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산책을 가면 개똥이 널려져 있었어요. 그걸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부터, 놀다가 잘못 만지고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까지 지켜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죠.”

어린 시절부터 개를 좋아했던 애견가인 조무연 위스타 대표는 상식 밖의 견주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았다. 자신이 좋아서 반려견을 키운다면 최소한 비반려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조 대표는 독일 유학시절, 종이봉투를 늘 공원에 비치해두던 게 생각났다. 반려동물의 배변 처리 문제를 고민하던 그의 생각은 ‘비닐을 쓰지 말고 환경오염도 최소화하는 종이봉투를 사용하면 어떨까’로 이어졌다. 친환경 배변 봉투 ‘도기(dogie)’의 탄생 배경이다.

친환경 배변 봉투 '도기'

 

국민 1인당 연간 420장 비닐봉투 사용...독일의 6배·핀란드의 100배 

우리나라는 비닐 봉지 사용량이 유독 많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약 216억 장의 비닐 봉지가 만들어져 사용됐다. 국민 1인당 연간 420장이 사용된 셈이다. 이는 독일의 여섯 배고, 핀란드에 비해서는 무려 100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여기에 반려견 산책 시 사용되는 비닐 사용량도 적지 않다. 실제 반려견 변 처리 문제는 선진국에서도 골칫거리다. 조 대표는 “현재 국내 반려견 수를 665만 마리로 추정했을 때 반려견이 매일 한 번씩 산책을 한다 가정하고 이때 배변을 하면 이를 처리하는데 하루 665만장의 비닐봉지가 사용 된다”며 “문제는 이 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 100년은 걸린다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나라에서는 반려견 변 처리용으로 비닐 대신 더 빨리 분해되는 친환경 봉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또한 유럽의회에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자연 분해 성분’이라고 홍보하는 걸 금지시키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생물학과 리차드 톰슨 교수는 “10년 이상 된 친환경 봉지를 관찰한 결과 분해됐다기 보다 수백만 개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변형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산책 시 사용되는 비닐봉투를 대신해 친환경 배변 수거 봉투를 종이로 만든 게 ‘도기’다. 조 대표는 “종이로 만들어 친환경적이고 끝부분에 삽이 달려있어 이물감도 전혀 없고 위생적이다”며 “카드 정도의 작은 사이즈라 산책 시 옷 속 주머니나 핸드폰과 함께 들기 다니기 편하다”고 말했다. 도기는 몇 해 전 특허를 내고 동물병원, 관심 있는 개인 등에게 상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었다. 도기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이디어도 좋고 사용도 편리한데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현재 도기의 일주일 분량 봉투 세트(7개) 가격은 3,500원이다. 기존에 저렴한 비닐봉지를 사용해왔던 소비자에게는 분명 부담되는 비용이다. 이에 도기 제조업체인 위스타에서는 공정거래를 위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보다 대기업 등에서 도기 제품에 광고를 싣고 비용을 받아 가격을 낮추거나 무료로 배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개똥 치우는 남자’ 소셜벤처 위스타 창업...8월 '오기도기' 캠페인 시작

도기는 환경을 생각하고 펫티켓을 장려하기 위해 소셜벤처 위스타가 만든 대표 브랜드다. 위스타는 매년 10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견, 반려동물의 상품화, 그리고 이·미용에만 치우친 왜곡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사회 이슈를 해결하고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문화를 만드는 것을 주요 미션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올 2월 8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의가 계기가 되었다.

조 대표는 “영리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더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다 지금의 위스타를 창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대표의 이러한 가치에 공감해 ‘기생충 박사’로 알려진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이찬종 애견훈련소장 등이 자문으로 나서주고 있다.

서민 교수(오른쪽)는 위스타에 자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진 왼쪽이 조무연 위스타 대표.

조 대표는 도기 브랜드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도기를 제작하는 과정에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배변 봉투 제조 과정에서 일부 작업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 맡겼다. 더 저렴하게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으나 더 어려운 이들에게 일거리를 나누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장애인 사업장에도 제작 과정의 일부를 맡기려 계획 중이다.   

위스타는 올 8월부터 ‘오기도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기도기(吾基都基)는 ‘내가 지키면 모두가 지킨다’는 의미의 한자어다. 잘 썩는 친환경 종이 변 봉투 도기로 펫티켓 첫 출발을 하자는 의미다. 조 대표는 “작은 실천이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그날까지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조무연 위스타 대표가 제안하는 ‘펫티켓’ 3가지>

# 노란 리본을 달았다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만약 길거리에서 노란색 리본이나 노란색 표식을 목줄에 착용한 반려견을 만나면 이 반려견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보통 노란색 리본은 ▲유기견으로 아직 복종 훈련이 안된 경우, ▲다쳤거나 수술 후 회복 중인 경우, ▲겁이 많아 다른 개나 사람을 무서워해서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럴 때는 노란 리본을 단 반려견과 그 견주가 멀찌감치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 어린이들에게도 펫티켓을 알려주세요

강아지를 만지고 싶을 때는 부모님이나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어른에게 허락받고 만지도록 하고, 만질 때는 정면에서가 아니라 약간 옆에서 등을 쓰다듬는게 좋다. 강아지 머리 위로 손이 지나가면 불안해해서 물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아지도 좋아도 먼저 뛰어가지 말고 강아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도록 한다. 아기 강아지가 엄마 개와 함께 있을 때는 절대 만지지 않도록 지도해줘야 한다.  

# 산책할 때 꼭 배변 봉투 챙겨가세요

반려견과 산책 시 비닐 배변 봉투를 꼭 챙겨가자. 공원, 거리 곳곳에 놓인 배변을 보면 비반려인은 물론 반려인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더욱이 최근 플라스틱, 비닐 사용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이왕이면 비닐 대신 종이로 만든 친환경 배변 봉투 도기를 챙겨간다면 당신은 센스 있는 반려인!   


 

사진제공. 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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