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서는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 요건 7개에서 2개 요건을 폐지하는 등으로 완화하고 등록에 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의 사회적기업 정의 규정에서 국제공헌, 공유경제, 기술기반 벤처 등이 포괄될 수 있도록 ‘창의·혁신적 방식의 사회문제 해결’ 문구를 추가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편에 대한 첫 공청회에서 이와 같이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등록제 전환을 예고했다. 인증 요건이 지원과 연계됨에 따라 까다롭고,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등록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으며, 2010년대 들어 인증요건 완화, 절차 간소화 취지로 전환 요구가 더 커진 바 있다. 

지난 24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편에 대한 첫 공청회

이날 공청회는 등록제 개편에 대한 첫 공식 토론의 장이었기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고용노동부, "기존 7개에서 2개 요건 폐지, 지자체로 등록 권한 위임"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현행 인증제 요건을 완화하고 등록에 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등록 요건에서는 기존 7개 요건을 5개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1명 이상 유급근로자 고용 및 1개월 이상 영업활동 수행 조항과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폐지한다. 단 일자리 제공형은 3명 이상 유급근로자를 두는 조항을 유지한다. 조직형태, 정관·규약, 이해관계자 참여 의사결정구조 등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징표적 요건도 기존대로 유지한다.  

등록에 관한 권한도 현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시·도지시에 권한을 위임해 지자체에서 등록증을 교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재정지원 사업의 주체, 지역중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단, 등록증은 대여·양도가 불가하고, 폐업·등록 취소 시 시·도지사에 반납해야 한다. 

또한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 개정안 내 사회적기업의 정의·목적(법2조·8조)에 ‘창의·혁신적인 방식을 통한 사회 문제의 해결' 문구를 추가했다. 기존의 인증제에서는 취약계층 지원 부분을 강조해왔기에 공동 창업, 1인 기업 등 유급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인증이 불가했다. 반면 등록제로 개편되면 국제공헌(공정무역), 공유경제(쉐어하우스), 기술기반 벤처 등의 기업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등록제 개편 후 문호가 확대되면서 질적 수준 하락, 정부지원만을 좇는 사회적기업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있어 고용노동부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 대책도 이날 제시했다.  

등록기업 평가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내용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등록기업은 기존의 사업보고서(연 1회 고용부 제출), 경영공시(연 1회), 기업평가(유효기간 1년 혹은 2년)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이 평가된 사회적기업평가보고서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에만 재정·판로·금융·구매지원 신청 자격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로 사회적기업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제·사회적 성과 평가 지표를 확정, 올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등록제 전환 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현 예비사회적기업 수준 정도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며 "등록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는 연1회로 축소하는 등 기업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제도를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등록기업이 많아짐에 따라 성장 단계를 고려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해 부실 사회적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자정 활동 등을 촉진하는 사업을 발굴·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앙부처, 시도가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등록기업별 현황, 고용 이력 등 파악가능한 통합정보시스템을 추진한다. 또한 기존의 '사회적기업 육성전문위원회'를 '사회적기업 평가위원회'로 재편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내 사회적경제실을 신설해 전달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개정안을 보완하여 올해 하반기에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인증제-등록제 비교 (자료출처=고용노동부)

현장조직들, 정책 변화에 대한 논의·준비 부족 우려 "충분히 논의하고 가자"   

이날 공청회에서는 등록제 도입으로 인한 정책 변화를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도 이루어졌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설계된 등록제로의 전환은 사업 시작 단계의 다양한 기업들이 새롭게 사회적기업에 등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사회적기업 확장과 다양성 측면에서는 등록제 시행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록제 관련 제도 시행과 별개로 혁신적 기업의 진입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길 연구위원은 “등록제는 법률의 개정을 필요로 하기에 사회적기업 발전에 직접적인 정책은 아니다”라며 “인증제 자체의 개편, 사회적기업 진출이 부족한 사회문제 해결 영역에 대한 지원 등 등록제가 아니라도 사회적기업 확대와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등록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등록제가 본격 추진되는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방향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 공청회인 만큼 등록제 개편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 제언들이 쏟아졌다. 

이날 가장 많았던 의견은 등록제로의 개편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에 대한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윤봉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센터장은 “현장에서는 등록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사회적기업 신뢰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사회적기업 주요 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에 법 개정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연구위원도 “기존 인증 사회적기업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형평성에 부합하면서도 제도 취지에 맞는 세부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에 등록제 준비 과정 시 사회적경제 유관 주체와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제가 실제 실행되었을 때 이를 실행할 주체들의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 센터장은 “등록제가 시행되면 지자체, 권역지원기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행 전 인력 증원, 예산 확보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성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 이사장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재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중간지원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활용해 등록 이후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재정지원사업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등록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날 공청회 참가자들은 사회적기업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부실·위장 사회적기업의 등장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 이사장은 “퇴출 시스템 정비 등 등록제 도입에 따른 폐단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제 개편을 계기로 사회적경제 개념과 정체성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옥빈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이사는 “사회적 목적사업이 주된 사회적기업들이 현재는 대부분 상법상 회사로 규정되어 확장·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새로운 법인격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이사는 “이번을 계기로 사회적기업의 정체성과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대철 카이스트 교수는 “여러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인증의 목적이 무엇인지, 사회적기업 관점에서도 고민해보면 좋겠다”며 “인증 방식에서도 인증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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