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어떤 유혹에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위처럼’ 가사 中

지난 8월 8일 수요일 정오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 ‘바위처럼’을 율동하며 부른다. ‘바위처럼’은 굳은 의지를 담은 민중가요로 집회 시작이나 끝에 사용된다. 무대를 지켜보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 참가자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웃는다. 더운 날씨, 뜨거운 햇볕에도 그들은 부채와 손풍기를 동원해가며 자리를 지켰다.

 

 

 

인창고등학교 학생들이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을 췄다.

“8월 14일 오후 7시, 여기에서 또 한 번 촛불을 들겠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에 진행될 촛불 시위를 예고했다. 2015 한일합의 폐지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다. 위안부는 일본군을 위로한다는 뜻을 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작은 따옴표를 사용해 일본군‘위안부’라고 쓴다.

윤 대표는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한 것은 피해역사를 기리기 위함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수많은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행동을 통해 희망이 되고자 함”이라고 외쳤다.

 

 

 

 

체감온도 40도를 육박하는 날씨에도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

수요집회는 정대협이 주최한다. 단일 주제 집회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매주 갱신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제 1347차였다. 수요집회에서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7가지는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이다.

공연 시간에는 ‘역사 어린이 합창단’이 ‘평화의 소녀상’을, 여성교회가 ‘평화의 아침을 여는 이’를 불렀다. 여성교회는 이 날 집회를 주관했다.

이어진 자유 발언 시간. 6개 팀이 단상에 올랐다. 학생, 교사, 외국인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뜻은 하나였다. 더위와 습기에 공격받으면서도 이들의 목소리는 꼿꼿했다.

 

 

 

 

전북 교육청 산하 학생참여위원회 학생들은 마리몬드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전북 교육청 학생참여위원회 학생들은 “우리는 할머니의 상처에 감히 공감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주 조촌초등학교 김윤지 교사는 “영화 ‘아이캔스피크’ 등장인물인 옥분 할머니가 ‘잊어버리면 지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를 거꾸로 하면 ‘기억하면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며 “교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양이 남중고도에 위치해 가장 아프게 내리쬐는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도로는 노란 부채를 든 사람들 약 500명으로 가득 찼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무대가 보이지 않아 주최 측에서 대형TV를 따로 설치해야 할 정도였다. 한경희 정대협 사무총장은 “평소에는 약 200~300명, 방학 때는 그 2, 3배의 사람들이 참여 한다”며 “‘위안부’기림일을 맞는 주간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날 참석한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이영주 매니저는 “지금은 건물이 공사 중이라 보이지 않지만, 이전에는 수요집회를 할 때마다 일본대사관이 창문을 블라인드 커텐 등으로 가려놓았다”고 설명했다. 마리몬드는 매번 수요집회에 자리를 지킨다. 또, 짝수달 첫 수요일에는 혼자 가기 망설여 하는 사람들과 모여 시위에 참석하는 ‘함께 가는 수요집회’를 진행한다.

 

 

 

 

'함께 가는 수요집회'에 참여하면 일본군'위안부'와 수요집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피켓 제작, 점심식사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마리몬드 웹페이지)

마지막 순서로 여성교회의 강월구, 정미영 운영위원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하나, 일본정부는 성노예제가 국가의 조직적, 제도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폭력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배상하라.

하나, 한일 정부는 반인권, 반인륜의 2015한일합의를 전면 무효화하라.

하나, 박근혜 정권에 의해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산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양승태 사법부의 부당한 위안부 소송 개입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하고 양승태를 처벌하라.”

 

 

 

 

(위)대전 송촌고등학교 인권동아리 '봄' 학생들, 성남 늘푸른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 강원도에 사는데 서울 친척 집에 들를 일이 있어 온 김에 수요집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고3 학생)# “전라북도에서 당일치기로 왔다.” (중3 학생들)#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전주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 (초등학교 교사)# “대전 소재 고등학교 인권 동아리에서 올라왔다.” (11명의 학생들)

수요집회에 참석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놀랄만하다. 1시간을 위해 그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움직였다니. 게다가 오늘처럼 5분만 서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는 날씨에 말이다. 서울에 살면서 수요집회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기자는 조만간 노란 피켓을 다시 들러 가야겠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영상.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