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핵심은 지역, 지역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에 스며들며 주민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이 겪는 사회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에 나서고, 이는 지역 내 고용창출로 이어져 가장 작은 단위의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린 맞춤형 모델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찾는다.

그 첫 번째는 성동구편이다. 성동구의 소셜패션, 안심돌봄, 자활 일자리, 마을치과, 뚝도시장 등 성동만의 색깔을 자랑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이야기를 프롤로그 포함 총 7부에 걸쳐 소개한다.
홍완식 성동돌봄센터장

맞벌이,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은 가족을 넘어 사회의 몫이 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종합돌봄,’ ‘아이돌봄서비스’ 등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잘 모르거나 신청 자격 수준에 못 미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돌봄 종사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그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기도 하다.

성동구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공기관이 모였다. ‘성동돌봄센터,’ ‘사회적협동조합성동행복한돌봄,’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옥수재가노인지원센터,’ ‘성동여성인력개발센터,’ ‘성동지역자활센터,’ ‘SH공사성동구주거복지센터,’ ‘성동희망나눔,’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10개 기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2015년 9월부터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를 결성해 아이 돌봄, 어르신 돌봄, 장애인 돌봄, 돌봄 종사자 교육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돌봄이 필요한 구석구석으로 찾아간다.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는 3년 동안 성동지역 돌봄 시스템에 어떻게 기여했을까. 돌봄 기관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네트워크의 대표기관인 사회적기업 ‘성동돌봄센터’의 홍완식 센터장을 만났다.

종합 돌봄 사회적기업, '성동돌봄센터'를 소개합니다!

성동돌봄센터는 방문 요양, 장애 활동 보조, 노인 종합 돌봄, 가사간병 등 돌봄의 4가지 영역을 다루는 종합 돌봄 센터다. 2008년 성동구로부터 자활기업으로 지정받은 뒤 2009년 노동부 사회적기업이 됐고, 현재 사무원 4명과 돌봄 종사자 약 150명이 소속해있다. 홍 센터장은 2013년부터 이곳 센터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센터 개소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지역주민의 자립·자활이 중요해져 지역자활센터가 만들어졌는데, 기초생활수급자로 시작해 그곳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0명의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자활기업으로 설립했다. 홍 센터장은 “초기 인원 10명 중 8명이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모두 탈수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성동돌봄센터만의 계획은 어떤 게 있을까? 홍 센터장은 “정부 지원 없이 할 수 있는, 성동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자체적 사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재가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이용자들이 치매를 예방하고 평소에 운동할 수 있도록 종사자들이 방문 가정에서 간단하게 인지재활, 자가관절치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홍 센터장은 이를 ‘뇌살림,’ ‘몸살림,’ ‘역량살림’이라고 부른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성동치매 안심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기관과도 협의 중이다. 센터 한 쪽 벽에는 성동구관내 돌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 내용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는 “프로그램들을 센터에서 먼저 시행해본 뒤 네트워크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 돌봄계의 어벤져스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 구성 기관 현황/디자인=유연수

홍완식 센터장은 2015년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 결성 당시 있었던 초기 참여자다. 그는 네트워크 결성 이유가 “1개 기관이 모든 돌봄 서비스 영역을 담당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인프라, 종사자 등을 공유하면서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현 성동구사회적경제센터)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지역 복지관 등 공공의 돌봄을 실천하는 기관들이 모였다고 한다.

“그 해 말 마침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민참여예산사업을 공모해서 지원한 결과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다음 해 성동구 임대주택단지인 금호베스트빌 아파트에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돌봄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했지요.”

2016년 6월 17일 개소한 안심돌봄지원센터 주요 사업은 ‘개구쟁이 사랑방,’ ‘주민긴급 재가돌봄서비스,’ ‘돌봄종사원 역량강화 및 일자리연계’ 등이었다. 개구쟁이 사랑방은 시간제 아동 돌봄 놀이방서비스로, 보호자가 일이 생겨 아동을 급하게 임시로 맡겨야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아이가 안전하고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낮잠 공간, 놀이 공간, 독서 공간 등을 마련했다. 주민긴급 재가돌봄서비스는 법적, 제도적 한계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시간당 1만원을 내면 종사자가 직접 집으로 가서 돌봐준다. 돌봄종사원 역량강화 및 일자리연계는 취업교육 및 고용연계 서비스로, 돌봄 업종에 종사하려는 주민에게 관련 교육정보를 제공하고 및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한다.

개구쟁이 사랑방 내부. 육아오프라인커뮤니티장, 무료 놀이방, 키즈 카페 등으로 활용된다.
/사진제공=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동구 내 아이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육아 부담 경감을 위한 ‘아이돌봄 협력체계’도 한 축을 이룬다. 성동구 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기업·센터(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성동행복한돌봄협동조합, 째깍악어(주), 성동구안심돌봄네트워크, 성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017년 9월 협약식을 진행했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공동홍보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 눈에 보는 성동 아이돌봄 가이드'를 비롯한 공동 홍보물을 제작·배포해 보호자들이 어떤 돌봄 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도왔다.

성동구의 지역특화사업인 ‘안심마을 조성’에도 힘쓴다. 안심마을은 거주지 인근 안전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고 안전취약계층(노인, 어린이, 장애인, 여성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성동구에서 시작한 주민 참여 사업이다. 안심돌봄네트워크는 돌봄 영역을 맡았다. 홍 센터장은 “병원의 휠체어 통로를 만들어 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돌봄네트워크는 돌봄 대상뿐만 아니라 돌봄 종사자 관리에도 초점을 둔다. 홍 센터장은 “돌봄은 1대1 대면 서비스라 결국 ‘사람’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종사자의 역량 강화와 건강한 삶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한 종사자들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돌봄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쓴다. 지금은 돌봄 종사자에 대한 인식이 누군가의 집안일을 대신 해준다는 이미지로만 굳혀 있다. 홍 센터장은 “이 인식이 바뀌어야 종사자들이 더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고, 그 즐거움이 이용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해 이용자들이 종사자를 배려·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은 종사자들에게 업무 범위 이외의 일을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센터 측에서는 사전에 이용자에게 종사자를 대상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성동돌봄센터는 돌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용자에게 종사자에 대한 존중을 요청한다.
/사진제공=성동돌봄센터

성동이 ‘돌봄’으로 뭉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지 물으니 홍 센터장은 “성동구사회적경제센터(성동구사경센터)가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성동구사경센터가 직접 복지관과 접촉하는 등 주축이 돼서 기관들이 모였고, 이 조직들이 지역에서 돌봄과 관련해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끝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홍 센터장에 의하면 특히 성동구에는 돌봄 관련 기관들이 계속 지역에 문제 제기를 했고, 활동가도 많았기 때문에 일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틈새돌봄'에 초점 맞추다

2017년에는 서울시가 통합돌봄 서비스체계 구축을 주목표로 ‘지역사회돌봄통합지원센터’를 시범 운영했는데,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가 운영주체로 선정됐다. 그 중 방문요양, 장애 활동 보조, 노인 종합 돌봄, 가사간병 등 종합 돌봄 서비스 영역을 다루는 성동돌봄센터가 대표 위탁기관을 맡았다. 지역사회돌봄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돌봄 사각지대는 제도에 의해 의도치 않게 생긴다. 예를 들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노인 등에게 간병 서비스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노인이 금방 다친 상태이더라도 의료적 조치 이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에서 바로 장기요양등급판정 심사를 하지 않고 약 6개월 뒤에 한다. 그런데 제일 급하게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기간은 다친 직후이므로 그 환자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틈새돌봄’은 바로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돌봄 종사자가 이용자의 가정에서 또 다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족 구성원을 발견해 사각지대를 메우기도 한다. 서비스를 한 곳에서 통합 운영하므로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

지역사회돌봄통합지원센터에서 실행한 통합돌봄 서비스 중 하나인 '환경돌봄'. 어지러웠던 공간이 깔끔히 정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역의 소외된 어르신들을 주요 대상으로 정리 수납, 청소 방역 등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사진 제공=지역사회돌봄통합지원센터 영상 캡처

“예를 들어 법적으로 노인 요양보호사에게 규정된 할 일은 아픈 어르신을 돌보는 일에 한정됩니다. 하지만 보호사가 그 가정에 갔을 때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죠. 그렇다고 해야 할 일 이상을 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래서 통합 돌봄이 필요한 겁니다. 보호사가 센터로 돌아와서 그 가정에 대해 보고하면, 성동행복한돌봄에서 가사 인력을 지원하거나 성동지역자활센터에서 청소 방역 팀을 보내는 등 전체 환경을 개선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죠.”

홍 센터장은 “이 사업을 통해 한 달에 30가정 이상을 사각지대에서 발굴해 지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주민 지원센터의 의뢰를 받아서 정말 사람의 손발이 필요한 실질적인 일들을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등급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부터 병원에 가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종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손발이 되어줬다.


"돌봄, 공공복지로 인정받아야"

성동안심돌봄네트워크는 2015년부터 통합돌봄을 위해 본격 협력했다.
/디자인=유연수

홍 센터장은 돌봄이 공공복지의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 서비스가 아직 민간 차원을 넘어 공적 영역에서는 실질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복지 분야는 ‘돌봄 영역은 복지가 아닌 수익 사업을 하는 곳이다’는 입장이고, 의료 분야는 ‘돌봄 종사자들은 의료인들이 아니므로 의료 영역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라며 돌봄 분야는 갈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성동구에는 다양한 돌봄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의 공공복지 논의 구조에 끼기가 어렵다. 홍 센터장은 돌봄 분야가 공공영역에 낄 자리가 없어 민간 차원에 머무르는 건데 영리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게 아쉽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 사업을 추진할 때, 구청에서 이 사업을 어떤 부서에서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바로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가 민간 차원에서만 주로 이뤄지다보니 생긴 일이다.

홍 센터장에 의하면 안심돌봄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돌봄’이 공공복지의 한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예를 들자면 안심돌봄네트워크가 돌봄에 대한 대표성을 띠었기 때문에 SH공사와도 네트워크 단위로 협력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돌봄 기관들이 힘을 합쳐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에 여러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회의나 모임에 참여해 ‘우리도 복지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부서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센터 개별 단위는 규모가 작아서 큰 사업을 하거나 대표성을 띠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도 현재 활동하는 돌봄 기관들이 어떻게 공공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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