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변호사를 지난 23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포럼'에서 만났다.

“제주도를 아름답게 하는 건 높은 한라산도 있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300여 개의 오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경제 분야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제주도’에 관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경호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변호사는 “비유하자면 높이로 1등인 ‘한라산’처럼 세계적인 일류기업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오름’ 같은 사회적경제 기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더 살기 좋게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법무법인 ‘지평’에서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문과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던 이 변호사는 ‘프로보노(전문성 활용해 사회적약자 돕는 일)’ 활동을 통해 사회적경제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다수의 사회적기업에 자문을 하면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혁신적 아이디어와 역량을 가진 기업가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보다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최초로 전문 법률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6명의 전업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2014년 12월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을 설립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최초로 전문적인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6년 서울시의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내년에는 고용노동부의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더함’에서 주로 하는 일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법률자문과 법률교육을 비롯해 제도개선 및 입법지원 활동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사회적경제 기본법이나 판로지원,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법?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며 “국회에 발의된 사회적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기존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상 충돌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법적 해석이 필요한 측면이 있어서 법률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관심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이 변호사는 “법률가뿐만 아니라 일반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사회적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100대 과제로 선정되고, 헌법개정안 제130조에도 근거 조항이 들어가는 등 사례를 보면, 그동안 주류 경제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가 조금씩 떠오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호사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사회적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중이다. 기존에 이 변호사 했던 것처럼 ‘프로보노’ 활동으로 참여하거나, 법무법인 ‘지평’이 만든 사단법인 ‘두루’, 법무법인 ‘원’이 설립한 사단법인 ‘선’처럼 기존 로펌에서 만든 공익 법인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더함'에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법률자문과 법률교육을 비롯해
제도개선 및 입법지원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더함’은 완전히 독립돼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이 변호사를 포함해 총 6명의 변호사가 전업으로 업무를 담당한다. 이 변호사는 “양적?질적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이 성장 중이고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비롯해 소셜벤처,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 법률 자문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더함에서 법률자문을 했거나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 다솜이재단, 트래블러스맵, 한국택시협동조합 등이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기업이지만, 결국 출발점은 비즈니스고 엔터프라이즈”라며 “이들이 주로 받는 법률 자문은 지식재산권, 근로계약, 투자, 계약서 작성 등에 관한 이슈로, 규모와 양상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일반기업과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경제 영역이라서 다른 점은 주로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영리와 비영리 사이에 있다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더함은 공공과의 협력, 민간 위탁 등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격에 따른 법률 이슈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조언해주는 편이다.

이경호 변호사는 "4년 전 더함을 시작할 때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이냐'를 고민했다"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변호사를 나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이제 막 시작했거나 아직 영세한 규모라, 법률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것 같았다. 이 변호사는 “당연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정부나 지자체, 중간지원조직 등에서 법률 서비스나 컨설팅을 받게끔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꼭 이용해볼 것”을 당부했다.

“재정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법률 자문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미리 점검할 수 있는 법률적 이슈가 있는데, 그냥 넘어갔을 때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사전에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저희 ‘더함’에서도 일반 기업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니 꼭 검토해보셨으면 합니다.”

‘더함’이 이름에 내건 것처럼 실현하고 싶은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적가치에 법적 전문성을 더하는 것, 둘째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의 성장과 함께 더 많은 기업들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도나 법률적인 부분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법률적 컨설팅이 필요할 때 더함을 찾을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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