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괴산자연드림파크 견학을 가는 방문자들 옆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아이쿱은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노동탄압을 중단하라!” 

지난 3일 괴산자연드림파크 개장을 기념하는 1박 2일 행사 현장. 국내 최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iCOOP)의 20주년을 기념하고, 두 번째 자연드림파크 개장을 축하하는 기념식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잔칫날까지 웬 소란이냐”라는 불만과 “오죽하면 여기까지 와서 저러겠느냐”는 의견이 뒤섞였다. 공방을 견학하며 직접 생산한 제품을 먹고 내외빈의 축사를 들으면서 그동안 아이쿱이 쌓아온 성과에 감탄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들려오는 그들의 외침이 무겁기만 했다. 행사장 내 대부분 사람들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건은 전남 구례에 들어선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비롯됐다. 자연드림 매장에서 팔고 남은 농산물을 파크 내 식당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점간이동’을 계기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7월 구례 노동자들은 조합을 결성했고, 갈등은 심화했다. 노조는 아이쿱이 노조를 탄압하고 부당징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회사는 노조가 부당한 요구를 하며 명예훼손을 했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봉합되지 않은 노사 갈등이 아이쿱의 20주년 행사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밖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탄압을 당해 억울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안에서는 “아이쿱이 노동을 존중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사람중심경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발언에 박수를 받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졌다.

1998년 출범한 아이쿱은 98개 회원조합과 27만 조합원, 전국 226개 매장, 연 사업 규모 5700억 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생협이다. 윤리적 생산과 소비, 사람과 자연의 공존, 인간다운 삶 등을 주요 기치로 내걸며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에 100만㎡ 대규모로 들어선 괴산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 성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그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이뤄낸 성취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누군가 소외되고 방치되는 상황도 현실이라면 아이쿱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2번째 파크를 개장하며 아이쿱이 재천명한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겠다”는 각오가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결과로 재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중심 경제’를 향한 노력이 다시 20년을 준비하는 아이쿱의 힘으로 발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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