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를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합의하고,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항을 채워 넣었다.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 지역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철도 착공, 개성공단 정상화 등 교류와 협력 증대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등 인도적 협력 강화 △문화, 스포츠, 역사 등 다양한 분야 교류 증진 △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한 협력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대화하는 모습.

선언의 주요한 두 축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적 협력 강화’다. 두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단절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비핵화’와 관련된 조항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은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했음 보여준다. 평양공동선언 5항에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명시됐다. 

미국이 우려하는 미사일 시설 폐기에 대한 검증을 북한에서 수용한 결정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과거 북측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이 ‘보여주기식 폐기’라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또 저희는 북미 정상회담도 가급적 조기에 개최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내 서울에 방문해 ‘남북미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서울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을 위한 담판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북이 오는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 연습을 일체 중지하기로 합의한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평양공동선언’ 직후 도출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는 비무장지대(DMZ),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접경 지역을 평화 구역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합의해 평화의 기운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의 원본.

두 정상은 ‘경제적 협력 강화’ 부문에서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의 관심이 가장 큰 경협 사업으로 꼽히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연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다. 정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위해 이미 내년 예산에 2951억 원을 편성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의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으며,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른 대응 조치로 폐쇄됐다. 남북경협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지난 두 정권에서 차례로 중단된 두 사업을 재개해 남북 관계의 복원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다.

양 정상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에 개소하고, 문화 예술 분야 교류 증진을 위해 오는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 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 유치를 위한 협력에도 합의하는 등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20일 회담 마지막 날 백두산을 방문한다.

19일 둘째 날 저녁 일정으로는 문 대통령이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리는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에 참석해 북측 참석자 15만 명에게 직접 인사를 전한다. 저녁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평양시민들이 자주 찾는 식당인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을 방문해 환송 만찬을 즐길 예정이다.

2박 3일 마지막 일정인 20일에는 두 정상이 백두산 방문에 나선다. 당초 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마친 뒤 오전에 서울로 향하기로 했으나, 양 정상간 친교 행사로 일정이 바뀌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여 내일(20일) 아침 일찍 백두산에 출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두 정상은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올라가고, 날씨가 좋으면 내려가는 길에 천지까지 들릴 계획이다. 평양에 들어온 순안공항이 아닌, 백두산 근처 삼지연공항에서 환송행사를 한 후 귀국하는 일정이다.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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