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하나의 사회 문제가 있다.(물론 누군가는 그 것을 문제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다루어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과 조직이 있다. 문제는 동일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고,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내는 것도 현실이다. 

공익 활동의 성과가 반드시 해법의 새로움과 창의성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성과 창출에 요구되는 접근법도 달라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과거의 방식만 고수하여 조직 전체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서서히 박제화 되어가는 곳들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공익 활동 조직 역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처럼 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하고, ‘신무기’ 도입을 고민해야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기에 많은 조직들은 ‘하던대로’의 습성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 현상은 재원확보 측면에서 정부사업 위탁 등의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더욱 심화되는데 나중에 ‘지속가능모델’편에서 별도로 다루겠다.) 

해당 주제나 분야의 해결방법론이 아니었던 것을 해당 문제에 적용하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솔루션을 써보기도 하며, 기존 해법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하며, 전혀 다른 방법을 고안해보기도 한다. 공익활동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기존 솔루션의 (고민없는) 습관적 사용’이라고 본다. 교육이 대표적인 예다. 솔루션의 하나로서 ‘가르치기, 알려주기’는 과거 훌륭한 솔루션이었다. 소수의 지식인들이 가졌던 ‘지식’을 하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솔루션의 파워는 예전만 못하다. 특히 정보의 홍수 시대가 왔고, 대상자들의 ‘지식 소비 습관’과 ‘지식인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그래서 단순한 지식 전달의 형태를 가진 솔루션들, 당위성만으로 압박하는 솔루션은 그 생명이 다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방식을 고수하는 수많은 단체들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이렇게 생각한다. “모르면 가르쳐야지.” 

10대들의 악플을 해결한다는 단체들이 있다. 한 단체는 솔루션을 정리하고 실행했다. 접근방향(알려주기)-솔루션(교육과 체험). 그래서 진행한 것이 일선 학교에 찾아가 10대청소년들에게 악플의 위험성을 30분간 강의 수업을 진행한 후 ‘악플 달지 않겠다는 서명하기’ ‘선플(좋은 댓글) 5개씩 달기’ ‘악플 관련 표어 짓기’를 했다. 학생들이 ‘모르니까’ ‘가르치는’ 그 단체의 솔루션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다른 단체는 악플의 원인을 ‘익명성’으로 보고 댓글 관련 IT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소셜네트워크 계정(페북, 블로그 등)을 통해서만 로그인이 되는 프로그램인데 만약 악플을 달았을 경우에는 로그인한 SNS의 ‘친구들’에게 댓글이 공개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이트에서는 악성 댓글이 현저하게 줄기 시작했다.   

같은 문제인 ‘악플’에 전혀 다른 솔루션이 적용된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까. 효과성 검증에는 여러 변인이 있고,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견도 있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맹목적인 기존 솔루션에 대한 숭배가 있는가’와 ‘기존 솔루션의 문제해결력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개별 효과성 측면과 ‘문제 해결 생태계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는가’라는 사회 효과성 측면이다. 

예산 부족, 이전 활동에 대한 과도한 긍정평가(복고주의), 패배주의와 열정부족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플레이어들이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잘 알려진’ 솔루션을 가지고 변화된 시대, 달라진 환경,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푸념한다. 성과가 예전만 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자신들과 같이 할 사람이 없다고. 즉, 자기내 세대들처럼 헌신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글쎄,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사업, 새로운 솔루션의 시도가 없으니 ‘올드한’ 단체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화의 다른 뜻은 세분화’라는 말이 있다. 많은 단체들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하거나, 일반적으로 행해지거나, 재원제공자가 요구하는 하나의 솔루션에 몰려있다. 하나의 문제에도 여러 원인이 존재하고, 해결과정에서도 수 많은 파생문제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부분을 다루는 데는 좀 소홀하다. 그래서 솔루션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자, 여기 다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자들의 굶주림(결식)’이라고 해보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 대충 정리해봐도 아래와 같이 많다. 이렇게 많은 솔루션들을 잘 살펴보면 각 솔루션을 특징짓는 구성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각각의 솔루션은 크게 보면 ‘결식’의 문제를 다루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그 문제의 원인을 다르게 판단하고, ‘다루는’ 문제는 보다 세분화된 주제이며, 해결책을 창출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 바라는 바도 다르다. 이것을 <솔루션의 구성요소>라 할 수 있겠다. 솔루션은 결국 각각의 구성요소를 다르게 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다름들이 모여서 문제해결 생태계의 다양성을 이룬다.

<솔루션의 구성요소>
1. 문제의 발굴과 정의(대상자, 고통)
2.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원인, 철학)
3. 문제 해결 아이디어 
4. 문제 해결 활동
5. 해결 활동의 목적과 목표 
6. 문제 해결에 대한 원리와 근거
7. 문제 해결의 과정(프로세스) 
8. 문제 해결 결과(변화)   

이 솔루션 모델의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상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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