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전략기획 연수 성과 공유회’가 열렸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유럽에서 개최한 첫 번째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이자, 한발 늦게 사회적경제를 시작한 아시아 국가들이 변화의 주역으로 성장했음을 확인한 장이었다.”  -로렌스곽 GSEF 사무국장-

지난 10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lobal Social Economy Forum?GSEF) 3차 포럼’에 대한 평이다. GSEF는 세계 도시 시장, 국제기구 대표 및 사회적경제 리더들이 모여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논의하는 국제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한국 대표로 GSEF에 참여하고 스페인, 프랑스 등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돌아보고 온 단원들이 연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2018 서울 사회적경제 전략기획 연수 성과 공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역의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사회혁신, 거버넌스, 금융, 지역재생, 돌봄, 노동, 청년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거버넌스?정책?금융 △지역관리?돌봄 △일자리와 미래세대 등 3개 섹션으로 나눠져 발표와 토론, 국내 시사점 및 향후 과제 논의 등이 이어졌다.

유럽 사회연대경제(SSE), 자본주의 ‘경제 불균형’ 해소 역할

인성환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지원팀장, 김유리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사무국장,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식회사 대표(왼쪽부터)가 스페인, 프랑스의 사회적경제 사례를 공유했다.

먼저 ‘거번넌스?정책?금융’ 섹션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소개됐다. 바르셀로나는 인구 160만 명으로 서울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은 5000개로 전체 기업의 3%를 차지하며, 5만 3000명 고용, 37억 유로(4조 7000억원) 매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인성환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지원팀장은 “유럽에서는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SSE)’라고 표현한다”며 “시민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했을 때 자발적으로 SSE 조직을 만들어 필요를 충족시키고, 정부에서는 공공정책을 통해 SSE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타격을 크게 받은 국가로, 바르셀로나에서는 특히 ‘주거빈민’ 문제가 심각했다. 주거빈민 운동을 하던 활동가 아다 꼴라우가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바르셀로나는 한쪽에서는 자본주의에 충실한 경제를 가동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SSE를 통해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복수 경제’를 추구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지구?지역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 및 맞춤형 지원 △계획 수립 시 의회, 공무원, 지원기관, 기업, 시민, 전문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거버넌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보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공자산의 20%를 윤리적 은행에 예치해 SSE에 자본을 제공하고, SSE 새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피아레&쿱57(Fiare&Coop57)’ 등도 시사점으로 꼽힌다.

프랑스 아비즈는 SSE, 사회적기업, 노동통합기업, 사회혁신지원, 사회적 임팩트 평가와 보급 등 5대 분야를 지원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SSE, 사회혁신 지원 조직으로는 ‘아비즈(AVISE)’가 소개됐다. 1901년 비영리민간단체법에 따라 설립된 아비즈는 SSE, 사회적기업, 노동통합기업, 사회혁신지원, 사회적 임팩트 평가와 보급 등 5대 분야를 지원한다. 또한 비영리민간단체, 노동통합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지역동반프로그램(DLA)’도 고용 창출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김유리 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사무국장은 “지역과 주민 욕구에 최적화하도록 정교하게 코디네이션 하는 ‘지역동반프로그램(DLA)’과 사회적경제기업의 기여와 역할을 평가하는 ‘사회혁신관리’ 등을 배울 만하다”며 “프랑스는 오랜 역사의 사회연대 정신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법제화를 통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사회연대금융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비결도 공유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및 조직으로는 ‘90/10펀드’ ‘파이낸솔(Finansol)’ ‘연대투자’ ‘공유저축’ ‘악티브(Active)’ 등이 있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식회사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금융은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이 큰 한계인데, 국가와 민간이 주도해 사회연대기금을 만들겠다는 것이 해결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국민이 직접 금융기관의 상품을 사고 그 돈이 기관이 흘러가게 하며, 국가는 세제 혜택을 제공해 국민과 기업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 일자리 창출 수단 아닌 주민 참여의 장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지역관리기업으로는 바르셀로나의 ‘쿠폴리스’, 파리의 ‘레그랑브아장’, ‘운하의 집’ 등이 있다.

두 번째 ‘지역관리?돌봄’ 섹션에서는 공공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순환경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유럽의 대표적인 지역관리기업으로는 바르셀로나의 ‘쿠폴리스’, 파리의 ‘레그랑브아장’, ‘운하의 집’ 등의 사례가 발표됐다. 지역관리기업이란 도시 운영을 위한 도구로서 민주적 운영 능력, 지역적 성격, 정치적 역할, 인간관계 향상을 위한 연대체로서 활동한다.

강명신 서울시 마을기업연합회 공동대표는 “지역관리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및 거버넌스, 지역관리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한 프로세스 등을 국내에 적용할 만하다”며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의 힘이 필요하기에 시민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돌봄 사례로는 대안?근린 서비스 연합 ‘페데샙(Fédésap)’이 소개됐다. 페데샙은 회원기업 1600개, 종사자 6만 5000명에 달하는 조직으로 ‘노인과 장애인이 잘사는 나라’ ‘개방된 공간에서 세대간, 세대내 함께 잘 사는 것’ 등을 추구한다. 프랑스의 돌봄 제도는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며 의존성에서 독립성, 재정 건전성 확보에서 서비스 이용의 다변화 및 선택권 강화의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민앵 서울지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페데샙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료집을 만들어 공공 당국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하는데, 국내 돌봄 조직들 역시 정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한국은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만 생각하는데, 지역사회 안에서 삶을 공유하는 모든 주민들의 참여가 기본 방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일자리?교육 문제,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책 제시

노동통합기업연합 쿠라스는 실업자들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 ‘일자리와 미래세대’ 섹션에서는 사회적경제가 만드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프랑스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Les Scop)에는 2만 2517개 기업이 속해 있으며, 농업, 상업, 소비자, 수공업, 학교 등 다양한 업종의 협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익 협동조합 SCIC가 비약적으로 증가해 6만명 가까운 사람들을 고용했다.

일례로 노동통합기업연합 ‘쿱래이스(COOP RACE)’가 사례가 공유됐는데, 실업자의 상황을 개선하는 정책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직?간접적으로 3000개 단체가 협력해 실업 위기에 지속적으로 대응한 결과 14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정찬희 서울광역자활센터장은 “한국의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돌파하는 등 IMF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이지만 실업 대책은 대부분 효과적이지 않다”며 “프랑스처럼 실업을 심각한 단계의 구조적, 장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협동조합으로는 스페인의 GSD 사례가 소개됐다. GSD는 교사 중심의 노동자협동조합 학교로 스페인 내 8개 학교를 설립해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1만 5000명 학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2~3교대로 수업 시간을 운영해 학교 공간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아침식사와 방과후 활동은 물론 성인을 위한 학습 등도 제공한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GSD는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협동조합 형식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최근 한국에서도 유치원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는데, 초중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이야기했다.

에꼴42는 비영리?무료 IT 전문 교육 기관으로, 18~30세 청년들이 입학해 그래픽, 프로그램, 웹,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청년세대를 위한 스페인의 ‘빌바오 혁신 공장(BBF)’, 프랑스의 ‘에꼴42’ 사례도 발표됐다. BBF는 몬드라곤 대학이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교육(대학), 창업지원(인큐베이팅), 성장지원(엑설러레이팅)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빌바오시는 학생, 창업가, 혁신기업 등의 육성을 위해 10년간 부지를 무상 제공했다.

에꼴42는 비영리?무료 IT 전문 교육 기관으로, 18~30세 청년들이 입학해 그래픽, 프로그램, 웹,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별도의 강의나 교수가 없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상호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3000명이 재학 중이며 졸업까지 2~3년이 소요된다.

고동현 재단법인 LAB2050 연구원은 “사회적경제 영역은 물론 한국의 인재 양성에 관한 전반전 정책이 창업에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으며 “에꼴42처럼 실제 협력하는 능력이나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할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더욱이 에꼴42는 교육 과정이 무료라 어떤 계층이든 참여할 수 있으며,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위한 재교육이라는 점에서도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전체 연수 기관 소개 및 사업 내용을 결과보고 자료집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자료집은 파일 형태로 이달 중 서울시사경센터 홈페이지 아카이브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강태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회장 겸 연수단 단장은 “사회적경제는 민주주의 진전, 사회 안전과 복지, 환경, 생태에 관한 논의와 함께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방법이다”라며 “한국은 후발주자로 최근에야 흐름이 시작돼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우기(사진가), 2018 사회적경제 해외연수단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세모편지와 함께 서울지역의 사회적경제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모편지의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