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말 그대로 대중이 만드는 기금을 뜻한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통로가 되면서 ‘대안금융’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수단’,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투자 창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작은 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바꾸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평소 동물을 아끼는 A씨는 동물보호단체에 정기후원을 한다. 해당 단체에서 구조한 유기견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라오고, 네이버 해피빈에 치료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되자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모금에 동참했다.

# B씨는 좋아하는 웹툰작가가 텀블벅에 올린 ‘2019년 다이어리’ 견본품을 보고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다. 다른 판매처에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었고, 다이어리 구성과 사은품도 마음에 들어 구매를 결정했다. 10월 중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2달 뒤 원하던 제품을 배송받았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 유형이 ‘기부형’과 ‘보상형’이다. 국내 대표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 등 IT 대기업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한다. 이용자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원하는 프로젝트를 클릭해 사연을 접하고 원하는 액수만큼 자발적으로 기부하며, 기부금 영수증과 소득공제 등을 받을 수 있다.

해피빈, 같이가치 등은 포털사이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부에 손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사진=카카오

‘해피빈’은 기부에 참여하려는 인터넷 이용자와 도움이 필요한 공익단체를 이어주기 위해 2005년 7월 시작한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블로그, 지식인 등 네이버 서비스 이용시 1개 100원인 ‘콩’을 무료로 지급해 손쉽게 기부에 참여하도록 하며, 직접 결제를 통한 기부도 가능하다. 특히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0원이라 모금액 100%를 단체에 전달한다.

지난 13년간 활동을 이어온 결과 지난 12월 기준 총 1470만 여명이 기부에 참여했으며, 누적 기부액은 940억 원을 돌파했다. 2018년 한 해에만 7만 8000여 명이 온라인 나눔에 동참했으며, 157억 원이 넘는 기부금액이 모였다. 해피빈 측은 “네이버 이용자라면 누구나 소액으로 원하는 단체를 후원할 수 있다”며 “세상의 행복한 변화를 만드는 나눔 커뮤니티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같이가치’도 이용자의 참여로 이뤄지는 모금 서비스로 지난 2007년 시작됐다. 모금함에 댓글을 달거나 응원, 공유를 할 때마다 카카오가 100원씩 대신 기부하는 방식과 자발적인 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11년간 1만개 넘는 프로젝트가 올라왔으며 지난 12월 기준 누적 참여자 2200만 명, 기부금액 220억 원을 돌파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 10여 년간 ‘해피빈(1478만 2339명)’과 ‘같이가치(2200만 9438명)’의 누적 참여자만 더해도 3678만 명을 넘어선다. 이는 통계청 2018년 조사 기준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 수인 약 3757만 명과 비슷하며, 전체 인구 수 5164만 여 명의 71.2%에 해당하는 수치다. 누적 참여자 수이지만 이용자 10명 중 7명 꼴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나눔을 실현한 셈이다. 두 플랫폼의 누적 기부금을 더하면 약 1176억 원이며, 이용자 1인당 1회 평균 약 3200원씩 기부한 양상이다.

국내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는 IT 대기업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한다./디자인=유연수

가장 대중적이며 크라우드펀딩 시장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보상형’은 후원금액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유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상품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서 성공하면, 제품이나 티켓 등 후원에 대한 소정의 대가를 받는 식이다. ‘와디즈’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등이 국내 대표 업체로 활동 중이다.

창업자가 창작자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을 경우 △신규 프로젝트 추진비용 모집 △예약 구매자 확보 △신규 상품에 대한 시장 반응 확인 △자발적 홍보하는 지지층의 확대 △펀딩에 성공할 경우 홍보 효과 등 장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품이 많이 들고, 성공 예측이 어렵다는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대학생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 가톨릭대 팀은 프로젝트 ‘629(유기동물 구하기)’ 수행을 위해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준비 중이다. 유기동물 보호소와 입양자?봉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50만원을 모은다는 목표다.

이예지(카톨릭대4) 팀장은 “아무래도 유명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보니, 스토리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도록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만약 펀딩에 성공해 플랫폼을 제작해보고 추후 가능성 있는 모델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사업화까지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청소년 극단 무하는 '꿈의 무대'인 대학로에 서기 위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성공했다.
/사진=텀블벅

강원도 춘천의 청소년 극단 ‘무하’는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 공연을 목표로 지난 11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결과, 목표 금액인 4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665만 6000원을 모았다. 공연 티켓, 프로그램북, 뱃지 등을 주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으로, 후원자 147명에게 보상 금액에 따른 물품을 제공했다.

최휘수 무하 단원(19)은 “극단 활동을 하면서 어른들이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우리도 무언가 주체적인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 덕분에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염재승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창작자?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천편일률적 상품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준다”며 “주류와 비주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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