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그룹에서 시작한 '홈리스 월드컵'은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16주년을 맞이했다.

‘태극 마크’를 단 축구 국가대표들이 세계 선수들과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인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끝났지만, 아직 또 하나의 국제 축구 경기가 남아있다. 오는 11월 13~18일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되는 ‘2018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 Cup)’이다.

올해 7명의 선수가 출전을 앞두고 있는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이 11일 오후 2시 서울 불광동 혁신파크에서 입단식을 열었다. 김수열 빅이슈코리아 본부장은 “홈리스 월드컵 출전은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훈련을 통해 나 자신을 인식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기회”라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작은 축구공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립 의지를 높이고,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재단을 설립해 시작된 국제 축구대회다. 전 세계 11개국에서 ‘홈리스(노숙인 등 주거소외계층)’들이 잡지를 판매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빅이슈그룹’에서 기획했다.

11일 서울혁신파크에서 '2018 홈리스 월드컵' 입단식이 열렸다. 이병훈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이사(왼쪽)와 김수열 빅이슈코리아 본부장(오른쪽)이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제1회 월드컵을 연 이후, 최근에는 50여 개국에서 5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이벤트로 성장했다. 특히 취약계층의 삶과 그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대회의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빅이슈코리아’를 중심으로 2010년부터 9년째 출전하고 있으며,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에 동참했다.

이번 대회에는 17세 청소년부터 50대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한 선수 7명을 선발했다. 경기는 골키퍼를 포함해 4대4 ‘풋살’ 형식으로 진행돼 국가당 최대 8명의 선수가 참여 가능하다. 자격 요건은 자립 및 자활 의지가 있는 16세 이상의 축구를 좋아하는 홈리스로, 일생에 단 한 번 ‘홈리스 월드컵’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

선수들은 지난 5월 선발을 진행해 7월부터 출전을 위한 교육 및 훈련에 돌입했다. 팀에서 가장 연장자인 유재복 선수(55)는 “훈련하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 많이 웃으면서 재밌게 연습했다”며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치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2018 홈리스 월드컵' 한국 대표팀은 다양한 연령대의 홈리스 7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부터 훈련 중이다.

‘홈리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를 가르치고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을 위한 진로 설계 및 상담, 교육기관 탐색, 수업 안내 등을 병행해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다. 지난 9년간 대회에 참여한 60여 명 중 실제 새로운 목표를 찾아 취업을 하는 등 긍정적 변화를 보여준 선수들도 다수다.

지난해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에 참여한 문영수 선수는 캘리그라피를 배워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입단식에 참석한 그는 “실력을 앞세워 경쟁하기 보다는 즐기면서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고 오기를 바란다”며 “월드컵을 통해 어떤 목표를 가진다면 더 좋은 삶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격려했다.

같은 대회에 참여한 김기철 선수는 대회 이후 ‘내 카페 차리기’를 목표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현재 제과디저트 과정을 공부 중이다. 그는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배워야 한다”며 “삶의 목표가 생기면 긍정적으로 인생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만 선수 역시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해 취업을 하고, 임대주택에 입주를 하는 등 삶의 변화를 이뤄내는 중이다.

'홈리스 월드컵'은 일생에 단 한 번 출전할 수 있다. 축구 교육 및 체력 훈련 뿐만 아니라 자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 7명은 오는 내달 11일 출국을 딱 한 달 앞두고,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과 혁신파크 등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 중이다. 11월 13일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면 조 추첨을 통해 본격적인 경기에 돌입한다. 비록 지난 9년간 대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대회를 통해 홈리스들 삶은 크게 변화했다.

이병훈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이사는 “무더운 여름 선수들이 훈련하느라 고생했는데, 다음 달이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멕시코로 간다”며 “우승보다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찾게 되면, 더 나은 삶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온라인에서 진행 중이다. 후원금은 손목시계, 축구공, 엽서, 팔찌 등 리워드 제작비와 펀딩 홍보 및 운영비, 참가 선수들의 주거 환경 개선과 자립 지원 사업에 쓰인다. tumblbug.com/homelessworldcupkorea

사진제공. 빅이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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