과 함께 진행되는 ‘세계 공정무역의날’ 한국 페스티벌은 서울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5. 사회적금융 활성화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조기금 조성과 같은 자립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 김정열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2018년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사회적금융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정부가 올 2월 사회적경제기업의 금융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관심은 더 커졌다. 여기에는 사회가치기금 설립 지원, 사회적금융중개기관 인증(Certification)제도 도입, 보증 지원, 투자펀드 확대 등의 계획이 담겼다. 4월에는 사회적금융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신협, 신용보증기금 등과 같은 금융 공공기관들의 지원도 본격화됐다. 특히 3000억 원 규모로 5년간 단계적으로 조성되는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최대 자금 자원이 될 사회가치연대기금 설치는 사회적금융 활성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었다. 

지난 7월 6일 진행된 ‘2018 GSEF 아시아 정책대화’에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사회주택, 에너지전환 등 사회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장기, 저리 융자 중심의 사회투자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조성돼 현재까지 331개 기업에 817억원 규모로 융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회투자기금만으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 수요와 사회적경제를 비롯한 제3섹터 종사자들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는 시민공제조합 설립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금융수요 및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칭)범제3섹터 서울시민공제조합’(이하 시민공제조합)을 준비 중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취약층(대리운전자, 프리랜서IT기술자, 방문교사 등)의 사회안전망 보완재 역할, 영세 공제조합 간 연계 협력을 통한 규모화, 공제사업의 다각화 등을 도모함으로써 민간 자조금융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11월부터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시민공제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6. 사회적경제로 푸는 공동주택(아파트) 문제 

“각자 살기 바빠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도시 아파트 삶의 특징인데,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주민들도 이웃과 함께할 때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P아파트 박연숙 임차인대표회의 감사-

 서울시 전체의 86.8%인 246만 세대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이러한 공동주택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문제(돌봄, 에너지, 쓰레기, 환경, 먹거리, 건강 등)를 제기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2018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사업’을 구상하고, 지난 8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량과 공동주택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지난 1일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P아파트에서 진행된 반려나무 나눔 입양 행사 현장.
/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참여 공동주택 단지 모집 후 지난 9월 1차 주민 워크숍을 통해 각 단지 내 공통적 생활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은 결과 아이 돌봄, 안심·건강 먹거리, 건강증진, 에너지 절감 등 문제점이 발굴됐다. 10월 2차 주민 워크숍에서 발굴된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참여 단지별로 전문 역량을 갖춘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프로젝트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총 9개 공동주택 단지의 참여가 확정됐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내년에는 사업 기간도 연장하고, 공고를 통해 참여하는 공동주택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범위도 늘려간다는 목표다. 

 

7. 안정된 돌봄의 대안 ‘지역돌봄’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면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돌봄 공간을 확장해 학교 안팎의 아이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갖기를 기대합니다.”  -조정옥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 사무국장-

그 어느 해보다 보육시설 비리가 이슈였던 한 해였다. 안전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커지면서 사회적경제가 주도하는 지역돌봄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부모의 책임으로만 방치됐던 아이 돌봄의 영역을 공동체,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센터는 ‘지역의제에 기반한 마을기업 신성장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돌봄의 새로운 모델인 마을학교를 지원한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금천, 관악, 광진, 성동구는 지역사회의 주요 의제인 ‘돌봄’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며 사회관계망을 구축한 대표 사례들이다. 4개 자치구는 공통으로 지난 2016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예비 특구를 거쳐 지난해 정식 특구로 지정돼 올해 3년 차 사업을 진행했다. 학생, 아이,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해 지역문제를 해결해왔다. 

부모와 교사가 육아의 주체가 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들도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며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돌봄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마을기업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을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지역의제에 기반한 마을기업 신성장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돌봄의 새로운 모델인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마을기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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