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팔만대장경 등이다. 이렇듯 우리가 평범하게 느끼는 기록의 주체는 대부분 국가 또는 권력이다. 하지만, 기록의 주체는 어디 정해진 것이 없고 내용 또한 그렇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고 또 매일 그 삶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이러한 삶들이 모여 한 시대가 흘러간다.

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 김시동(51) 이사장은 12월 1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평범한 시민의 삶이 지역의 역사로 남는다”라고 적었다. 기록과 역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기록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사진을 통해 지역 기록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관 중심의 기록이 아닌, 누가 기록하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을 주민의 평범한 삶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차곡차곡 역사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10년 동안 지역기록화 사업을 진행하는 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 김시동 이사장.
그는 시민이 기억과 기록의 주체가 되고, 이 기록이 시민의 자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1월에 개최한 2018년 지역기록문화 축제 전시 장면
 
#도시기록프로젝트를 시작하다
 
그는 2009년 기록으로서 사진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 함께 ‘도시기록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9년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제1회 원주 24 도시기록프로젝트 창립전 - 원주, 길을 걷다.’를 진행하고 그해 11월 1일 ‘기록문화공동체 원주24도시기록프로젝트’를 공식 창립했다. 이후 올해까지 매년 지역기록화 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출판했다. 올해는 지난 11월에 원주시 지정면 지역기록화 사업 ‘섬강의 삶을 품은 지정’을 전시·출판했다. 이 과정에서 여섯 번에 걸친 지역기록문화축제도 진행했다. ‘귀한 과거, 기억의 오늘’, ‘기록, 미래를 읽다.’, ‘기록, 기억의 길을 찾다.’, ‘10년의 기록, 시간의 미래’ 등이 지역기록문화 축제의 주제였다. 

한발 더 나갔다. 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은 2013년 6월에 설립했다. 도시기록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책임있는 주관자 역할을 세운 것이다. 협동조합은 자체적으로 지금까지 기록문화시민학교를 다섯 차례 진행하고, 원주시 중앙시장과 원도심 기록화 사업, 횡성군 안흥찐빵마을 기록화 사업 등을 진행했다. 그는 “강원아카이브의 도시기록프로젝트는 지역 기록 작업의 기획, 수집, 촬영, 전시, 출판까지 모든 과정이 시민 중심, 시민 주도로 이뤄지는 기록공동체”라며 “10년 이상, 한 지역을 거점으로 시민 중심의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록문화 공동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체장 중심의 기록에 회의를 느끼다, ‘사회적 사진가’를 창조하다
 
그는 공무원이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횡성군청에 근무했다. 줄곧 기획실에서 공보업무를 담당했다. 공무원이 돼 주어진 업무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나이 사십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찾아낸 것이 업무로서가 아닌,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단체장 중심의 기록에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대부분 사진하면 예술로 생각하는데, 그는 “사진의 본질적 가치는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사회적 사진가’라고 한다. 기록이라는 것을 통해 사진의 사회성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공간의 기억을 시민 자산화에 나서다
 
그가 시민과 함께 우리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은 10만장에 이른다. 횡성댐 수몰지역 기록화 사진, 원주 혁신도시 기록화 사진, 한국의 소 기록화 사진은 오직 개인의 노력만으로 그만이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신경 쓰는 것은 개인과 조직의 업적이 아닌 “공간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시민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그는 “개인의 기억이 마을의 기록으로, 이것이 다시 역사로 전환된다”라며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의 도시기록프로젝트는 그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기억과 기록의 주체가 될 때까지, 지방자치시대 기록의 민주화, 기록의 자치화’가 목표다. 그는 “민간에서 만들어 낸 위대한 역사를 개인의 기록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라며 이는 개인의 삶이 시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시민 공유 공간을 만들어야
 
그는 이렇게 개인의 기억에서 마을의 기록으로, 다시 역사로 전환돼 구축된 기록물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서관처럼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관의 기록은 주민 삶을 담는데 제한적이며 이것만이 역사가 될 수 없고 활용하는데도 제약이 따른다.”라며 “민과 관이 평등하게 기록하고, 지나간 기록을 수집·보존하고 관뿐만 아니라 주민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너무나 익숙해서 혹은 생각이 달라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대단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0년 동안 이어온 작업. 지칠 법도 하겠지만 그는 또 오는 6일부터 22일까지 ‘사진으로 기록하는 횡성, 마을 기록 학교’를 운영한다. 그는 말했다. “시간은 항상 흘러간다. 기록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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