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치 실현을 향한 제주도의 발걸음에 흥이 실렸다. 지난해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제주센터)를 개소하고 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지역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로컬푸드, 지속가능한 관광 등을 제주형 사회적경제 전략분야로 설정하고 연대와 협력의 끈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강종우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제주지역에서 실업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실업극복운동에 참여하면서 자활사업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제주수눌음자활센터 실장, 희망리본본부 본부장 등을 거치며 지역 취약계층의 일자리와 자립문제를 고민하다 제주센터가 문을 열면서 초기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센터장은 “설립 첫 해에는 제주 사회적경제를 함께 이끌어갈 좋은 인재를 찾고 구석구석 숨겨진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지역시장을 매개로 생산과 소비를 재조직화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센터는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전략 분야를 설정하고 내·외부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간지원기관이 풀뿌리에 더 가까워지고, 민간주도성을 가진 전문지원기관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강 센터장을 지난 10월 22일 제주센터에서 만났다. 

강종우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 제주도는 섬이다. 제주만의 지역적 특성이 있을텐데, 사회적경제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 제주는 3가지 측면에서 초기 분위기가 다른 지역과 좀 달랐다. 과거 외환위기로 국내 실업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상대적으로 제주도는 위기의식이 크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풀어야할 과제를 지방정부가 푼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시민단체가 왜 경제활동을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나서느냐’는 문제제기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간병, 청소 등에서부터 기술력이 필요한 집수리, 폐자원 활용 등 자활사업을 중심으로 사회적일자리가 확대됐다. 

자활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한 사회적일자리 사업에서는 지역사회와 밀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한 고민은 자활을 넘어서 적정기술, 에너지 등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민경제’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민간 내에서 자조적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회적경제도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 지난해 제주센터 문을 열었다. 직접 와보니 공간에 활기가 느껴진다.  

▶ 지난해 4월 17일 제주지역 통합지원체계의 일환으로 센터를 개소했다.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추진이 민선 6기 제주도정 공약사업이기도 했지만, 2014년 12월에 '제주도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가 제정되면서 센터 설립 방안에 대해 논의를 본격화한 결과다. 센터 운영 주체로 사단법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선정되면서 3년 동안 센터 운영 및 시설관리를 맡게 됐다. 

개소 첫 해에는 ‘수눌음’이라는 키워드로 한 해를 보냈다. 수눌음이란 제주의 ‘수눌어간다’는 뜻이 명사화된 제주의 말로 함께 품을 교환한다는 나눔정신을 상징하는 단어다. 수눌음이라는 말처럼 제주 사회적경제를 함께 이끌어갈 좋은 인재를 찾고 구석구석 숨겨진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해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리고 1년 5개월이 지났다.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지난해 4월 개소했다. 

- 센터 운영 위탁체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다. 당사자 조직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 사회적기업육성법이 통과되고 2013년에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중심으로 37개 단체가 모였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였다. 그때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모아졌는데, 처음부터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자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당사자들이 모여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로 변화의 주도권을 확보해내자’는 생각이었다. 조직 위상도 사회적경제를 위한 시민단체 정도로 세웠다. 그렇게 2014년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후 통합지원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니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고민에까지 이르렀다. 

- 중간지원 역할을 자임한지 1년 5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활동을 평가한다면. 

▶ 평가를 하기엔 좀 이르지만, 공간으로서 허브 역할은 생각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제주지역의 경우 한 공간에 모이는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집적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중간지원기관으로서 역할을 평가한다면,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민과 관의 연결고리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관 거버넌스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민관 거버넌스 핵심기구로 제주사회적경제위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집행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민-관 간의 역할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갈지가 여전히 과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사회적경제의 지역화’다. 기업들이 지역 내에서 뿌리 내리고 자생하려면 결국 기존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경쟁력이란 건 결국 개별 기업이 아니라 지역 간에 관계, 협력에서 나온다. ‘센터가 그런 관점에서 사업을 하나’라고 평가한다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시장을 매개로 생산과-소비를 재조직화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사회적경제가 유지되는 자기 정체성은 지역 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 주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체험지원여행 소셜투어

- 아직 초기라 과제가 많을 것 같다. 과제가 많을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주지역의 특성을 살린 센터만의 차별화된 사업은. 

▶ 차별화라 하면 결국 사회적경제가 제주도의 어떠한 특성을 살려서 자기 역할을 해낼 지를 얘기하는 거다. 제주의 경우 돌봄, 간병, 청소 등 전통적인 자활사업이 주를 이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지역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사회적경제가 잘 스며들 수 있는 산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 시작이 ‘로컬푸드’와 ‘관광’이다.

- 왜 로컬푸드와 관광인가. 

▶ 제주도는 원산물 비중이 높아 사회적경제기업 상당수가 유통, 생산 등 로컬푸드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례도 발의된 상태라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 판단했다. 지난해부터는 농산물 생산, 유통, 급식 등 15개 기업들 간에 연대모임도 꾸리고 생산자 교육, 공동플랫폼사업 등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하나가 관광 분야다. 제주도의 가장 큰 산업은 뭐니뭐니해도 관광이다. 제주올레, 제주생태관광 등이 만들어낸 관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어받아 제주의 공간, 자연, 사람이 주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지역민과 관광객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적 여행콘텐츠를 개발·확대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 여행 사회적경제기업(㈜제주생태관광, 제주착한여행, 두리함께(주), 푸른바이크쉐어링, (유)퐁낭)들과 기획단을 구성하고 제주의 숨겨진 마을여행 콘텐츠를 발굴하고 대중교통을 활용한 도보여행 확산을 위해 '느리고 낯설게 만나는 제주' 테스트 투어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고민의 일환이다.   

사회적경제 강사 양성 과정 

- 제주 사회적경제 허브로서 지향을 얘기한다면. 

▶ 중간지원조직을 매개로 민간 사회적경제와 시민단체가 강화된 인프라를 조성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 판로, 교육 등을 세분화해서 좀 더 풀뿌리에 가까워지고, 민간주도성을 가진 전문지원기관으로 발전하는 걸 꿈꾼다. 새 정부 들어 금융, 인력 등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자금지원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우리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시민들에게 사회적경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공감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쪼그라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얘기한 ‘지원기관의 역할 세분화’와 ‘민간주도성’은 중요한 과제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건 지금처럼 통합지원의 형태로 계속가면 거대한 공룡이 되어 경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주도성을 강조한 것은 지금처럼 100% 보조금 형태가 아니라 보조금, 회원기부금, 자체사업으로 자금 운용을 다각화해 독립성을 키워가야 한다는 고민에서다.  

- 앞서 장기 목표를 얘기했다. 당장 위탁기간이 2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 3년 위탁 기간 중 반드시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제주도민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일이었다. 일본의 경우 우리 같은 기업들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우리 마을을 위한 기업’ 정도로 쉽게 소개한다. 우리도 도민들이 사회적경제가 ‘내 가까이에 있는 기업’으로 각인할 수 있도록 친근감을 주고 싶다. 그 다음으로 공공구매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내부 간 거래는 물론, 외부 시장을 상대할 때 기업들 간 협력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금융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성장에 중요한 자산인 중간지원기관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정체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지식보다는 이 분야에 대한 자존감, 근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사진제공.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