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4년 3월, 제가 중학교 1학년 초에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한 직후였습니다. 전학온 지 한 달도 안돼 고열 등의 독감 증상에 시달렸습니다. 잘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컸던 때였지요.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제가 한 밤 중에 담임 선생님이 숙제로 낸 깜지를 써야 된다고 울고 소리 치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집안 여기 저기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참고로 그 당시는 타미플루 개발 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했던 이상행동은 독감으로 인한 '섬망 증상'(신체질환으로 인한 급성 정신병적 상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우리 아버지는 아이 공부 좀 시켜보겠다고 도시로 왔다가 우리 아이가 미쳐버렸다고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지요. 다행히 하룻밤의 에피소드에 그쳤고, 저는 이후 감사하게도 잘 회복했습니다. 

얼마 전 한 10대 학생이 독감을 앓던 중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낙상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1].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는 그 때 심한 섬망증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타미플루의 부작용일 거라는 추측들도 있습니다. 독감 환자가 타미플루를 복용했을 때 섬망, 혼돈, 자살사고 등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에 관한 우려와 이에 대한 연구는 타미플루가 개발된 이래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타미플루를 복용 했을 때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위험 비차비(risk ratio)가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2018년의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두 가지 연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첫 번째 연구는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된 연구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정신과적 부작용이 발생한 5천여 명의 타미플루 처방 환자가 연구 대상자가 됐습니다. 이 환자들에 있어서 타미플루 복용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에 정신과적 부작용 발생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복용 후 2일 1.90, 7일 1.32, 14일 1.28, 28일 1.25, 56일 1.13으로 부작용 발생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였습니다[2]. 하지만 이 연구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 국가 자료를 활용했으며,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자살 기도를 한 251명의 타미플루 처방 환자가 연구 대상자였습니다. 위의 연구와 비슷한 연구 디자인으로 타미플루 복용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에 자살 기도 발생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자살 기도와 타미플루 복용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타미플루를 복용했을 때의 자살 기도 발생이 복용을 안 했을 때에 비해 0.64배 낮게 관찰됐습니다[3].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정신과적 부작용은 타미플루 복용 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자살율은 높아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논의할 사항이 많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1) 발열과 같은 내과적 이상 상태에서도 섬망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물 부작용으로도 이상행동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것과 2)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와 부작용의 무게를 견주어 치료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독감으로 인한 고열과 그로 인한 합병증은 중증 상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조금 더 하자면,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타이레놀도 매우 드물긴 하지만 쇼크, 천식발작, 심근 괴사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양강장음료로 알려진 박카스 또한 위식도 역류질환, 신경병증, 우울증 악화와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요.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독감환자에 대한 주의사항 안내. /자료 출처=일본 후생성, 장창현 원장 역.

선정적인 보도, 그리고 그로 인한 지나친 불안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위기에 대한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일본후생성의 독감에 걸렸을 때, 항바이러스제 복용 중의 주의사항에 대한 자료를 번역해봤습니다[4].

독감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행동의 예와 사고 방지 원칙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한 장에 요약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직관적이고 한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네요. 무엇보다 예방 위주의 대처방안이 인상적입니다. 요지는 “독감으로 열이 나면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 하는 등의 이상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가족들이 안전하게 잘 돌봐줘야 한다”입니다. 첨부하는 자료를 통해 불필요한 염려는 내려 놓으시고, 안전사고에 잘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1. 오마이뉴스 관련보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8501&CMPT_CD=SEARCH
2. Kang HR, Lee EK, Kim WJ et al. Risk of neuropsychiatric adverse events associated with the use of oseltamivir: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ase-crossover study. J Antimicrob Chemother 2018;12. [Epub ahead of print]
3. Harrington R, Adimadhyam S, Lee TA et al. The Relationship Between Oseltamivir and Suicide in Pediatric Patients. Ann Fam Med 2018;16:145-148.
4. 일본후생성 홈페이지 자료 “독감 환자에 대한 주의사항 안내” 
https://www.mhlw.go.jp/bunya/kenkou/kekkaku-kansenshou01/dl/pamphlet181207_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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