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누구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대판 유토피아다. 단, 여성은 예외다.”
미국 CNN 기자 에밀리 창은 최근 출간한 저서 ‘브로토피아’에서 세계 첨단기술 연구 단지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성차별을 폭로했다. ‘브로토피아(BROTOPIA)’는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뜻하는 ‘브로 문화’와 ‘유토피아’를 합성한 말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남성이 만든 규칙으로 지배되는 세상이며 여성은 배제된다”며 “여성들이 왜 경기장 바깥으로 밀려나 구경꾼이 됐는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 과학, 공학, 수학을 뜻하는 ‘스템(STEM)’ 분야의 절대 다수는 늘 남성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 공학 계열 업계 진출자 56만 4952명 중 여성은 10만 3850명으로 18%에 불과하다. 1965년 153명이었던 여성 공대생은 2015년 600배가 늘어 10만명에 육박했지만, 교수나 주요 기술직에서 여성을 찾아보긴 힘들다.
전 세계 여성 기술인들이 STEM 분야에는 남성만 있을 거라는 편견, 여성의 능력은 남성에 못 미칠 거라는 선입견에 시달린다. 소셜벤처 투자사 ‘SOPOONG’의 유보미 심사역은 “여성을 향한 색안경은 취업?창업을 할 때, 연봉 협상이나 승진할 때 매번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기술 영역에서 ‘여성 가뭄’이 문제인 이유는 기술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파급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에밀리 창은 책에서 “농기구부터 자동차, 스마트폰, 인공심장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사로잡은 기술은 남성이 개발을 주도했고, 남성의 신체에 더 적합하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로봇, 인공지능(AI), 증강·가상현실(AR?VR)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현 시점에 남성 목소리만 반영된 기술이 일상을 파고든다면, 성차별은 더 교묘하게 이뤄지고 성차별을 둘러싼 21세기판 갈등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여성들이 편견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이 남성보다 뛰어난 역량을 드러내는 것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준비된 여성들이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셜벤처 투자시 젠더 관점을 적용해 성차별을 줄이겠다는 ‘SOPOONG’의 선언이나 이공계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소셜벤처 ‘걸스로봇’, 결혼?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과학도들이 모인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 등의 활동은 그래서 더 반갑다. 사회적 노력이 확대되고 한데 모여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기술 유토피아’가 신기술 사회의 시작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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