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서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를 오랜만에 만났다. 올해부터 터치포굿이 소재은행 운영을 맡으면서 오픈 행사로 정신이 없었다. 그는 “지자체와 전문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모델이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와 박 대표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자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기관에서 일할 때,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는 대학 동아리 ‘넥스터스’ 활동을 하는 박 대표를 처음 만났다. 열정으로 가득 찬 대학생이었던 그는 졸업 후 ‘터치포굿’이라는 업사이클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업사이클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 버려진 현수막으로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세대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한 그는 여전히 새활용 분야에서 한층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는 한결같은 걸음을 걷고 있다. 

사회적경제 현장을 다니다 보면 10여 년 전 만났던 사회적기업가들을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 1세대 사회적기업가인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10년 전 함께 했던 대표들 중 남아있는 이가 거의 없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지자체, 정부 등 공적 영역으로 이동해 역할을 하며 성장한 이도 있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로서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흔히 CEO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착한 이윤, 가치를 담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10년 이상 회사를 성장시켜가는 역할은 더 어려울 것이니 ‘사라진 그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10년 이상이 넘은 사회적기업 1세대들, 더디어도 성장을 이어왔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갓 10년을 넘긴 대한민국 사회적기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더 가치 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사회적경제 분야 진출을 꿈꾸고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는 물론 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소중한 자산이 될 그들의 얼굴을 오랫동안 현장에서 보고 싶고, 그래야하는 이유다. 오늘도 좌충우돌하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수많은 사회적기업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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