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빌드체인지'는 오토데스크의 프로보노 활동으로 재난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사진출처=빌드체인지

# ‘빌드체인지(Build Change)’는 저개발국가의 자연 재해 예방 및 개보수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업 과정에서 개보수 사례가 제각각이라 애를 먹고 있던 빌드체인지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3D 설계디자인 솔루션 다국적기업인 ‘오토데스크(Autodesk)’였다. 오토데스크는 세계 각지에 분포된 직원들간의 협력을 통해 이곳의 건축설계 소프트웨어 적용을 돕는데 적극 나섰다.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온라인 채팅만으로 소통하며 프로보노 활동을 벌인 결과 4년 만에 소프트 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빌드체인지의 재난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  

# IBM은 사내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스웨덴 스톡홀름시 교통제어 시스템으로 스톡홀름시 도심 교통량을 20%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는 IBM이 장기 근속하는 컨설턴트들의 리플레시를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IBM은 비영리조직, 저개발국가로 3주에서 길게는 1년 간 파견되어 프로보노 활동을 벌인 결과, 직원의 90% 이상이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를 바꾼다’는 걸 직원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IBM의 프로보노 활동으로 큰 성과를 낸 한 지자체는 IBM에 새로운 사업을 요청했고 IBM은 이를 통해 15% 매출을 추가로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사회에 기부해 성장한 해외 기업들 사례다. 글로벌기업에서는 프로보노(재능기부) 활동이 사회공헌을 넘어 경영전략의 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인사관리(HR) 담당자들의 91%가 “재능기부 활동이 비즈니스 역량과 리더십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재능기부뱅크 정의/ 자료출처=2017 재능기부뱅크 활동사례집

프로보노란?

프로보노는 라틴어로 ‘프로보노 퍼블리코(Probono Publico: 공익을 위하여)’에서 유래된 용어다.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대가없이 낮은 비용으로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변호사들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의료·교육·경영·전문기술·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개인보다는 사회적기업과 같은 조직의 경영능력을 높여 사회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전문지식과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원봉사활동과는 구분된다. 

사회적경제기업-전문가 매칭하는 플랫폼 ‘재능기부뱅크’

“재능기부하면서 평생직장을 얻은 것 같아요.”

지난달 31일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개최된 ‘2018 재능기부뱅크 네트워킹데이’에 참석한 박생규 프로보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네트워킹데이에 참석한 이들은 이날 자리에서 재능기부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능기부뱅크 지원으로 전문가 자문을 받았던 한 사회적경제기업가는 “기업에게는 어려운 과제가 재능기부뱅크 프로보노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31일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개최된 ‘2018 재능기부뱅크 네트워킹데이’에
참석한 프로보노와 사회적경제 관계자들.

이날 모인 이들은 모두 재능기부뱅크 참여자들이다. ‘재능기부뱅크’는 사회적경제기업과 프로보노를 매칭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2011년부터 진행한 사회적경제 분야 프로보노 사업을 더욱 전문·체계화시키기 위해 올해 전문가와 사회적경제기업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재능기부뱅크' 운영이 시작됐다. 

일대일 멘토링, 교육워크샵, 맞춤형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며 올해 재능기부뱅크에 등록한 프로보노는 총 195명이며, 사회적경제기업은 51개다. 이 중 실제 연결된 사례는 총 44건(63.6%)으로 마케팅/홍보 분야(63.6%)에서 가장 많은 연결이 이루어졌다. 재능기부뱅크 운영을 지원하는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은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다면, 프로보노로 참여한 전문가는 보람과 소셜커리어 등을 찾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재능기부뱅크를 통해 가장 많이 매칭된 사업분야는 '마케팅/홍보'였다./자료출처=상상우리, 2018.10.29 기준)

인재난에 물꼬 트고, 사회적경제 성장에 기여

“프로보노는 더 이상 사회공헌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업 인재양성 관점에서 읽어라” 

매년 세계 프로보노 운영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에서 강조된 얘기다.  

매년 세계 프로보노 운영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프로보노 서밋’
/사진출처=2014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프로보노 활동사례집

프로보노 운동은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지만 2014년부터는 일본의 제안으로 ‘아시아 프로보노 랠리’가 개최되었다. 국내에서는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세스넷)가 2008년부터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프로보노 운동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본격화되었다.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출범하면서는 민관 협력 하에 프로보노 활동이 전개됐다.  2017년부터는 프로보노 활동의 체계화를 위해 재능기부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을 모집, 교육하여 자문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 연결하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적절한 자문서비스가 무료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재능기부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사기업에서는 SK가 초기 사회적경제 분야 프로보노 활동의 정형을 만들었다. 2009년 9월 SK는 대기업 최초로 재능나눔 자원봉사단인 'SK프로보노 경영자문봉사단'을 출범했다. 최근에는 코오롱 사회봉사단이 프로보노사업에 적극적이다.  

올해로 10년을 넘어서면서 국내 프로보노 활동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회적가치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프로보노 활동에서도 사회적경제와의 연계고리가 넓어진 것이다. 

송남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지속성장본부장은 “올해가 직능단체 중심이었다면 내년에는 대기업의 풀들을 인적자원으로 연계하고자 한다”며 “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프로보노 활용이 사회적경제 인재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얘기한다.

전문가들도 적절한 프로보노의 활용이 인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경제 성장에 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수년을 투자해야 적합한 인물을 성장시킬 수 있을 만큼 인재양성은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과제다”며 “사회문제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이해하는 인재들이 나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이 ‘프로보노’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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