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다양한 정책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해다.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로운넷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주요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 2019년 사회적경제 이슈를 분야별로 직, 간접 전망해봤다.
내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들어설 '소셜벤처' 청년창업 지원 허브 조감도.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이 소셜벤처로 집중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2018년은 그 어느 해보다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한 해였다. 정부 지원, 투자 자금이 한번에 몰리면서 “소셜벤처에만 너무 지원이 쏠리는 건 아닌가”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1세대 소셜벤처 엑설러레이터기관인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이러한 시선을 일축한다.

“지난 9년 동안 소셜벤처 생태계는 늘 변방에만 있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쏠린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생태계가 축소되거나 대체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면서 그동안 비어있던 부분(소셜벤처)에 공급이 시작된 것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도 대표는 2019년을 진짜를 가리는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첫 해’로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은 경쟁력이 떨어져도 ‘좋은 일 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부 재원이 몰리는 만큼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셜벤처뿐 아니라 중간지원조직, 정부에게도 과제라는 의견이다. 

다음은 도 대표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사진제공=임팩트스퀘어

- 지난해 소셜벤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컸다.   

▶ 표면적으로 시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과제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전문 인력이 지원되고, 자금도 돌아가니 괜찮은 투자자도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아직은 초기지만 고무적이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벤처버블처럼 실력이 없어도 관심을 받고 투자를 받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2-3년 내 생태계 내에서 자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 소셜벤처에게 2019년은 어떤 해가 될 거라 전망하나. 

▶ 지난해 처음으로 ‘투자금’이라는 게 상당부분 풀렸다. 이렇게 많은 금액이 시장에 풀린 건 소셜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는 처음이다. 그동안은 경쟁력이 떨어져도 ‘좋은 일 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부 재원이 몰리는 만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측면도 평가받게 될 거다. 투자금이 풀린다는 건 투자자가 생기는 것이다. 투자자는 사회적 가치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측정하고 증명해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갈등도 생길 거다. 그런 측면에서 2019년을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첫 해’라 얘기하고 싶다.    

- ‘진검승부의 해’는 임팩트스퀘어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에도 적용되는 건가. 

▶ 물론이다. 소셜벤처 내에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그 기업을 누가 지원했는지 주목 받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중간조직은 물론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진짜’를 가리는 정화작용이 두드러지는 원년이 될 것이다.     

- 소셜벤처로 너무 투자가 몰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 국내 소셜벤처 역사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동안 늘 정부 지원의 변방에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 또한 전체 생태계에서 비어있는 부분에서 소셜벤처로 공급이 시작된 것이지, 소셜벤처가 기존 시장을 대체한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면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셜벤처로 넘어온 거다. 

최근 투자가 소셜벤처로 몰린다는 뉴스가 쏟아지면서 다른 기업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오해가 있다. 정부에서 갑자기 투자로만 국한해 정책을 쏟아내고 홍보를 하니 이런 오해나 박탈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성장을 기대하며 시장에 들어온다. 이러한 투자금을 소화할 수 있는 적합한 투자 대상으로 소셜벤처가 주목받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회적경제조직 중에서는 사업 및 조직 성격 상 이런 투자 방식이 적합하지 않은 기업들도 많다. 이는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가 투자 보다는 대출이나 지원금 방식 등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적합한 금융을 활용해야 한다. 

지난 11월 19일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제2회 서울숲 청년소셜벤처 EXPO’. 성동구 성수동은 소셜벤처 밸리로 불린다./사진제공=성동구

- 투자금이 시장에 풀린다지만, 아직 현장 체감도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 기본적으로 정부의 자금이 한국성장금융은 한국벤처투자를 통해서 유입된다. 해당 조직들이 임팩트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를 제공하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간지원조직도 약하고, 생태계 내 기업들도 투자에 적합한 준비가 부족하다. 모두가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시작은 했으니 잘해야 한다. 정부도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잘하는 곳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 소셜벤처가 국내에 태동한지 10년이 다 됐다. 공동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지 않나.  

▶ 지역 기반의 기존 사회적경제조직들과 소셜벤처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를 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없을까 고민하며 등장한 청년세대가 주를 이룬다. 시대적 어젠더나 집단적 의식 보다는 개개인의 꿈이 가치와 일치되었을 때 움직인다. 창업도 운동적 지향보다는 사업으로 사회변화에 기여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사회문제의 주요 해결방안으로 정부나 제도의 변화보다는 시장을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으로 보며, 시장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처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다 보니 공동협업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소셜벤처 생태계 내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벤처로 정부 재원이 집중되면서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이 많아졌지만, 전체를 대변하고 공통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계속 이렇게 정부에 끌려 다녀서는 생태계가 망가지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크레비스파트너스, SOPOONG,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4개 조직이 먼저 모여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올해 1월 소셜벤처의 협회격인 ‘임팩트 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이곳에서는 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과 생태계 구성원들의 복리후생(병원, 은행, 어린이집 등 운영 및 이용이 용이하도록)을 다룰 계획이다. 올 초부터는 회원사로 베어베터, 마리몬드, 위누, 카우앤독 등 8개 조직 대표들이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우선 참여하고, 자체 추천을 통해 올해 내 더 규모화 시킬 계획이다.   
 
- 앞으로 소셜벤처 내 중간지원기관에 대한 기대도 커지겠다.  

▶ 그렇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영역에서 외부 투자자나 후원자 없이 직접 성장한 중간지원 조직은 거의 없다. 소셜벤처 분야에서는 우리랑 크레비스파트너스가 그렇게 성장한 희소한 케이스이다. 우리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이 영역이 생태계 조직들을 키우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뜻있는 선배들이나 독지가들이 투자자나 후원자로 역할을 해주어서 몇몇 좋은 조직들이 있고 그래서 생태계가 이 정도라도 되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몇 년째 담당하고 있는 중간지원기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중간지원기관을 단기성과를 내는 통로로만 생각하지 지원해서 성장시킬 생각이 없다. 다들 한 해 사업 해내기 급급하니 이직률도 높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쪽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정부가 중간지원기관을 키우기 위해 나서야 한다. 

- 임팩트스퀘어도 몇 안 되는 소셜벤처 중간지원조직이다. 올해 방향은.

▶ 소셜벤처 엑셀러레이터 기관으로, 그동안 18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앞으로 엑셀러레이터로서 기능을  더 강화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올해는 국내 기업의 아시아 진출 계획을 돕는 역할도 계획 중이다.

-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 민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우선 정부에 바라는 건 개별 기업 지원보다는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지원에 집중했으면 한다. 사업 초기 1~2년 간은 실패해도 괜찮다. 그게 사회적으로도 이득이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기업은 직접 지원이 아니라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는 공공구매로의 연결이나 대출 방식의 지원, 자금 및 인재육성을 위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합하다. 더불어 중간지원조직의 성장을 돕고 이 분야에 대한 수준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생태계를 키우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단기 실적주의로는 생태계가 절대 커질 수 없다. 

민간의 경우 정부 지원이 기업 성장 과정의 도구가 되어야지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부 자정 능력 키우기 위한 노력도 민간 스스로의 과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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