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다양한 정책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해다.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로운넷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주요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 2019년 사회적경제 이슈를 분야별로 직, 간접 전망해봤다.
지난해 7월 대구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 현장./사진제공=커뮤니티와경제

 

지난해 7월 대구에서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첫 통합박람회라 부담이 클 법도 한데, 대구가 선뜻 나섰다. 여러 평가들이 있었지만, 민·관 협력 하에 매끄럽게 행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당시 통합박람회 민간을 대표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강현구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장은 <이로운넷>과 인터뷰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온 대구의 민·관 거버넌스, 민·민 연대가 통합박람회를 치러내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

민·관 협력, 민·민 협력이 가장 어렵다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연대가 강점이라는 대구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008년부터 대구 사회적경제 지원기관으로서 전문성을 쌓아온 ‘커뮤니티와 경제’ 소장이자, 2016년 설립된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이끄는 김재경 센터장을 만나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다.

김 센터장은 “지역 공동사업으로 연대와 협력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계속적인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작은 단위에서 준비해야 큰 단위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센터장은 2019년 대구 사회적경제의 주요 이슈로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금융’을 꼽았다. 사회적 가치 확산에 나서는 공공기관들과의 새로운 협력 기회가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또 다른 성장 기회를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다. 자조기금 조성 등 사회적금융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19년에는 대구 사회적경제가 더 서민경제 안으로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쇠퇴하는 공단, 봉제 및 안경 등 지역의 뿌리 산업 등과 결합해 신기술 등을 적용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실험하겠다고 밝혔다. 

김재경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 대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지난해 열린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다. 13개 부처가 공동주최하는 큰 행사라 준비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자체적인 평가는 어떤가.    

▶ 솔직히 만만치 않은 행사였다.(웃음) 처음으로 13개 부처가 함께했고, 345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참여했다. 보통 이 정도 규모면 중앙에서 쥐고 가는데, 이번에는 대구에 위임했다. 민·관 공동추진위가 꾸려지고, 전체 행사의 80% 이상을 지역기업들이 함께 준비했다. 대구시는 주로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민간이 중심이 되는 행사를 고민했는데 그 원칙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무엇보다 행사 준비를 하며 지역 사회적경제인들 간에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민·관이 연대의 경험을 쌓았다. 

- 민·민, 민·관 연대가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사실 제일 어려워 하는 부분이다. 

▶ 우리는 연대의 경험이 많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논의하고 훈련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작은 단위에서부터 먼저 준비하고 시도해야 큰 단위에서도 그게 가능해진다. 

현재 대구 사회적경제기업이 8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지역사회 연대 협력 사업이 잘되는 이유는, 기초 단위(구) 사회적경제협의회들이 튼튼히 서 있고, 영역을 넘어 일상의 연대를 펼치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렇게 기초 단위까지 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고, 광역 단위도 4개 부문(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이 따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대구 8개 구 가운데 7개 구에 사회적경제협의회가 만들어져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모범적이다. 동구에 위치한 안심마을의 경우 전체 인구가 4만5천명이다. 여기에 사회적경제조직만 20여개고, 관계자도 2,000여명에 이른다. 지역에 안착한 사회적경제기업이 혼자가 아닌 생태계로 운영되는 좋은 사례다. 얼마 전에는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 한 회원의 딸이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협의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후원의 밤’을 마련했는데, 회원 기업들이 자기 제품을 무상으로 기부했다. 기획에서 실행까지도 딱 1주일이 걸렸는데 2천만원을 모았다. 놀랍지 않나. 일상의 연대를 통해 신뢰 관계가 형성된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서로 섞여서 부대끼고 사업도 같이 해야 신뢰도 영향력도 생기고 협업 구조도 생긴다. 부문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아니라 지역별로 묶이니 오히려 할 일이 많다. 

대구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민민협력의 모범이다. 사진은 동구사회적경제 장터./사진제공=커뮤니티와경제

- 작은 구 단위까지 협의회가 잘 작동된다는 게 놀랍다. 민·민 간에 이러한 신뢰가 있으니 민·관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건가.

각자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에 가능하다. 대구시도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민간이 역량을 축적하고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믿고 지지해주는 편이다. 우리 같은 중간지원기관은 기업들이 필요한 욕구를 잘 파악해 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역할에 충실한다. 현장기업도 개별 기업의 이익만 고집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 생태계를 고려하며 유연하게 대처한다. 대구는 특출 난 몇몇이 이끌어가는 곳이 아니다. 평균적인 여럿이 모여 연대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 민간과 공공을 연결하는 중간지원기관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본다.  

▶ 대구는 사회적경제 지원 역할을 오랜 기간 ‘커뮤니티 경제’가 통합적으로 운영해왔다.(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대구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 등 중간지원 역할을 하는 센터들의 사업 위탁을 ‘커뮤니티와 경제’가 모두 맡고 있다) 단점도 있지만 지자체와의 협상 및 논의 창구가 일원화 되어 있어 소통의 혼란, 중복 지원 등의 문제를 최소화해 정책 제언 시에도 유리하다.   

중간지원기관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경제가 자생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늘 현장과의 밀착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업 시에도 늘 민간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고민한다. 예를 하나 들면, 매년 7월경 대구에서는 사회적경제인들이 자체적으로 사회적기업 박람회를 연다. 그런데 기존 박람회와 좀 다르다. 호텔 같은 곳에서 하는 우리만의 잔치, 화려한 기념식이 아니라 지역의 취약지역을 정해서 그곳에서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주민잔치를 겸한 기념식을 한다.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경제활동이기에 더 의미 있는 걸 하자는 고민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올해로 3년째인데 이 또한 기업들이 낸 아이디어다.

대구 사회적경제 리더스 아카데미./사진제공=커뮤니티와경제

- 최근 대구 사회적경제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업들도 소개 바란다.

▶ 사화적경제 관련 연구자 네트워크가 운영된다. 2017년 7개 대학과 MOU를 맺고 사회적경제 교육을 대학에서도 진행한다. 교수들이 교과목 교육에 사회적경제를 편성하고 현장 기업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한다.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현실을 반영한 교육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현장을 관찰하고 연구 기준을 세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소셜크라우드 펀딩’도 있다. MBC와 함께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하고, 시민 100명이 현장에서 1만원 투자를 한다. 여기에 민간기업이 10만원을 매칭한다. 방송으로 나가면서 홍보 효과도 크다. 올해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참여하는 크라우드펀딩을 TBC와 함께 진행한다.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 ‘무한상사’도 주목할 사업이다. 무한상상을 운영하는 조직도 사회적기업화해서 지속가능한 모델로 성장시키고 있다.  

- 대구는 보수적인 정치 성향이 강하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라며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고, 올해 지방선거 당시에도 동구청장 후보가 “사회적경제가 미래의 가치라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 등의 폄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한 지역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 대구가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얘기한 기초 단위(구)의 사회적경제 협의회가 활성화가 돼있어서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시민 대상의 지역 공동사업을 활발히 하는데 이게 사회적경제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되고 있다. 직접적인 유권자인 시민들 속에 사회적경제가 존재하면 정치인들도 무시할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경제가 더 밑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과 더 밀착된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에는 대구에서 통·반장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도 준비 중이다. 

- 모범적인 부분도 많지만 과제도 있을 듯하다. 

▶ 물론 너무 많다. 대구 사회적경제 평균 매출이 5억원 정도로 영세하다. 더 규모화하고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협업 사업, 신규 사업 가동 등이 필요하다. 경영컨설팅을 강화해 매출 확대도 고민하고 있다. 동아리 발굴 등 다양한 곳들과 연계를 통해 좋은 씨앗을 발굴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다. 

지역민들이 사회적 가치를 일상에서부터 체감하도록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 주기에 맞는 탈산업화된 사업들을 사회적경제가 발굴해야 한다. 일상에서 사회적경제와의 접점이 많이 생겨야 주민들이 진짜 “사회적경제가 좋네”라는 말이 나온다. 

김재경 센터장은 내년 대구 사회적경제 이슈로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금융'을 꼽았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한국가스공사와 업무협약 장면. /사진제공=커뮤니티와경제

- 2019년에는 어떤 사업을 주로 구상하고 있나. 

▶ 사회적경제가 가진 강점을 살리는 신사업들을 구상 중이다. 사회적경제의 강점은 대민 서비스다. 관계망 속에서의 돌봄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열린 공동체를 확대하는 역할이다. 기술이 발전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고령화 사회 고독사 등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OT와 사회서비스를 결합시키는 모델이라든지, 전통시장·골목상권·쇠퇴하는 공단·뿌리산업(봉제, 안경 등) 등 서민경제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판로를 찾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사업 등이다. 

- 2019년 대구 사회적경제의 주요 이슈를 뽑는다면. 

▶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공기관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사회적경제도 여기에 대응해 지역사회 밀착형사업을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각 공공기관의 역할에 맞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유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에 유리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한다. 

또 하나는 기업들이 규모화 되면서 지역에도 사회적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앙의 기금 연계도 고민하겠지만 지역 내에서 기금 수요, 운영 방식 등에 대해 함께 공부·논의하는 흐름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실제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에서는 자조기금을 만들자는 고민이 시작됐다. 

- 2018년은 양적으로 사회적경제가 팽창한 시기다. 2019년 이를 넘어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질적 도약을 하려면 어떤 과제가 있을까. 지역 주체로서 제언을 한다면.  

▶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거다. 사업의 중복성을 막고 정책 자원이 꼭 필요한 곳에,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제도 간 연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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