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말 그대로 대중이 만드는 기금을 뜻한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통로가 되면서 ‘대안금융’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수단’,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투자 창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작은 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바꾸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사회적기업 ‘친환경식품’은 콩나물, 두부 등 콩을 재료로 한 식품을 만든다.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투자자 24명으로부터 5150만원 모았다. 우선배당률 2%, 연단리 5%의 주식을 발행하면서 직접 생산한 콩나물, 두부 등 보상품도 함께 제공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다.

#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국내 수입한 (주)미디어캐슬은 지난해 와디즈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6개월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투자자 152명이 참여해 1억 9570만원을 모아 목표 금액 130% 달성에 성공했다. 기본금리 5%에 관객 수에 따른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37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투자자들은 40% 수익을 얻었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국내 수입한 (주)미디어캐슬은 일반회사채를 판매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억원 가깝게 펀딩을 성공했다./사진=와디즈

크라우드펀딩 중 ‘지분투자형’은 투자자들이 창업기업 등에 투자하고, 투자 금액에 비례해 증권, 채권 등 회사의 지분을 얻는 유형이다. ‘투자’의 성격이 큰 만큼 펀딩을 통해 얻는 금전적 이익이 크지만, 그에 따른 투자 위험도 큰 편이다.

여러 국가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적 규제를 만들었는데, 2012년 미국에서 도입한 ‘잡스법(JOBS(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이 대표적이다. 잡스법은 미국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법으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에서는 2015년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16년 1월부터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본격 가능해졌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자격을 획득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만이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한데 ‘와디즈’ ‘오마이컴퍼니’ ‘인크’ ‘오픈트레이드’ 등 업체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지난 3년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기업은 416개사이며, 성공 금액은 총 752억원이다. 총 시도건수 832건 중 482건(57%)이 펀딩에 성공했으며, 평균 펀딩 성공 금액은 1억 81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한 해 펀딩 성공 금액만 약 298억 1200만원으로, 2017년 277억 6000만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2016년 도입 이후 꾸준히 성장 중이다./자료=크라우드넷, 디자인=유연수

2018년 12월 기준 업종별 성공 실적은 △IT?영상(171건, 36%) △제조(132건, 28%) △도소매(66건, 14%) △전문기술(33건, 7%) 순이었으며, 업력별 성공 실적은 △1~3년(172건, 36%) △1년 이하(113건, 24%) △3~5년(99건, 21%) △5~7년(47건, 10%) △7년 초과(42건, 9%) 순이다. IT?영상 및 제조 분야의 5년 미만 업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모집 금액 중 68% 점유한 와디즈 측은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창업 초기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창업 초기 사업 확장 및 안정화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투자형 누적 투자자 수는 지난 12월 기준 3만 7924명이다. 투자자 대다수는 30대 남성으로 30대가 41%(1만 5545명), 남성이 69%(2만 6134명)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투자자 연령 분포는 30대 다음으로 △30대 미만 26%(9860명) △40대 23%(8722명) △50대 8%(3035명) △60대 이상 2%(758명) 순으로 나타났다.

1기업당 투자 금액은 △50만원 미만 40%(1만 4472명) △200만원 미만 26%(9442명) △100만원 미만 22%(7915명) △150만원 미만 6%(2391명) △200만원 초과 3%(1341명) 순으로, 1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가 전체 60% 이상을 차지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액 투자 위주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업 초기 기업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평을 받았다./사진=iStock

창업·벤처기업이 성장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창업·벤처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년 동안 모집할 수 있는 금액을 기존 7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확대하고, 최근 2년간 총 5회 이상 1500만 원 이상 투자한 일반 투자자를 적격 투자자로 인정해 연간 투자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는 일반 투자자의 경우 기업당 500만 원씩 연간 총 1000만 원, 적격 투자자는 기업당 1000만원 씩 연간 총 2000만 원, 투자회사 등 전문 투자자는 제한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성장세가 다소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P2P대출’이라 불리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공식 누적대출액(한국p2p협회 기준)이 지난해 11월 기준 3조 원을 돌파하며 덩치를 키워가는 것과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다. 관련 업계는 “연간 투자 누적금액이 1인당 1000만 원으로 묶인 일반 투자자 한도 규정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송희 오마이컴퍼니 부대표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라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제약은 필요하지만, 일반 투자자의 연간 누적 투자금이 현재(1000만 원)의 2배 수준인 2000만 원 정도로 늘어나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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