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후 5년간 전국에 1만개 넘는 협동조합이 생기면서 설립 붐이 일어났다.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고용, 지역사회 기여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조합 중 절반가량은 수익모델 미비, 사업운영 자금 부족, 조합원간 의견 불일치 등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폐업에 이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행정?제도적 부담을 줄이는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설립 단계를 넘어 규모화 단계에 들어선 국내 협동조합들은 규모를 키우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협동조합 간 협력과 연대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민주성?자발성?독립성 등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본사의 갑질 등에 시달리던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 우호적인 정부…“현 시점이 법 개정 위한 적기”

기본법 제정 이후 6년 만에 협동조합 개수는 1만 5000개 육박을 앞뒀다. 당사자들은 법?제도 개선 필요하다며 10대 과제를 선정했다./디자인=유연수

1만 4285개, 올해 11월 말 기준 협동조합은 1만 5000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본법이 시작된 2012년 1209개였던 협동조합 개수는 2017년 1만 2000개를 돌파했으며, 올 한 해에도 2000개 넘게 신설됐다. 기본법 시행 6년차, 협동조합 당사자들은 “현 시점이 기본법의 개정을 추진해야 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사회주의가 아닌가’라는 우려를 받은 2012년 기본법 제정 당시와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포함된 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위기가 판이해졌기 때문이다.

법?제도 개선의 핵심은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놓인 협동조합의 특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이다. 영리 법인으로 취급돼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올 한해 토론을 거쳐 서면투표?전자투표 도입, 등록면허세 감면 등 10대 과제를 선정해 국회에 전달했다. 사회적경제 전체를 아우를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등 이른바 3법에 대한 국회 통과 요구도 높았으나 올해는 무산됐다.

◇설립→규모화 단계, 협동조합 간 협력으로 지속가능성↑ 

규모화 단계에 접어든 협동조합은 '협업'을 주요 과제로 삼고 포럼, 토론회 등을 열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설립을 넘어 규모화 단계에 들어선 협동조합의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나 자금 확보, 판로 개척 등이 필수적인데, 현 단계 소규모 협동조합 개별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간 협동’을 꼽았다. 각 협동조합이 잘하는 역량을 내세우고,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모아 지역 단위의 큰 사업을 함께 수행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3개 이상 협동조합이 모이면 설립 가능한 ‘연합회’의 기능 강화와 농협, 수협 등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이 연합회를 만들어 협력사업을 추진 가능한 ‘이종간 협동조합 연합회 설립 허용’ 법 개정 등도 협동조합 간 협동을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본사 갑질 근절”…프랜차이즈, 협동조합으로 변화

지난 8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가 모여 국내 첫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본사의 ‘갑질 논란’ 속에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갑과 을이라는 수직 관계를 형성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협동조합은 모두가 동등한 의사결정 관계에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동반 상생을 추구한다. ‘국수나무’ ‘도쿄스테이크’ 등을 운영하는 ‘해피브릿지’와 ‘보리네생고깃간’ ‘베러댄와플’ 등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운영이 아닌 물품 구매만을 위해 뭉친 협동조합도 생겼다. 국내 첫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으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40여 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8월 정식 출범했다. 그동안 본사를 통해 비싸게 구입했던 25개 필수 식자재를 협동조합을 통해 자율 구매해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앞서 글로벌 기업 ‘버거킹’ ‘KFC’ ‘던킨도너츠’ 등 해외 지점에서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내 다양한 프랜차이즈 기업 내 구매 협동조합 방식이 자리 잡을지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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