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뻔한 질문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본질에 접근한 질문이다. 

최근 공공기관도, 민간기업도 한국 경제의 위기를 외치며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얘기한다. 새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인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강조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물음에 답을 주는 책이 최근 발간됐다. 국내 경영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인사조직학회가 출간한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클라우드나인 펴냄)이 그것이다. 

이달 초 책 발간 후 사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단체주문이 쇄도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에는 김재구, 배종태, 문계완, 이상명, 박노윤, 이경묵, 성상현, 이정현, 최종인 등 공동저자가 모두 참여한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출간을 주도한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 부회장)는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나아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선언을 넘어, 경영 전반에 적용·실천하는 ‘사회가치경영’을 펼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사회가치경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지금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 자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2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을 역임한 김 교수에게 지금 시기 사회가치경영이 왜 강조되고 있는지 들어봤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

- 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민간기업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사회가치경영’을 주제로 한 책이 거의 없다. 국내에서도 초기 단계의 논의 수준이라 그 시작을 알리는 타이밍으로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면서 경영학자들의 관심도 크다. 이제는 이러한 담론이 필요할 때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이 선언적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 사회가치경영의 의미는.   

▶ 기업은 사회 속의 존재다. 이는 필연적 관계다. 그런 면에서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비롯해,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도 활발히 전개되어 왔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 CSR은 자선·시혜적 차원의 기부 활동에서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으로 발전되어 왔지만 여전히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SV를 통해서는 기업의 본업과 연결된 사회공헌 활동, 핵심역량과 연결된 사회가치 추구 등으로 논의가 일부 진전 되었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것이 사회가치경영(SVM, Social Value Management)이다.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고객 요구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기업 경영이다. 기존의 CSV가 경영 전략에 따라 사회적 가치에 접근했다면 사회가치경영은 기업의 경영 전략뿐 아니라 조직과 인사, 문화까지 총체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 왜 지금 시기, 사회가치경영을 강조하나. 

▶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후 양극화에 따른 사회문제(고령화, 고용불안, 빈부격차 등)가 심각해지면서 평등과 정의 등이 중요한 화두다. 고객들 또한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가치 창출만으로는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시대다. 예로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중국의 ‘디디추싱’은 앱 이용자가 차량 등록기사에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불매운동 등 조직의 위기를 자처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했을 때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사례를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이 외에도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수익과 위험 이외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국인사조직학회가 출간한 도서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

또 하나는 한국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이제는 혁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Schumpeter에 따르면, '자본주의란 기업가정신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움직임 속에서 경제적 기득권의 파괴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경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단기 업적과 빠른 성과, 조직 간 이기주의에 빠져 혁신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등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기업이 그동안 체득해왔던 경제적 가치에 따른 단선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여 다양성을 수용하는 역동적 관점과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 이 모두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 국내 기업들이 사회적가치경영을 적극 펼친데는 사회공헌 활동의 성과와 반성의 결과기도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등장이 새로운 자극이 됐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좋아하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다.(웃음)  

현재 한국은 단기 업적주의, 부처 간 칸막이,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안정 지향주의 등이 문제로 나선다. 정부기관, 사기업 모두 그렇다. 그런 점에서 2007년부터 국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온 사회적기업은 이들에게 좋은 자극제였다. 사회혁신과 관련된 현장에서도 소셜섹터가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기업가들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도전을 해나갔고, 혁신을 일궈왔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이 과정 자체가 한국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사회 변화를 불러일으키는데 일정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많은 기업들에 “사회적기업을 배우라”는 얘기들을 해왔다.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다.

- 현 정부도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강조한다.  

▶ 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책에서도 강조했지만 사회적 가치 추구를 기준으로 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는 민간 기업들에게도 이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먼저 시작한 경험에서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며,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부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규제 산업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민간기업에서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확산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분석한 내용을 함께 수록했다. 실제 공공기관들에서도 책 문의를 많이 해온다. 

김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등장이 사회가치경영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 앞으로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시발점이 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해 간단히 평가한다면.

▶ 이제 시작 단계다. 앞으로 더 정교화 될 필요가 있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공공기관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가치 확산이 새로운 경영평가 항목의 신설 정도로 바라보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직 전반적인 혁신이 아니라 기획 단위 등 경영평가 업무팀의 과제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 드린다. 우선 사회적 가치 활성화에 먼저 나선 사회적경제 부문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재정 지원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으로 사회적경제 부문의 자율성 제고 및 내생적 성장이 지체되었다는 지적, 고용 인원 등 양적 성장에 치우쳐 지속가능성 등 질적 성장에 소홀했다는 지적 등이다. 

또한 위로부터의 하향식 사회적 가치 창출 및 평가 방식의 한계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야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에서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확산될 수 있다. 

- 사회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섹터는 사회가치경영과 밀접히 맞닿아 있는 듯하다.

맞다. 기업들이 사회가치경영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갈수록 사회적경제와 협력 가능성도 더 커진다. 다만 협력 시에는 각 주체들의 변화가 중요하다. 

기업의 경우 오픈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모든 걸 직접 다하려 하기 보다는 앞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소셜섹터와 기획부터 함께 하며 경험을 쌓아가길 바란다. 

소셜섹터에서도 자신들이 해온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지켜봤으면 한다.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어떻게 연관되어 선순환 하는 구조를 만들건지 고민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플레이그라운드를 짜는 건 정부가 하지만, 그 장에서 어떻게 할지는 결국 여기서 활동하는 이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지난 7일 진행된 출간기념 토크쇼에 참석한 공동저자들/사진제공=김재구 교수

-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 사회가치경영이 일부 리더의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초기기도 하지만 아직은 구성원들에까지 깊숙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향후 조직 설계, 관리, 의사소통, 성과평가, 문화 등 경영 전반에 적용되고 실천되어야 진짜 ‘사회가치경영’이다. 그 시작 과정에서 이 책이 포인트를 제시하길 바란다.  

◆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 = 한국인사조직학회 기획/김재구, 배종태, 문계완, 이상명, 박노윤, 이경묵, 성상현, 이정현, 최종인 지음/클라우드나인 펴냄/ 1만5000원 

 

사진. 권선영(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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