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경제를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과제의 하나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적경제, 특히 공유경제에 천착하는 것도 이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올 9월 경기연구원 제13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의 일성이다. 그는 경제 정책을 고민하는 정책입안자 위치에서 사회적경제를 일찌감치 고민했던 사람이다. 경기도 주요 정책 설계를 할 경기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경기도 여러 정책과 행정에 사회적경제를 스며들게 하면서 변화를 불러올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 윤병훈 대표가 지난 4일 경기도 수원 경기연구원에서 이 원장과 만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그의 소신과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 경기연구원 원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원장님은 사회적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성남시에서 실제 여러 결실을 맺은 정책을 도입하는데 역할한 것으로 압니다. 2011년, 성남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으며 지역의 풀뿌리 사회적경제 확산에 매진해 왔는데, 당시 다소 생소했던 공유경제’를 강조하기도 했죠.

▶ 예, 저는 ‘사회적경제’를 ‘공유경제'로 확장해서 접근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커먼스(Commons) 그룹에서 시작한 공유경제의 역사는 마르크스 공산주의 이전의 생시몽 같은 극단적인 공동체 운동이 현대에 접어들면서 일부 환경, 생활, 경제 분야로 현대화 되면서 공유경제로 발전했습니다. 공유경제가 기존 경제의 슬랙스(틈새)를 해소하는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공유경제가 사회적경제보다 스펙트럼이 더 넓다고 볼 수 있다는 거죠.

공유경제는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이중함수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의 우버(uber)라는 공유경제 기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우버의 시장지배력은 시장경제의 이윤가치를 뛰어넘어 사회적가치 실현까지 이르렀습니다. 사회적경제는 목적함수가 다릅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져야 합니다.  

대담을 나누고 있는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과 윤병훈 이로운넷 대표.

- 이번 정부 출범에도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캠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 여러 활동이 있었는데,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도 많이 하셨지요.  

▶ 문재인 정부 정책과제 중 두 번째 의제가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경제'입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을 담고 있습니다.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 가운데 4차산업, 혁신성장을 주목합니다. 혁신성장은 성장 동력을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에 역점을 두고 주목했습니다.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분과위원장을 할 때, 중기청을 중기벤처부로 승격하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이 이루어졌습니다. 

- 지난 이야기지만, 성남시 소득재분배정책의 사례와 2010년 모라토리엄(moratorium·급박한 위기로 지급유예)선언은 꽤 이슈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짧게라도 설명해주신다면요. 

▶ 모라토리엄 선언은 이재명 도지사가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에 당선될 당시 일입니다. 그 해에 처음 지방정부에 복식부기가 도입되는 시기였는데, 성남지역의 회계사들과 시의 재정회계를 살펴보았습니다. 며칠을 들여다봐도 도무지 5천억 원 이상 차이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상 빛이었습니다. 계정에는 특별이익잉여금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사실은 민선 3~4기 때, 판교를 개발하면서 국토해양부(지금의 기획재정부 소관)에 돌려줘야할 돈으로 사실상 부채에 해당하는 돈이었는데 이것을 회계상 쓸 수 있는 돈으로 생각하고 써버린겁니다. 5기 민선 시장을 시작하면서 당시 국토부 국장에게 5천억 원을 이미 써버린 사실을 알렸습니다. 원래 행안부에 재정고 시스템 있어 행안부로도 회계 정보가 가게 돼 있거든요. 그 당시 정부조직(행안부 재정고) 운영책임을 진 총리를 직무태만으로 고발도 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기채(起債,  1. 빚을 얻음. ‘빚냄’으로 순화. 2. 국가나 공공 단체가 공채를 모집함)할 수도 없어서,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고 민선 5기 3년 동안 긴축재정을 통해 모라토리엄에서 졸업했습니다. 그 당시 공원 재정비사업, 공원 식수사업 등을 아껴서 재정고를 정비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사례는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재정 자주권 사례’가 되기도 했습니다.  

- 당시 성남에서 성남사랑상품권을 비롯해서 지역화폐의 유통 등 여러 소득재분배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소득재분배정책에서 ‘기본소득’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했나요.

▶ 성남에서 임금직불제를 했습니다. 시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 좀 더 나은 보수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성남의 기업들도 호응을 기대했습니다. 임금직불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기업에게만 맡길 수 있을게 아니어서 전국 최초로 '시민기업'을 만들어서 시민기업을 통해 임금직불제를 실현했습니다. 

기본소득의 개념도입은 성남시 민선 5기 때는 없었고. 2014년 성남시 6기 때 행복위원장을 하면서 기본소득 개념을 성남시에 도입하도록 했습니다. 그 시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의됐고, 민간에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민선6기를 시작하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기본소득 공부를 차근히 시작했습니다. 라벤토스의 책을 번역하게 된 게 그때부터 입니다. 이후 이재명 시장과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니엘 라벤토스 지음, 이한주·이재명 옮김, 2016. 책담 펴냄)책으로 냈습니다.  당시 성남에서는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부분기본소득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배당을 지급했습니다.

- 성남에서 나름 성공한 여러 사회적경제 정책들을 경기도 전체로 확장, 적용할 지가 관심사이기도 할 듯합니다. 

▶ 성남에서 사회적 경제 실험은 백가지는 했다고 봅니다. 그 가운데 많은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가 그중 한 사례입니다. 성남사랑 상품권은 성남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연매출이 평균 20%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지역화폐가 성공한 것은 재래시장 활성화와 지역상권 보호, 성남지역 주민과 상인들간의 상생에 주력했기 때문입니다. 성남사랑상품권을 구입하는 시민들에게는 구입초기 일정 금액 할인을 해주고, 기업들은 전액 액면가로 구매하도록 하여 주민들의 참여와 사용을 권장했습니다. 성남사랑상품권을 지역농협에서 환전하는 상인들에게는 상품권의 본 가격을 보장해줬습니다. 상권활성화재단, 시장상인회, 농협, 시민의 참여 등으로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지역화폐의 발행 취지는 외지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자금의 역내 순환을 도모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것입니다. 다른 광역도시에서 성남의 성공사례를 따라 지역화폐를 서둘러 도입하기는 했으나 성남시만큼 지역유동성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정책믹스를 잘해야 합니다. 정책은 영악해야 합니다. 지역화폐를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일정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사례를 경기도로 확대하여 적용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사회적기업들의 판로개척이 생각보다 어렵고 그 경로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이 기대보다 낮습니다.  지원의 시스템을 바꾸어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고, 사회적경제조직의 활로를 개척하는 매칭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경제를 위한 미디어 플랫폼 활용에 대해 조언을 하신다면요. 

▶ 사회적경제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져야 합니다. 핵심성과지표(KPI)를 우선하기보다 사회적 영향력(소셜 임팩트)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사회적가치(CSV) 실현에 대한 평가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잘한 사람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공익과 시민을 위한 사회활동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진심어린 노력이 그를 미국 대통령까지 되게 했습니다. 이로운넷이 미디어의 순기능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사회적경제에서 공유경제로 아젠다를 확장하고 그 틈새를 이용하기 바랍니다.

 

★이한주 원장은

그는 2010년 가천대학교 경영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무렵 가천대 최고경영자과정, 사회적경제 기업가 아카데미를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가들과 교류하고 인연을 쌓아왔다. 2011년에는 성남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이 해 성남시 주최로 <2011 살림의 경제 한마당>을 개최하고 몬드라곤 협동조합 등 국내외 명사들을 초청하여 강연과 다양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2016년 19대 대통령선거 이후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의 국정의제에 사회적경제 부문의 의제를 녹여내는데 일조했다.  중기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된 것도, 사회적경제 담당부처가 고용노동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게 된 것도 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받는다. 2017년에는 가천대학교 특임부총장을 역임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일으키는 사람, 신실하고 의리 있는 파트너십의 소유자로 겸손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지녔다고 애기한다. 은근하면서도 끈기 있게 학자적 품성을 지키며 연구하고 탐색한다. 주변사람을 포용하고 여유 있게 이끌어 가는 품이 넓은 인물,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는 마을의 주민으로 주변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지역의 현안과 고민들에 귀 기울이고 조그만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고 실현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실천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