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지역에 스며들며 주민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이 겪는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에 나서고, 이는 지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가장 작은 단위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린 맞춤형 모델로 양극화 해소, 일자리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찾는다. 그 첫 번째는 성동구편이다. 성동구의 소셜패션, 안심돌봄, 자활 일자리, 마을치과, 뚝도시장 등 성동만의 색깔을 자랑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이야기를 프롤로그 포함 총 7부에 걸쳐 소개한다.

 

 

딸이라도 어디 그런 딸이 있을라고.. 진짜 눈물 날 정도로 잘해준다니까

임수란 할머니-

내 동기 간보다 낫지. 먼데 살아 자주 오지도 못하는데 이웃이니까 금방 달려오고 난 이들 없으면 못 살 것 같애.    -  남연이 할머니 -

할머니들이 말하는 ‘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이들’ 이란 바로 떳다할매특공대들이다. 기다려지고 , 만나면 ‘ 좀 더 있다가’ 라고 붙들고 싶은 살가운 이웃이자 든든한 친구들이다.

 

노노 친구가 된 남연이 할머니와 떳다할매특공대들/사진=백선기

 

# 무릎이 아파 걸음을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임수란(80) 할머니는 떳다할매특공대로 활약하는 명영자씨 덕분에 2년 전 의료비 지원 자원 연계로 무료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89살인 남편은 고령에다 귀까지 어둡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면 남편을 대신해 명 씨가 앞장선다.

# 남연이 할머니는 몇 해전까지만 해도 공공 근로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1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뒤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명 씨가 동사무소를 뛰어다니며 차상위계층 인정을 받도록 도와줬다. 명 씨는 매주 찾아와 안부를 묻고 맛난 것이 생기면 남 할머니 집으로 달려가곤 한다.

도대체 떳다할매특공대들의 정체는 뭘까.

 

노노 친구가 만들어가는 사회적 안전망

떳다할매 특공대는 성동구의 안심마을을 디자인하는 돌봄 리더들이다. 안심마을이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을 돌봄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떳다할매는 2인 1조로 움직인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손을 마주잡고 부등켜 안는 일은 다반사다. /사진=백선기

 

떳다할매특공대들은 60대~70대 초반의 여성들로 자신보다 나이 든 70대 후반~ 80대 이상의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주는 노노 친구들이다.

‘ 떳다할매 안심마을을 디자인하다 (이하 떳다할매사업)'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에는 1998년 부터 지역의 취약계층을 돌봐온 ‘성동희망나눔’을 중심으로 5개 기관이 협업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 떳다할매 사업이란? 

       목표          노년기 관점의 안심마을 구축

실천사업

 노년기 일자리.일감 창출, 노노돌봄공동체 형성

주체

 떳다할매특공대 (60~70대 중반의 노년기 여성)

  사업수행 기관

 살림경제사회적협동조합, 성동희망나눔,사회적협동조합 성동행복한돌봄,

 사회적기업 ㈜성동돌봄센터, 라잇루트 등 5개 기관 컨소시엄구성

후원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17~2019 3년 간 지원사업)

 

10년 전부터 자원봉사자로 두 할머니를 보살펴 온 명 씨는 2년 전 떳다할매특공대에 합류했다. 그는 “ 아무리 정부의 지원이 쏟아진다 해도 사각지대 어르신은 꼭 계신다는 것이 안타깝다” 고 했다.

 

“ 서류상으론 아니지만 실제론 힘든 어르신들이 정말 많아요. 또 복지도 쏠림 현상이 심해요. 정보에 빠삭한 어르신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각종 물품이나 음식을 잘 챙기세요. 하지만 진짜 도움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은 정보에 어두운 분들이 많습니다. 제 임무 중 하나가 어르신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진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일까를 찾아내는 일이죠.”

 

특공대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2인 1조로 홀로 살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30여 분의 가정을 방문한다. 갈 때는 푸드뱅크에서 지원받은 음식이나 특공대들이 모여 직접 만든 반찬을 손에 들고 간다. 돌아와서는 방문 일지를 작성해 어르신들의 욕구에 재빠르게 대응한다.

 

어르신을 방문할 때 들고갈 반찬을 만들고 있는 떳다할매특공대들

또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지역 어르신 100여 명을 모시고 성동희망나눔 마당에 둘러앉아 밥을 함께 먹는 ‘ 밥상나눔’ 을 진행한다. 거동이 쉽지 않은 분들과 함께 연1회 온천나들이도 간다. 떳다할매특공대는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며 월 20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 처음엔 어르신들이 거리를 두고 속마음을 안 보이세요.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온천장엘 가 등을 밀어드리고 나면 그때부터 말문이 열립니다. 그분들의 사연을 들으며 솔직히 많이 배웁니다. ‘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겠구나’ 하구요.”     (떳다할매 임미순씨) 

 

떳다할매 사업을 총괄하는 이일순 성동희망나눔 공동대표는 “ 이 사업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 며 “ 더불어 사는 지역의 단체들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 라고 설명했다.

 

◆ 떳다할매와 함께 하는 단체들

1. 성동희망나눔

떳다할매 사업 프로젝트를 집행한다. 어깨동무 이웃 만들기, 노노 친구 맺기, 지역자원 연계, 공동 프로젝트 등을 진행

 

2. 성동행복한돌봄협동조합

일상 활동 지원을 통해 어르신들이 원활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동네 마실 동행서비스, 가정생활 불편 해소, 가사 서비스 전문가 파견

 

3. (주) 성동돌봄센터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 검진 동행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체 및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요양보호사 파견

 

4. 한국패션사회적협동조합

뜨개질을 통한 공공미술 설치 작업과 수공예품 상품 창작을 돕는다. 어르신들과 청년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과 스토리를 결합한 상품개발에 힘쓴다.

 

5.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

컨소시엄 예산을 관리·배분하고 지역 네트워크 조정과 자원 연계를 지원한다.

 

어르신도 ‘ 일’ 이 필요하다

안심마을 만들기의 또 하나의 축은 심신의 건강을 위해 노년기에 알맞은 일자리와 일감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일순 대표는 " 20년 가까이 어르신들을 지켜본 결과 이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 나도 사회에 나가 용돈벌이라도 하고 싶다는 것” 이라며“ 노년기에 맞는 일자리와 일거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일순 성동희망나눔 공동대표 /사진=이우기

 

“ 지역의 단체들과 만나면서 깨달은 점은 고령화 사회에서 이젠 어르신들을 돌봄의 대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일감을 찾느라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종이봉투 만들기, 양말 실밥 뜯기, 친환경 빨랫비누 만들기, 두부 만들기, 콩나물 키우기 등 단순노동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시도했다.

 

“ 제일 큰 문제는 어르신들의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떳다할매들은 지역의 소셜벤처와 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나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동희망나눔은 1998년부터 지역의 취약계층을 돌봐온 비영리단체다. / 사진=이우기

 

현재 떳다할매 총인원은 40여 명이다. 이 가운데 10여 명은 젊은 층으로 떳다할매특공대라는 이름으로 리더십 양성과정을 밟고 있다. 또 재능을 통해 경제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스토리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70대 중반을 넘긴 떳다할매 어르신 30여 명은 비교적 단순노동이 필요한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성동희망나눔과 함께 ‘ 하고 싶었지만 미뤄뒀던 배움’ 을 주체적으로 개발해 참여한다. 문해 교실, 노래교실, 건강 체조교실 등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고 있다.

 

◆ 노년기 일자리, 일감 창출 사례들

   1. 희망나눔 공동작업장

자동차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떳다할매. 86세 어르신도 계시다.

평균연령 76세 어르신들이 지역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상신화학과 협력해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고 있다. 희망나눔 공동작업장은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서로를 배려해가며 일하며 이익을 나누고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다. 작업장 어르신들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희망나눔 공간에서 문예교실, 라인댄스, 스트레칭, 노래교실 등에 참여하며 워라벨의 주체적인 노년을 살고 있다.

 

  2. 노인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스토리 상품 개발

청년들과 협업으로 만든 잠옷과 안대를 착용하고 모델에 나선 떳다할매들.

2018년 청년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청년기업 라잇루트와 떳다할매특공대가 협력해 홈리빙 제품으로 잠옷과 수면 안대를 함께 디자인해 제품을 완성했다.

 

  3. 생활용품 제작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

손뜨개로 만든 수세미

떳다할매 특공대들이 뜨개 기술을 활용해 수세미를 제작해 두레생협 3개 매장에 납품했다. 코사지를 비롯해 다양한 뜨개생활용품을 만들어 마을축제 부스에서 팔기도 했다. 올봄에는 ‘항아리에 담그는 유기농 매실청’을 담가 내년 봄 판매할 예정이다.

 

 

노인이 바라본 살기좋은 마을이란?

떳다할매특공대들은 마을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이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법을 배운다. 안심마을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이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다.

 

◆ 노인 친화 골목 지도 그리기

동네 골목을 돌며 보행자 약자 쉼터 후보지를 찾고 있는 떳다할매

노인친화 골목 지도 그리기란 노인들의 관점에서 동네를 탐방하고 노인친화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토론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보행자 약자 쉼터, 평상 나눔, 약국 및 슈퍼 등의 3가지 주제를 놓고 동네를 탐방했고 그 결과를 서로 공유했다. 이 중 보행약자 쉼터 3곳을 지정해 특공대 대표들이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회와 미팅을 진행했고 이 중 1곳을 보행약자 쉼터로 지정해 개선하자는 의견을 도출해내는 성과를 얻었다. 

 

◆ 떳다할매들의 도시 재생 실험 (새촌, 서울숲 가꾸기)

알록달록한 손뜨개 장식과 벽화로 예쁘게 단장된 새촌 골목길

 

2016년 희망나눔 공동작업장 어르신들은 떳다할매라는 이름으로 성수동 도시재생 시범사업인 ‘시니어골목재생단 사업’ 에 참여했다. 새촌골목가꾸기와 임대아파트 놀이터 가꾸기를 진행하면서 4개월동안 뜨개질과 도자기 만들기, 원예 기술을 익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봇대에 뜨개옷을 입히고 직접 만든 도자기 화분에 꽃을 심고 벽화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했다. 2017년에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특공대들이 뜨개를 중심으로 '서울숲 공공예술 활동'과 '성동역사문화공원 가꾸기'에 참여했다.

 

떳다할매의 도전은 계속된다.

떳다할매사업은 2019년 지원이 끝난다. 1년 후에는 자생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1년 여 남은 시점에 떳다할매들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심신이 건강해야 타인도 돌볼 수 있다는 기치 아래 건강 스트레칭, 라인댄스, 몸 살림운동, 문예교실 활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라인댄스 대회에 나가기에 앞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떳다할매

 

발효식품 전문 강사로부터 노년기 음식에 대해 배우고 스스로 돌봄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 어르신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 살림교실을 2018년 하반기부터 계획하고 있다.

 

남자 어르신들은 정서적으로나 건강 상태 면에서 할머니분들보다 더 취약합니다. 자기 방치가 심하고 사회참여가 낮아 우울증을 많이 겪습니다. 떳다할매들이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돌보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남자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치매예방 유희 놀이, 요리교실을 개설해 이곳 희망나눔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나 성동희망나눔 떳다할매 사업팀장)

 

성동희망나눔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배우고 노노 돌봄도 하고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 조립도 하는 열혈 떳다할매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참 좋아. 나 그만두라고 등 떠밀 때까지 계속할 거야.

( 사진제공: 성동희망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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