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말 그대로 대중이 만드는 기금을 뜻한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통로가 되면서 ‘대안금융’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수단’,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투자 창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작은 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바꾸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몸 상태가 나빠진 A씨는 해독주스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뒤, 직접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첨가물 없는 건강주스’를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결과 47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제품의 질이 좋아 입소문이 나면서 재구매가 이뤄졌고, 펀딩금액 사용처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면서 더 큰 신뢰를 얻게 됐다.

#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필 보조도구를 개발한 B업체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디지털 시대 손글씨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감성적으로 풀어냈지만, 3D 프린터로 제작한 제품의 디자인과 품질 수준이 낮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목표 금액에 크게 미달한 채 실패로 끝났다.

플랫폼에 프로젝트를 올리는 것만으로 펀딩에 대한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사진=unsplash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자금 모집 수단의 하나로 크라우드펀딩이 자리 잡으면서 이를 시도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A씨와 B업체의 사례에서 보듯 창업이나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여러 기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길은 분명하게 나뉜다.

미국의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는 지난 11월 기준 모금액 총 39억 달러(약 4조 4000억원)를 모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업체다. 2009년 설립 이후 40만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이 중 26만개(65%)가 펀딩에 실패했다. 미국의 또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 역시 목표 금액의 25%도 채우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80%에 달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프로젝트를 올리는 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보상형,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시행하는 오마이컴퍼니의 한송희 부대표에게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한 부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성패는 100% 예측하기 어렵지만, 성공한 프로젝트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할 때 목표나 성격에 따라 유형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자료=한국예탁결제원

먼저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려는 생산자 혹은 업체는 기부형, 리워드형, 대출형, 지분투자형 중 어떤 유형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펀딩의 목표나 성격에 따라 스토리로 승부할지, 제품이나 회사의 성장 가능성으로 설득해야 할지도 정할 부분이다.

이후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크게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과 ‘킵 잇 올(Keep it All)’로 나뉜다. ‘올 오어 낫띵’은 기간을 정해두고 목표액을 넘어서면 성공, 채우지 못하면 모은 금액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줘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킵 잇 올’은 기간 내 얼마가 모였든 모금액 전체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리워드가 발송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결제대행사(PG)에서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 부대표는 “‘올 오어 낫띵’은 어떻게든 목표금액을 달성하려는 하는 마음이 커서 성공률이 더 높고, 실제 수수료도 ‘킵 잇 올’에 비해 더 낮은 편”이라며 “프로젝트 진행자는 모집금액의 10% 정도는 수수료로 나간다는 것을 감안하고 리워드와 목표금액 등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원자들이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도록 이끄는 크라우드펀딩의 성공 3요소로는 ‘리워드, 스토리, 네트워크’가 꼽힌다. 한정판, 신제품 등 매력적인 상품일수록, 프로젝트 내용이 참신하고 경쟁력이 높을수록, SNS나 미디어 등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성이 클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크라우드펀딩 성공을 이끄는 3가지 요소는 리워드, 스토리, 네트워크다./디자인=유연수

기업가들을 위한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로켓허브(RocketHub) 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마케팅 시 참여대상을 핵심 그룹에서 바깥으로 점차 확장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 그룹은 프로제트 당사자와 팀원 △첫 번째 그룹은 친구, 가족, 헌신적인 팬 △두 번째 그룹은 친구의 친구들, 지인 △세 번째 그룹은 더 넓은 관계, 일반 대중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해나가는 식이다.

RocketHub는 크라우드펀딩 진행 전 체크리스트도 공유했다. △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나의 네트워크 안에는 몇 명이 있는지 △네트워크에서 1인당 모금 가능액은 얼마인지 △온라인을 어려워하는 타켓을 투자 대상으로 할 경우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할 수 있는지 등이다.

한 부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흔히 돈을 모으는 일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 사람을 모으는 일에 가깝다”며 “모르는 사람보다는 가까운 지인부터 설득해 참여시키고, 한 번의 펀딩으로 큰돈을 모으길 기대하기보다는 여러 번 펀딩으로 모집 금액을 키우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