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형님 생각과 콩나물국밥

1.
공부를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1983년 1월, 폐결핵으로 의병제대 한 후 아현동과 명동 등지에서 인쇄소를 다녔다. 
문제는 여전히 중환자인 탓에 작업 도중 툭하면 코피를 쏟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결국 인쇄소를 그만두고 형한테 고백했다. 
가정형편에 도움이 되려 했지만 몸이 이래서 미안하다. 조금만 도와주면 대입공부를 하고 싶다.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는 1975년에 따놓았으니 이제 졸업자격 검정고시 준비부터 해야 했다. 

형님은 “그 말 해주기를 기다렸다”며 순순히 동의해주었다. 
난 학원에 등록해 다음해 5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그해 학력고사도 치렀다.

2. 
내가 검정고시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형님은 없는 벌이를 아껴 틈틈이 내 입학금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원서접수 때가 되자 형님이 벽에 걸어놓은 액자에서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10,000원짜리 지폐를 한 다발 꺼냈다. 
쌈짓돈이 생길 때마다 그 뒤에 던 져넣었던 것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모두 40만 원 정도였다. 
당시에도 60만~70만 정도는 있어야 대학에 들어갔기에 한참 모자란 액수였다. 

3.
난 그 다음날 나를 4년장학생으로 받아준다는 학교에 원서를 접수했다. 
형님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고맙다”고 말했고 그 돈으로 우리는 생전 처음 칼라TV를 구입했다. 
나이 들고 외로운 형님만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나고 미안해진다. 

4.
<콩나물국밥>

우리집에서 찬밥을 처리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죽, 볶음밥, 그리고 국밥이다. 
추석에 기름진 음식으로 속이 답답하신가. 얼큰 콩나물국밥 추천한다.
특히 콩나물국밥은 꽤나 고급진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다만 찬밥이라 토렴은 생략. 

5.
<재료> 1인분
콩나물 한 줌, 김치 2스푼, 대파 또는 쪽파 2~3스푼, 김가루 약간, 계란 하나

6.
<조리법> 20분. 
1. 멸치 3~4, 다시마 1장을 넣어 육수를 만든다. (육수는 취향대로 버섯, 마른새우, 황태머리, 파뿌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2. 콩나물은 따로 삶아 건져놓고, 김치와 대파(쪽파)는 다져놓는다. 
3. 뚝배기에 찬밥, 김치를 넣고 육수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삶은 콩나물을 넣고 조금 더 끓인다. (거품은 수저로 제거한다.)
4. 소금으로 간하고 대파와 김 가루를 넣고 불을 끈다. 
5. 계란은 수란을 만들기도 하나 생략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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