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 신제품이 공개돼서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제품은 다양한 건강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워치 4’였다.

미국 식품 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을 받아 화제가 된 애플워치 4는 스마트워치 제품군에서 전 세계 최초로 ‘심전도 측정’ 센서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시계의 용두에 손가락을 대면 애플워치가 가슴을 가로질러 전류를 전달, 심장의 전기 신호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심장박동을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리듬과 불규칙한 리듬을 판별해 비정상적인 심박수가 감지되면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내며, 저장된 심박 데이터는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의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장비가 갖춰진 병원에서 진료과정을 통해 검사를 받아야만 했던 일들이 손목 위의 작은 기계를 통해 손쉽게 측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오는 11월 2일, 한국 소비자들도 애플워치 4를 만난다. 다만 이 스마트워치의 최고 혁신 기능이 빠진 반쪽자리다. 단 기간 내 이 기능을 사용할지도 불확실하다. 현 의료법에는 심전도 측정 기기의 평가 기준을 ‘고전압에도 견디는 병원용 심전도 기기’로 정해놔서다. 국내 한 벤처 기업이 애플보다 3년 먼저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도 출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의료 행위조차 금지하고 있는 국내 의료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이 미국에서는 자사 스마트폰에 ‘삼성헬스’라는 앱을 통해 영상으로 의사와 진료상담 및 예약 기능을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하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원격진료는 무엇보다 귀중한 생명을 살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센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위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서다. 다수 국민의 이해보다 의료계 이해당사자들의 기득권만 살피는 정책 당국이나 입법기관이라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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