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만들었는데, 왜 지원 안 해줘요?”

 

얼마 전 취재로 만난 서울 중구의 한 협동조합 이사장이 청년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협동조합은 3년 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고 30분 동안 3년 전 경험한 정부 지원 사업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요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 브랜딩, 매출로 직접 이어지지 않는 마케팅과 홍보. 인력수급의 문제였다. 

“빛 좋은 개살구에요. 기계만 남고 홈페이지와 CI는 의미가 없더라고요. CI는 지원 사업 한 달 남겨놓고 1주일 만에 만들어졌어요. 충분한 논의 없이 기간 내에 끝내야 하다 보니, 수정을 요구해도 되지 않았어요.”

그의 불평은 계속 이어졌다. “사업종료 뒤 지원도 없어요. 차라리 돈을 지원해주던지. 그러면 광고를 하든지 그럴텐데 말이에요.” 

정부가 지원해 준 사업이 마음에 차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추가 판로지원이나 금전 지원이 없었다는 불만이었다. 

사업을 살펴보니 지원내용은 다양했다. 1억 원의 80% 내에서 시스템 개발비 지원을 비롯해 브랜드네이밍과 CI·BI 제작, 카탈로그나 리플렛, 브로슈어 제작 등 마케팅 지원, 홈페이지·온라인 판매시스템 구축, 생산·검사·연구 등 사업 용도의 장비 지원 등이었다. 

‘영업 인프라를 구축해 일자리 창출과 매출을 극대화하고, 소상공인협동조합이 자립기반 구축’이라 소개돼 있었다. 말 그대로 초기단계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해 협동조합이 자립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사업의 목적이었다. 사업 소개 자료 어디에도 ‘지원금 직접 지급’은 없었다. 이 사업을 지원 받을 때 당사자들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이다.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운영방식이나 정부 지원책도 인지해야 한다. 이익을 주주가 갖는 것보다 사회에 환원하는 정도가 훨씬 더 큰 사회적기업을 지향(인증)하는 게 아니라면 협동조합 역시 사적 자본을 토대로 이익을 추구한다.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고, 조합원이 승인한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하고 머리 맞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협동조합 지원정책이나 활성화 사업이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원 받는 수혜자, 기업 현장에서 불만과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을 위탁하는 지원 조직의 ‘해치우기 식’ 사업 진행방식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책을 펼치면서도 현장의 불만이 높다면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도 따져볼만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역할은 ‘서포트’다. 협동조합이라는 특수한 조직 형태가 갖는 긍정성 때문에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자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 협동조합을 만든 이들이 자립하는 전략이 우선이고, 정부 지원책은 그 전략의 한 요소로 활용할 때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의 질문과 요구가 바뀌길 기대한다. “그 목적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더 효율적 아닐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가 아닌 B입니다.”, “해주려면 제대로 수준을 갖추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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