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순기능은 고용 창출...일자리 질 낮지 않아”

“국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는 일자리 논의와 함께 성장했다. 현재도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순기능은 고용 창출·안정·유휴인력 활용 등에 기여하는 것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7일 열린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에서 사회적경제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창출의 정책 수단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일자리가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의 과반인 56.4%(2014년 예산 기준)가 전문 인력 지원 등 일자리 창출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논거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의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인가’라는 점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뜨거웠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언젠가부터 사회적경제 일자리라 하면 영세·소규모, 취약계층 중심 및 저임금 일자리로 열악하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외부는 물론 우리 내부에서도 만연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여러 제기들에 길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일반 기업들과 여러 차례의 비교연구 결과, 평균임금을 제외하고는 취업안정성, 인사공정, 의사소통, 근로시간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기존 일자리보다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긍정적 측면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2015년 기준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는 368,268명(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자료)에 이른다. 전체 종사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농협, 영농조합법인 등을 제외하고도 현재 사회적기업의 기업당 평균 근로자 수는 23.7명(2016년 기준)이다. 이는 자영업자 등과 비교했을 때도 그리 적은 수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임금 또한 일반 근로자에 비해 평균 임금 수준은 낮지만, 보다 평등한 내부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 및 장애인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길 연구위원을 말했다.

사회적경제는 발달장애인, 여성 등 취약계층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진제공. 리드릭)

일자리의 질에 있어서도 노조가 있는 기업이 3.3%에 불과하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 스스로도 일에 대한 만족도가 일반 기업들에 비해 높다고 길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2017년 사회적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점 만점에 만족도가 3.92점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40만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 정부 제도 지원 등 사회적경제 일자리 양·질적 발전 위한 지속성장토대 필요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분야 일자리가 양·질적으로 더 발전하려면 어떤 과제들이 있을까?

연구결과를 발표한 길 연구위원은 일터혁신, 다양한 주체들 간 협력 등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조직에서의 일자리가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으나 여러 연구 결과 이는 편향된 인식임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현재 일자리 질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일터혁신을 통해 민주·협력적 기업문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 구현 ▲시민사회와 협력을 통해 기부나 자원봉사 등의 추가적 자원 확보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민간위탁 단가 현실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 구현 토대 마련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 그는 “여전히 사회적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적 자료가 없어 국내 사회적경제 전체 일자리 질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며 향후라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합적 실태 조사 및 타 자료와의 비교가능성을 염두한 설문구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정책 환경이 사회적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만큼, 사회적경제 3법의 국회 처리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현재 활용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정부는 물론 현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내부에서부터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의 양질적 성장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사회적경제 일자리가 결코 질 낮은 일자리가 아님을 연구결과에서도 확인했다”며 “사회적경제 내부에서부터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패러다임뿐 아니라 소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걸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 알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한 노동자협동조합의 국내 활성화를 위해 ▲노동자협동조합의 개념과 정의를 명확히 하고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하는 법 개정 ▲사회의제에 대응하는 전략 분야의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노동자협동조합 지원조직의 구축 등을 제언했다.

최재직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조합원들과 지역단체들이 협력해 4회째 진행 중인 ‘동네국제포럼’을 예로 들면서 “프리랜서가 늘고 있지만 그들 간의 공유라든지 지역과의 소통은 부족하다”며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걸 프리랜서들이 함께 찾아간다면 더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청년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신뢰 등의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금득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트레이너는 “우리 사회는 청년이 뭔가를 시작한다고 하면 의심부터 한다”며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청년에게 맞는 일자리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신뢰자본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최근 모든 사회적경제 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사회적경제를 빠져나가거나, 지원금 일자리에 활용만 되고 있다”며 “사회적경제조직 스스로가 청년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민주적인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도 “신세대들이 사회적경제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수 전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기존에 임금 노동자만을 포함하는 일자리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회적경제와 일자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사례들을 소개하며 “정부가 생각하는 일자리, 일자리 통계에 잡히는 일 외에도 지역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다른 형태의 활동들이 늘고 있다”며 “이제는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창출의 수단, 자본주의 경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기재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자기 방향성을 고민할 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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