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육시설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이 돌봄'에 대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사진제공=YMCA서울아가야

아동학대, 부실급식, 통학차량 방치, 회계 비리까지…. 최근 유치원 비리 문제가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며 여론은 시민들의 분노로 들끓었다. 믿고 맡긴 보육시설에서 벌어진 온갖 비리와 횡령, 악행, 무관심은 사회 구성원 전체를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 부모의 책임으로만 방치됐던 아이 돌봄의 영역을 공동체,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 수준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커지고 있다.

‘사회가 나서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처한 돌봄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가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활동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오랜 기간 부모-교사-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돌봄’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 주체가 되는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나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가 어울려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육아'를 실현한다.(사진제공=공공교)

# ‘콩세알어린이집’은 부모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운영에 참여하며 교사와 함께 어린이집의 공동 주체가 되는 서대문구부모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서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첫 협동조합 방식의 어린이집이기이도 하다. 

# 서대문구에 있는 ‘산마루어린이집’은 2015년 서울시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위탁 운영하는 첫 모델로 제안하며 운영을 시작한 구립어린이집이다. 이 어린이집은 현재 부모-교사가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부모들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교육철학은 고수하되, 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공동육아형 구립 어린이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콩세알어린이집과 산마루어린이집은 모두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이하 공공교)의 회원사로 소속된 공동육아어린이집들이다. 공공교는 1970년대 빈민 탁아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해송어린이걱정모임’에서 출발해 1994년 조합원들의 출자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으로 보육사업을 진행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에는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전국 80여 곳 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를 실현 중이다. 이중 40곳이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어린이집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했을 때 핵심은 ‘출자금’이다. 어린이집을 만들 때 필요한 공간, 기본설비 마련을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한데, 취지에 공감한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모아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등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협동조합의 원칙은 조합원인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사안을 직접 결정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즉, 부모와 교사의 공동 운영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경란 공공교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길러내고 교육하는 모든 것이 공공적 영역이라는 생각을 확산하려는 운동적 측면이 있다”며 “이 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했을 때, 사회적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돌봄의 사각지대 메우는 시간제돌봄 사업 펼치는 ‘YMCA서울아가야’

YMCA서울아가야는 부모가 원하는 때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제돌봄서비스'를 통해 사각지대를 메운다. (사진제공=YMCA서울아가야)

# 마포구 망원동에 2016년 10월 문을 연 ‘예봄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술인 자녀를 위해 개소한 돌봄센터다. 주말, 공휴일, 저녁 등 예술인 부모의 특성을 고려해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센터 문을 연다. 

예봄센터는 YMCA서울아가야(이하 서울아가야)가 운영 중이다. 서울아가야는 2006년 한국YMCA전국연맹이 국내 최초의 시간제돌봄센터 운영을 위해 만든 단체다. 2009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으며 돌봄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센터에서는 24개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6학년 아동까지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센터에 찾아와서 맡기는 돌봄과 직접 가정에 찾아가는 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봄센터는 오랜 기간 쌓아온 시간제돌봄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아가야에서 시간제돌봄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돌봄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국내 노동환경의 특성상 부모의 야근이 많고 정시 퇴근이 어려운 상황인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에서는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는다. 서울아가야에서는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제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고민이다. 

윤경아 서울아가야 대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가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전일이든 시간제이든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것도 필요하다”며 “더 많은 지역에 시간제돌봄사업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괄적인 운영 방식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지역과 이용자의 특성에 맞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역의 독박육아 문제 해결 나선 ‘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

관악구 서로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의 독박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집과 시간제아이돌봄 사업 등을 운영한다.(사진제공=여성가족부)

# 관악구에서 아이를 키우는 A씨는 독박육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A씨에게 부모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며 지역공동체가 함께 육아를 책임지는 ‘서봄어린이집’의 탄생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서봄어린이집은 ‘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서로돌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서로돌봄은 현재 공동체 육아사업체인 ‘서봄어린이집’과 시간제아이돌봄사업을 하는 ‘서로돌봄 관악점’을 함께 운영 중이다.

관악구는 서울지역 자치구들 중에서도 아이 돌봄 분야에 특화된 자치구다. 이른바 엄마가 혼자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독박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공동체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아이를 돌본다. 2016년 11월 설립된 서로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이 구내 서원동, 행운동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시간제 돌봄, 방과후 돌봄, 파견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서로돌봄’의 주요 사업은 공동체 육아를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 마련, 돌봄 교사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다. 아동의 인권 수준과 부모 행복도 향상, 보육교사의 지위 개선,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도 목표로 한다.
 
정윤정 서로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돌봄은 주로 엄마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공동체 돌봄’은 양육 주체인 부모를 중심으로 가정, 교사, 어린이집, 지역사회, 지자체가 육아의 책임자가 돼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전제로 공공성 강화해야

정부와 서울시는 국공립어린이집, 방과후 돌봄센터 등을 확충해 '공공 돌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사진제공=YMCA서울아가야)

이번 비리 유치원 문제가 터지면서 정부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속도를 내고 공공 돌봄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도 내년도 보육 부문에 763억 원을 투입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시범운영중인 키움센터(초등자녀 돌봄서비스) 추가 확충, ‘아이돌보미' 인원 증액과 더불어 역대 최대 규모인 일자리 예산(1조 7802억 원)중 5045억 원을 어린이집 보육직원, 아이돌보미, 산모신생아 도우미, 찾동방문간호사 등 여성 특화형 일자리(3만 7000개) 창출에 쓴다는 계획이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보육은 공공이 책임진다는 기조 아래 그동안 민간협력을 통한 다양한 유형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양적 확충은 물론 다른 시·도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와 함께 책임성 있는 공보육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공공이 책임지는 사업이 확대되면서 돌봄 전문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기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부모, 교사,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공공교 사무총장은 “국공립 어린이집 수를 늘려가는 외적 공공성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내적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교사와 함께 ‘믿고 함께 키우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서울아가야 대표는 “한국의 보육 정책은 여태껏 공급 지원 시설 위주여서 수요자?이용자의 입장을 고민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였다”라며 “돌봄과 보육은 공공성이 기본인데 시설 운영을 중심으로 지원해온 측면이 크다. 현 상황에서 공립이든 사립이든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전제 조건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번 비리 문제를 계기로 사회가 함께 아이 돌봄을 고민하는 ‘사회적 돌봄’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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