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등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변화’는 늘 화두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변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시와 서울NPO지원센터가 주최한 '2018 NPO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 비영리단체의 변화·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과 해법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1. 고령화사회, 노인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 할머니학교

“노인 하나가 죽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거에요.”

최소연 할머니학교 교장의 얘기다. ‘할머니학교’는 지난해 금천구청 지역혁신과사업으로 일환으로 추진된 여성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복지보다는 교육에 방점을 찍고 여성 어르신들이 제2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걸 목적으로 탄생했다. 1기 졸업생이 16명이고, 올해도 40명이 할머니학교에 참여 중이다. 

할머니학교에 참여하는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 

할머니학교는 노인교육을 새롭게 접근한 변화 사례로 주목받는다. 기존의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프로그램의 경우 체조, 노래교실, 정보화 등의 교육이 주라면, 여기서는 미투, 생태, 드로잉 등 인문학을 기본으로 자존감 회복, 지역사회 리더로 활동을 돕는 교육이 대부분이다. 

최 교장은 “할머니들이 배운 내용을 직접 토론, 발표도 하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정하는 등 주체적으로 운영한다”며 “지난해에는 동아시아학회에 할머니들이 직접 참여해 스피커로 발제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할머니학교는 고령화라는 도시의 난제를 당사자들이 직접 고민할 수 있도록 문 하나를 만들어 준 것이 자신들이 만든 변화라고 설명했다. 최 교장은 “고령화 사회의 주체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언할 기회를 주고 자발적 설계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기반 없는 청년농부를 위한 변화 플랫폼 팜프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싶어 농촌 진입을 꿈꾸는 도시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팜프라는 기반 없는 청년농부에게 주거와 토지, 수익모델 등 농촌 인프라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청년기업이다. 

변화의 시작은 유지황 대표가 대학 재학 중 1년간 떠난 세계 농업 탐방을 떠나면서부터다. 유 대표는 “여러 나라의 농장을 다니며 세계 청년농부들을 만났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청년농부에게는 주거, 기술 등 농사를 짓기 위한 기본 인프라를 지원해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팜프라가 향후 꿈꾸는 팜프라촌 

유 대표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팜프라를 설립하고 농촌 커뮤니티 기반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힘쓰는 것과 더불어 청년농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농막 형태의 이동식 주택인 ‘코부기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현재는 4명의 직원이 굿즈, 학교 등 8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유 대표는 “앞으로 팜프라촌이라는 청년마을을 만들어 청년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3. 일상을 바꾸는 위대한 프로젝트 소셜투자 계모임 디모스

‘디모스’는 2016년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자는 공통된 고민을 계기로 모인 이들이 만든 사이드프로젝트다. 고대 그리스어로 민주주의의 어원인 시민, 민중의 뜻을 지닌 ‘디모스’는 일상을 바꾸는 작은 프로젝트를 선정해 투자하는 소셜투자 계모임이다.

디모스 투자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투자처를 정할 때는 선정 기준 소수성 고려, 새로운 시도, 성평등, 가치관과 지향점, 일상의 시도 등 5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각자 투자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서로 공유한 뒤 그 중 3개를 선정해 담당자와 미팅 후 만장일치로 투자처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활동은 구성원 12명이 정한 기준들이다. 

장해희 소셜투자 계모임 디모스 멤버는 “소셜투자의 핵심은 구성원 12명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만장일치제”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투자를 통한 금전적 수익이 아니라 투자받는 이의 지속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디모스는 소셜투자 계모임이다.(사진출처: 디모스 브런치 사이트)

‘변화 위해 함께·경청·배려·반복 중요하다’ 한 목소리   

전문가들은 앞선 사례들과 같이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평가와 피드백을 끊임없이 듣고 실패에 대한 반성과 연습을 반복함하면서 집단지성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넬 헤레데로(Manel Heredero) Ouishare 코넥터는 “과거에는 탑다운,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자율과 조정 등을 바탕으로 목적을 나누고 같이 일하는 등 연결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또한 변화를 위한 전체조건으로 ‘함께’, ‘경청’, ‘배려’ 등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를 지원하는 유진 에릭 김(Eugene Eric Kim)은 자신의 실패 경험들을 바탕으로 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함께할 것, 실패를 끊임없이 연습할 것, 서로를 배려할 것’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주변의 얘기를 경청하고 협업 근육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촛불의 힘으로 변화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이 '다음 변화'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로 쉽게 단정 짓지 않고 주변의 얘기를 들으려 노력해야 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NPO지원센터가 주최한 '2018 NPO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 비영리단체의 변화·발전에 대한 다양한 활동들과 해법들이 소개됐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