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매년 관광객이 늘면서 오버투어리즘 지역으로 손꼽힌다.

10월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한두 번 차 없이 뚜벅이 여행을 한 적도 있지만 대개는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렌트카를 빌리고,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운영하는 체험활동을 하고, 지인들에게 추천 받은 맛집에서 식사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에서 숙박했다. 이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주는 너무 많이 와서 이제 식상해"라며 4박 5일을 보냈다. 취재차 들른 도내 공정여행 기업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주도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지역으로 꼽힌다. 환경오염과 지역문화 파괴, 무절제한 소비 행태로 몸살을 앓아왔다. 불공정하고 파괴적인 여행문화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 그 중심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있다. 2005년 문을 연 '제주생태관광'부터 2016년 후발주자로 결합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제주착한여행'에 이르기까지 6개 공정여행 기업이 제주에서 활동 중이다.

제주착한여행은 마을여행을 통해 여행객들에게 제주도의 진짜 속살을 보여준다. 마을주민이 직접 가이드가 돼 마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혜영 제주착한여행 팀장은 "어느 관광지든 그 지역에 살면서 역사를 일궈온 주민들이 있다"며 "그런 스토리는 모른 채 공간만 둘러보고 가는 건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여행"이라고 말했다.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는 "공정여행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일반 여행 시스템과는 다르다"며 "여행하는 전 과정이 지역민과 여행객, 우리가 사는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여행문화를 고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제주공정여행기업 간 연대활동이 활발해졌다. 제주의 숨겨진 마을여행 콘텐츠를 발굴하고 대중교통을 활용한 도보여행을 확산하기 위해서란다. 

이야기를 마칠 즈음, 수십 차례 제주도를 여행하고도 방문한 여행지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곳이 어떤 역사를 담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나 돌아보게 됐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제주도를 '쉼의 공간', '힐링 공간'으로 바라보니, 개인의 안식에만 집중하고, 지역민의 삶 따윈 무관심하다. 심지어 관광객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고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이제는 우리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때,  '힐링 제주'를 찾는 이들 모두 자문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떤 여행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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