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소음·쓰레기문제 등 일상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시민이 아이디어 제공에서부터 문제해결의 주체가 돼 참여하는 사회혁신의 한 방법인 ‘리빙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사회혁신추진단을 꾸리며 사회혁신사업에 시동을 건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가 그 일환이다. 행정안전부는 주거, 미세먼지, 고령자 헬스케어 3가지 분야에 대해 정부-민간전문단체-시민이 함께 결합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리빙랩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지역공동체와 손잡고 추진하는 3개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소개한다.

"우리 집과 학교 주변 미세먼지 직접 측정하고 지도로 만들었어요." 

대구효명초등학교와 시지초등학교 학생 60여명은 지난 7월부터 미세먼지 모니터링단인 ‘녹색어린이단’에 참여했다. 지난 5주간 학교 주변과 통학로 등 생활권역의 초미세먼지(PM2.5, PM10) 수치를 친구들과 함께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동네 미세먼지 지도’도 제작했다. 지도 제작을 통해 지대가 낮은 곳의 수치가 다른 곳 보다 조금 높게 나오거나, 대로 주변도 다른 곳 보다 높게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더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을 구역별로 할 경우 지역 내의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5주간 미세민저 측정활동을 한 대구효명초등학교 녹색어린이단 소속 학생들./사진제공=대구녹색소비자연대

지난달 1일에는 등교시간을 이용해 학교 앞에서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친구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나눠주는 캠페인도 참여했다. 5주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교육으로 배웠던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서다. 녹색어린이단으로 활동한 한 초등학생은 “미세먼지에 대해 사실 잘 몰랐는데, 이번에 직접 체험도 하고 배우면서 미세먼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며 “정부 혼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기에 시민들이 같이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어린이단과 함께했던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강제성이 있는 수업이 아님에도 출석률이 높아, 수업 내용이나 구성이 학생들의 충분한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며 “미세먼지 취약계층으로만 분류되던 어린이들이 교육·체험을 통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 녹색어린이단이 만든 '우리동네 미세먼지 지도'./이미지제공=대구녹색소비자연대

녹색어린이단 활동 후 초등학생들 환경 지식 등 일반 학생보다 높아져 

녹색어린이단 활동은 행정안전부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리빙랩 사업이다. 전국녹색소비자연대와 카이스트(KAIST)가 함께 지난 7월부터 실험에 나섰다.  

장대철 카이스트 교수는 “기존의 미세먼지 대책사업들이 사후 대응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미세먼지 피해의 당사자인 어린이들이 교육과 체험을 통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전 예방법을 고민하는 중장기적 해결 방안”이라며 “3개월 간의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 전후의 인식 및 태도변화를 측정하고 지역별 변화를 비교해 일상에서 시민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구 2개 초등학교와 서울 용산구 지역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되었다. 서울은 중국발 미세먼지 및 기후 변화로 2차 오염물질이 생성되고 경유차 증가 등이 미세먼지 농도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되는 지역이며, 대구는 분지형태의 지형적 특성으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지역이다. 대구의 초미세먼지농도는 2013년 94㎍/㎥/시에서 2017년 157㎍/㎥/으로 4년 사이 2배나 증가했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 녹색어린이단에 참여한 대구 2개 초등학교 학생들 대다수가 같은 학교 일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녹색어린이단 활동 이후 환경 지식, 절약 및 재활용 활동 및 참여 등의 소양에서 각각 3%, 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향상된 점은 ‘환경 지식’으로, 시지 초등학교의 경우 일반 학생들과 녹색어린이단 참여 학생 간에 8%의 차이를 보였다.  

이미지제공=카이스트

또한 녹색어린이단이 5주간 직접 미세먼지 측정기로 측정하고 기록한 일지와 한국환경공단(에어코리아)이 제공하는 미세먼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교 주변 미세먼지 농도는 대체로 공식 측정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성인 시민 대상으로 진행한 미세먼지 모니터링 측정 결과에서도  실외에서는 주로 도로변, 횡단보도, 버스정거장 등 대중교통 시설 주변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노출되고 있었고, 실내에서는 조리 시설이 있는 식당에서 많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일부 어린이들이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값에 비해 높게 나타는 경우는 당시 주변에 차나 흡연자가 있고, 실내에서 살충제를 뿌리거나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등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특정한 원인이 가까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며 "성인, 초등학생들이 진행한 측정 결과 대중교통 정거장이나 식당, 대형건물 등 사람들이 많은 다중이용 시설에서 대기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학부모,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 소통으로 함께 풀어가야 

이번 프로젝트에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학교, 지역주민들도 참여했다. 어른들이 먼저 미세먼지 문제를 부각시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학부모, 지역 주민 대상의 강의 프로그램을, 서울에서는 녹색 어린이단 측정 데이터를 보완하고, 비슷한 지역 내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해 지역 내 거주 성인 60여명으로 성인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대구에서 열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구 간담회'./사진제공=대구녹색소비자연대

지난 4일 대구에서는 녹색어린이단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대구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대구시 대기관리 담당자, 시민단체, 미세먼지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유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미세먼지 해결은 시민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지역 상황에 맞는 미세먼지 정책,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 시민단체들의 연대, 대구의 미세먼지 발생 요인이나 대기 정보에 대한 전문 정보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소통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근본 대책을 찾아가야 한다”며 “이번 리빙랩 사업은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행동을 할 때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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