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임팩트는 치매, 뇌질환 등 장기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한 소셜벤처다.

65세 이상 노인 전체의 10%, 80세 이상은 4명 중 1명이 앓고 있지만, 밖으로 드러내놓기 어려운 질병. 바로 ‘치매’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 수는 72만명, 부양가족 수는 270만명에 이르지만, 치매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은 환자와 가족 모두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어머니를 20년, 치매로 중환자가 된 어머니를 11년 돌본 두 창업자가 환자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소셜벤처 ‘실버임팩트’를 설립했다. 황교진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 쓰러진 어머니를 20년간 직접 돌보며 환자를 보살피는 지식과 경험을 체득했다. 이후 치매로 11년간 고생한 어머니를 돌본 강태호 이사를 만나면서 ‘환자 가족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2017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지난 5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부양가족들이 처음 겪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조언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웨딩플래너, 장례지도사 등 어떤 일을 겪을 때 전문적으로 케어해주는 직업처럼, 중환자 가족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위한 콘서트?팟캐스트 진행

실버임팩트는 '치매 환자를 위한 전문적 상담 및 정보 서비스 제공'이라는 아이템으로
'2017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회적으로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소셜벤처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문 업체에 상담을 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국내에서 아직 충분하게 자리 잡지 않은 탓이다. 더구나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환자와 가족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유독 치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황 대표는 “타인과의 비교를 가장 많이 하는 한국에서 치매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병으로 생각하기 쉽다”면서 “더구나 공동체가 해체되고 지역사회 정이 메마르면서 치매 환자는 함께 돌봐야 할 존재가 아닌 감춰야 할 약점이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버임팩트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금씩 바꿔가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치매 콘텐츠’로 콘서트와 팟캐스트를 기획했다. 지난 9월 ‘치매 가족을 위한 치유 콘서트’라는 콘셉트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의 삶은 뒷전이 된 가족들이 모여 고민과 감정을 나누는 장으로 꾸려졌다.

지난 3일에는 서울 금천구와 협업해 제2회 치유콘서트를 개최했다. 황 대표는 “치매 가족을 위한 공연이지만 일반 관객들이 많이 와서 치매에 대한 편견을 바꿔가셨으면 한다”라며 “특히 11월 콘서트에는 금천구 청소년들이 많이 왔는데, 장기적으로는 젊은 세대를 위한 치매 교육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를 도는 순회공연을 통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실버임팩트의 바람이다.

실버임팩트는 팟캐스트 '시름싫음'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고, 가족에게는 위로를 건넨다.

또 하나는 치매를 소재로 한 팟캐스트 ‘시름싫음’이다. 치매라는 질병이 무엇이고, 치매 가족이 지녀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이며, 요양 시설을 택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로 가득한 콘텐츠다. 총 10회로 현재 7회 차 진행 중인 시즌1을 끝내면, 내년에는 20~30대를 위한 치매 지식 공유 콘셉트로 시즌2를 이어갈 계획이다. 

“콘서트나 팟캐스트 같은 활동을 통해 먼저 실버임팩트를 알린 다음, 치매 가족들이 실제 저희에게 상담을 받는 과정으로 넘어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가족 중 누가 갑자기 아파서 쓰러졌을 때 ‘지금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어떤 건지’ 등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돌봄 계획을 같이 설계하는 게 저희 핵심 아이템이죠. 초기에 제대로 된 보살핌만 받는다면, 병이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니까요.”

초고령사회 치매 환자 증가…“누구나 걸리는 흔한 병으로 인식 바꿔야”

현재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비율 14%)에서 2025년 초고령사회(20%)로 접어드는 한국에서 치매 환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 정부에서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나섰다.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이 핵심이다.

황 대표는 “치매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은 좋지만, 주로 하드웨어적 측면에 머무른 점은 아쉽다”며 “치매라고 했을 때 지금은 너무 공포스러운 병의 이미지가 강하다. 두렵고 심각하고 멀리하고 싶은 병이 아니라, 감기나 우울증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으로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캠페인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교진 실버임팩트 대표는 "사회적경제 조직 안에서 돌봄, 치유 콘텐츠를 함께 만들 기업들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20~30대 청년 시절 어머니를 돌보면서 쓴 8년간의 기록을 2004년 책 ‘어머니는 소풍 중’으로 출간하면서 황 대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당시 책 내용이 화제가 되면서 TV 출연도 하고, 유명 기업 홍보실에 취직해 글쓰는 일도 했다. 지난해 10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의 오랜 보살핌은 끝이 났다. 쉰을 앞둔 나이가 된 지금, 지난 20년간 돌봄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을 준비 중이다.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되고 저 역시 극한 심적 고통을 겪었지만, 돌봄이 제 일상이 된 뒤에는 내가 겪어야 하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여태껏 어머니에게 돌봄을 받고만 살았으니, 반대로 내가 어머니를 돌보며 사랑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한 거죠. 환자의 오랜 투병은 가족들에게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예요. 그 길을 실버임팩트가 함께 걸으면서 가족들에게 힘을 더하고 싶어요.”

사진제공. 실버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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