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거급여 수급자인 72세 할머니 A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서울 동대문구의 25만 원짜리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었다. 눈이 어둡고 글을 읽기 어려운 할머니는 이미 주거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영구·전세·매입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에 입주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고시원에 거주 중인 20대 여성 B씨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 지원사업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입주신청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업으로 바쁜 나머지 모집 시기를 놓치면서, 다음 모집 시기까지 3개월을 또 기다려야 했다.

# 임시직으로 근무하는 18세 C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동양육시설에서 나왔다. 퇴소 후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보 부족으로 인한 막막함, 주변의 시선 등으로 결국 고시원과 여관방을 전전해야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4일 ‘제3차 주거복지협의체’에서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가 앞으로 취약계층, 고령자가 보다 쉽게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의 범위를 넓힌다.

국토부는 24일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제3차 주거복지협의체’를 열어 주거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적극 발굴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때 보증금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고시원, 숙박업소, 판잣집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에 대해 최초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택 이외 거처의 유형, 가구 특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37만 가구(통계청, 2016년 발표) 중 6809 가구에 대한 표본조사로 진행했다.

열악한 환경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주거복지 프로그램 이용률(8%)이 낮은 수준임을 개선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존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를 표본조사한 결과. 주거지원 정책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와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 표.

주요 내용으로는 △사각지대 없는 주거지원 △주거지원 장벽 완화 △신속하고 편리한 주거지원 △보다 나은 주거환경 제공 △함께 노력하는 주거지원 등이 담겼다.

먼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는 매년 주거급여 주택조사를 할 때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살고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공공 임대주택으로의 이주 수요를 직접 확인한다. 서류 신청부터 주택 물색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

아울러 현재 지원 중인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대상을 확대해 가정폭력 피해자, 출산을 앞둔 미혼모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포함할 수 있도록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으로 개편한다. 신청부터 입주까지 밀착 지원하는 취약계층 ‘주거지원 마중사업’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주거지원 장벽 완화를 위해서는 공공임대 보증금 부담을 최소화한다. 이는 더 나은 거처로 이동하고 싶어도 임대보증금 약 500만원이 부담돼 망설이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다. 매입임대 무보증금 월세(주거급여 수급자 대상) 및 매입·전세임대 보증금 분할 납부제(2년간)를 도입해 초기자금이 부족한 가구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강화한다.

신속하고 편리한 주거지원을 위해서는 상시 지원의 문을 연다. ‘주거사다리 지원 사업대상’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가구는 모집 시기에 상관 없이 상시신청(기존 분기모집)과 즉시지원(기존 3개월 이상 대기)이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주거복지협의체'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감정원, 경기도시개발공사 등이 참석해 함께 정책을 발굴한다.

오래되고 불편한 주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시원 매입형 공공 리모델링 사업’도 진행한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 고시원 등을 매입해 양질의 1인용 소형주택으로 리모델링한 후, 저소득 가구에게 공급하는 시범 사업을 올해 하반기 중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성인이 된 후 아동보호시설을 나와 적당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보호종료 아동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부와 협업을 통해 보호종료 아동에 대해 공공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국토부)하고, 자립지원을 위한 맞춤형 사례관리·지원서비스(복지부)를 최대 4년간 제공하는 통합 지원사업을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주거복지협의체를 준비하기 전, 20여 년을 달동네 쪽방에서 거주하다가 매입 임대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신 어르신을 찾아뵙고 왔다”며 “개개인의 상황과 여건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주거지원이 필요하다. 정책을 몰라 혜택 못 받는 수혜대상자 없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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