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08 녹번동 혁신파크 내에서 마을공방 사이의 ‘우리 공간을 위한 목공’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저녁. 녹번동 혁신파크내 목공동에는 나무향기로 가득했다. 나무판자와 줄자가 놓여있는 작업대들 가운데 ‘마을공방 사이’(이하 사이)의 ‘우리 공간을 위한 목공 교실’을 듣기위한 참여자들이 속속 모였다. 이들은 공공장소에 배치해둘 가구 만들기를 주제로 생활 목공 기술과 함께 가구 도면 그리기, 공구사용법을 총 6회 걸쳐 배운다.

“우리들이 활동하는 공간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목공예 공방에서 잘 다듬어진 나무판자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폐자재나 거친 원자재를 이용할 거예요.”

이우경 사이 대표가 마을에서 버려지는 가구나 폐목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각자 지역에 필요한 제품을 함께 만들기를 주문했다. 2인 1조로 작업했다.

“기존의 목공교육은 개인의 기술향상에만 치중했습니다. 기술들이 개인화되면서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지요.”

이 대표의 얼굴엔 목공교육 현실에 대한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기존의 교육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개인의 가구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마을공방 사이 프로그램에서는 ‘우리가 활동하는 공간’에 채울 작품 제작에 집중했다”며 ‘공공의 가치’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에는 재봉틀을 돌리며 옷을 만들거나 수선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들리는 작업대나 부서진 사물함 같은 생활가구들은 수리가 가능한데도 버려지더군요. 작은 부품이 있었다면 새로운 제품을 사지 않고 고쳐서 해결할 수 있는데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공간과 재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죠.”

버려지는 폐자재들을 재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생활가구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목공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육 효과는 현실에서 힘을 발휘했다. 

“교육 이후, 참여자들은 서로를 위한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마을공방 사이의 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지역사람들과 모이기도 했습니다. 마을을 위한 제품을 생각하고, 필요한 물건을 마을 공동체로써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2013년 8월, 용산구 서계동 만리시장 내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작업장과 협동조합 마을공방 사이가 문을 열게 된 계기다. 

마을공방 사이의 목공교육 참여자는 버려지는 폐가구를 살리는 목공기술을 배우게 된다

“도시에서는 고장 난 물품은 버리고, 대량생산돼 획일화된 물건을 새로 사는 것이 일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명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같은 아파트 속에 살고 있지만, 자신만의 방을 꾸미고 있는 것을 보면요.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작게라도 직접 만들어보고, 망가진 물건을 재생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공유 작업장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게 당시 이 대표의 판단이었다.

“조합 이름 중 사이는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어”라고 설명하는 그는 “ 자원을 낭비하는 소비습관으로부터 적당한 사이를 두기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한다. 

마을공방 사이의 작업장은 마을 작업장으로 불린다. 일반가정에서 가지고 있기 힘든 공구들과 목재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재료가 준비돼 있다. 작업을 위한 공간은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하루에 10명 정도의 주민이 꾸준히 이 마을 작업장을 찾고 있다. 

초기에는 마을 작업장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3년간의 활성화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 대표의 분석이다.

“언제부턴가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 제품과 친환경 상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심이 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관심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보고, 고장 난 가구를 수리하려면 결국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이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만큼 개방된 마을공방 사이의 작업장도 더욱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을공방 사이의 마을 작업장의 모습

 

협동조합 설립 5년이 넘은 사이는 계속 성장 중이다. 5명의 동네 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협동조합이 지금은 5배가 넘는 27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부 조합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목공은커녕 간단한 조립조차 못하는 사람들이었다”며 “하지만, 아깝게 버려지는 가구들을 재활용하고, 마을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모인 이들”이라는 자긍심을 드러냈다. 생활목공 기술을 배우고, 마을에 필요한 평상이나 벤치들을 만들어보면서 지금은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랑도 숨기지 않는다.

사이는 목공기술뿐만 아니라 생활 기술 프로그램으로 시멘트 바르기, 전기선 연결하기도 교육한다. 지역 내 중학교를 방문해 자유학기제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필요한 벤치를 만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마을 작업장의 이용시간에는 작업장을 관리하는 조합원이 항상 있다. 주민이 요청한다면 간단한 작업도 도와준다. 고급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거나 수고스러운 작업의 경우 주문제작 의뢰를 받으며, 단체로부터 목공기술 교육도 신청 받는다.

“저희는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마을 작업장을 이용해보신 분들이 사이에 제작을 주문하고, 거기서 받은 수익금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나오는 최소한의 참가비로 협동조합을 유지합니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을 작업장을 보시고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소라고 오해해 불편사항을 민원 접수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구성원들은 사이가 주민의 공공 이익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수익 창출과 주민들의 공익성 사이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 하지만  사이가 추구하는 공공의 가치는 최우선이다. 

그는 “제조, 납품, 판매가 주목적인 다른 목공예 공방과는 다르게 지역 사회를 위한 열린 마을 작업장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공공의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며 “공공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열린 작업장으로 잘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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