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4개 대학에서 177명이 수강한 '2018 사회적경제 리더과정'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사진=홍은혜 인턴 기자

“사회적경제는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 모든 경제 영역과 맞닿아 있고, 앞으로 모든 경제의 흐름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정옥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2018 사회적경제 리더과정’ 수강생들에게 한 말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경제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해보다 뜨겁지만, 막상 이를 시장에서 실현할 '사람'을 키우는 교육과 체험의 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민대, 대구가톨릭대, 충북대, 한양대가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미래인재를 양성하고자 3월부터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을(이하 ‘리더과정’) 운영했다. 지난 16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IT/BT관에서 열린 리더과정 성과공유대회는 참여대학들이 진행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수강생들이 리더과정을 통해 경험한 것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구가톨릭대와 한양대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국민대는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생을, 충북대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를 대상으로 리더과정을 진행했다. 자대생 이외 대학생에게도 리더과정을 열고(한양대) 11개 시·군과 세종시, 대전시까지 모집 범위를 확대하는 등(충북대) 해당 대학 학생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4개 대학은 담당 학과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기업, 연구기관, 정부부처 인프라를 활용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간 프로세스를 구성했다. 4개 대학은 공통적으로 ‘사회적경제 기초 지식 및 이론 습득’ ‘현장 탐방’ ‘인턴십 및 프로젝트를 통한 실습’ 과정을 포함했다.

기초지식 및 이론을 습득과 현장 탐방/인턴십은 사회적경제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밑과정이다. 충북대 리더과정에 참여한 정선호 씨는 “1학기 때 이론수업을 들었을 때는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았지만 현장을 다녀온 후 확실히 체감했다”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이 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리더과정에서는 도쿄의 사회적경제조직을 탐방했다.
/사진 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네 대학들이 리더과정에서 핵심으로 삼은 것은 ‘직접 행동해 문제해결을 경험’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주변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리빙랩, 해외 임팩트 투자 참여,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등의 경험을 소개했다.

남춘모 대구가톨릭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주변부터 혁신을 시작하자’는 접근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학교 주변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을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경계를 허물고 집단창의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MTA(Mondragon Team Academy) 방식을 활용한 것이었다. 

원룸촌이 된 대구시 하양동의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해결하기 위해 투기장소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SNS 캠페인을 연 김민아 사회학과 학생은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프로젝트 후 확연히 쓰레기가 정식 투기장소에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의미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종택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 창업학과 교수는 “실제로 해보고 배우는 ‘Learning by Doing’이 중요하다”며 “특히 동료 간 피드백으로 배우는 ‘peer coaching’을 이어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의 목공동아리와 연계해 사업모델을 만들어낸 ‘빅샷(Bigshot)’이 높은 사업적 완성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빅샷'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자립 지원 모델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빅샷.

# 빅샷이 주목한 것은 자립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지역아동센터를 퇴소하는 청소년들의 자립 지원.

‘친절한 목수들’은 은평구 소재 지역아동센터에서 목공기술을 배우는 동아리다. 빅샷은 이들을 만나 ‘반려동물 전용가구’를 사업 아이템으로 고안했다. 청소년들의 목공역량과 제품 경쟁력, 시장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다. 친절한 목수들의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있는 이들은 ‘이케아(IKEA)’ 등 대형 가구회사에 업사이클링 가능 가구를 기증받기로 한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충북대 또한 사회문제를 조사하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시도했다. 리더과정을 통해 탄생한 ‘교육협동조합 선우’는 누구나 편하게 소통하며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청주시립도서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양대는 청년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문제 해결 역량 교육 프로그램 IBC(Impact Base Camp), 아시아 개발은행 APYE(Asia Pacific Youth Exchange) 프로젝트 등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연계했다. “대학 내 자원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생태계 안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는 데 집중했다”는 전영수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주임교수의 설명이다. 

# 한양대, 글로벌 임팩트 투자 참여

파나마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목표로 부동산 투자 및 재개발 사업을 하는 ‘컨설버토리오(Conservatorio).’ 이재명 한양대 경영학부생의 팀은 SBDP(Social Business Developement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버토리오의 임팩트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파나마에서 성공한 컨설버토리오의 투자 모델을 베트남 하노이에 적용하기 위해 인터뷰, 현장 탐방, desk research를 통해 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했다. 현재 시장조사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교수진들은 리더과정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생의 참여도 관리’를 꼽았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시작한 학생들의 참여도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학부생들은 관심사가 매우 다양한데 리더과정을 통해 모든 사회적경제 분야를 모두 깊게 다루지는 못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현직자, 소셜벤처 창업희망자, 학부생 등 리더과정의 대상자를 구체화하고 그에 맞춘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리더과정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개 대학에 진행했으며 올해는 3월부터 12월까지 4개 대학에서 비학위과정으로 운영돼 177명이 수료 중이다.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내년도 올해와 동일한 규모의 운영을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은 올해 내에 진흥원과 유관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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