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숙 노는엄마 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체험부스사진 최범준 청년기자)

“놀이는 사람과 떼 놓을 수 없어요.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라고, 놀고 싶은 충동이 인류 문명을 만들었거든요. 즐겁게 노는 게 인간이에요.” (오현숙 노는엄마협동조합 이사장, 이하 ‘노는엄마’)

노는엄마 오 이사장은 과거 대조동마을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놀이프로그램과 독서토론 활동을 운영했다. 스마트폰이 어느 샌가 아이들 모습을 바꾸었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었던 한명을 빼고는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게임을 하는 상황, ‘다른 거 하자’는 그의 말에 아이들은 ‘그럼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대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은평 평생학습관 동아리모임에서 ‘보드게임’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우연히 들은 ‘게임’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해소에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는엄마가 됐다.

‘놀이문화를 바꾸자’는 가치를 내걸고 제안한 공모사업에 당선됐다. 자격증 과정, 놀이문화 확산,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한 사업이었다. 공모사업을 통해 16명이 모였고, 전체 과정이 끝난 후 8명이 동아리를 만들어 모임을 지속했다. 동아리는 은평 평생학습관 방학프로그램에 참가했고, 같은 기간 참가했던 활동 중 최우수 동아리로 뽑혔다.

주변에서 더 적극적인 활동을 권유했다. 이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공모에 지원, 당선됐다. 동아리를 넘어 단체설립을 고민하는 시점이었다.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을 고민한 끝에 2016년 1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오 이사장을 포함한 다섯 조합원은 본격적으로 노는엄마들이 됐다.

노는엄마는 뉴 스포츠로 자리 잡은 컵 쌓기 활동 ‘스태킹 스포츠’와 ‘보드게임’을 활용해 놀이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스태킹스포츠는 전세계 45개국 이상이 즐기는 뉴스포츠로, 미국의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장려하며 주목을 받았다.

놀이가 곧 창의성, 스스로 만들고 즐길 때 미래인재로 자랄 수 있어

노는엄마는 놀이활동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만든다. 당장 협동조합 설립으로 주부였던 조합원들이 공식적인 경제활동인구로 거듭났다. 지금도 교육활동 진행 후 수료생들은 연구모임에 참여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협력강사로 함께 일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들이 진행해 온 활동이 퍼져나가 현재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활동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40분 수업에 10분 휴식은 아이들이 너무 힘들지 않나요? 40분 놀고 10분 수업하면 아이들이 집중을 정말 잘해요.”
 
그는 놀이와 공부는 단절되는 게 아니라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놀이가 곧 교육이라는 생각이다. 

놀이행사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노는엄마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보드페스타’, 스태킹스포츠와 실내스포츠로 구성한 ‘컵스컵스 운동회’ 등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놀이가 미래인재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잘 놀아야 공부할 마음도 생기고 창의력도 생길 수 있다”는 그는 “아이들은 놀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직접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가야한다”고 부연했다.
 
아직까지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기본 룰 안에서 즐기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변형을 요구한다. 새롭게 바라보고, 규칙을 바꿔 보면서 창의성을 키우도록 돕는다. 그는 아이들에게 변형과 창조를 독려하기 위해 노는엄마 스스로 보드게임도 만들었다. 은평구 문화, 지리, 인문 콘텐츠를 모아 만든 ‘은평파발 보드게임’이다. 1박 2일 워크숍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 놀이터를 스스로 만들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11월 16일 열린 은평혁신교육축제에서 노는엄마협동조합이 컵 스태킹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노는엄마)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앞으로도 다양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로 함께 하고파

노는엄마는 현재 대학 강의, 어르신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및 교육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이에 더해 ‘보드게임’을 만드는 단체들이 많아졌고, 좋은 내용을 담은 보드게임이 많다며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행정직원을 채용하면서 노는엄마 협업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응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희희낙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놀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치매예방이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거라는 오 이사장은 “노인 ‘돌봄’ 역시 놀이가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놀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노는엄마의 기본 생각입니다.”

오 이사장은 보드게임이 왜 치매예방에 좋은지 설명하는 논문도 있다며, 자신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보드게임이 이렇게 깊이 있는 분야인지 몰랐다고 털어 놓았다. 보드게임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가 남긴 유산 목록’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드게임의 깊이는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고, 여러 장르를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나온다. 사회적 갈등을 담은 보드게임, 특정국가 문화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해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노는엄마가 만든 ‘은평파발 보드게임’도 그 예다. 

평생 책과 살아왔다는 그는 “책이 사람을 만들 듯, 보드게임도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작가들 중 일부는 책과 보드게임을 같이 만들기도 합니다. 책과 연관한 괜찮은 주제를 저도 찾고 있어요.”
 
노는엄마는 보드게임에 시의성 있는 주제를 보드게임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딩’교육 중요성이 입방아에 오를 때는 코딩원리를 이해하는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함께 코딩교육을 받으며 기본적인 내용을 익혔다. 

‘엄마의 마음으로 놀아주고 싶은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는 ‘노는엄마’. 스스로 배우고 고민하며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그들은 지금도 계속 놀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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