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소요의 홈페이지. 자정이 되면 접속이 차단된다.

“디지털 세상에도 휴식은 필요합니다.”
협동조합 소요의 사이트(www.soyo.or.kr)는 자정이 되면 홈페이지를 닫는다.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할 만큼 바쁜 현대사회에서 12시가 되면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다. ‘소요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서비스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쉬어가라” 말하는 ‘디지털 교육 협동조합 소요‘를 운영하는 이재포 이사장을 만났다.

협동조합 소요의 이재포 이사장이 디지털 도구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협동조합 소요)

Q. 자정이 되면 소요 홈페이지 문을 닫습니다. 왜 그런가요?
A. 사용자가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칼럼과 웹툰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1,300편 제공하고 있으며, 광고와 유해 콘텐츠가 없는 깨끗한 사이트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Q. 소요의 운영 방침이나 목표와 무관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A. 90년대부터 인터넷 사업을 진행하면서 IT 기술이 유토피아를 열어 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연일 뉴스에 나오는 사이버 명예훼손, 불법 정보 침해와 같은 사이버 범죄들을 보면서 어두운 이면도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됐죠. 사이버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디지털 세상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탄생했음에도 그 사회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을 얻기 위해 십여 년이 넘도록 부모님과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하지 마'라는 얘기 밖에 안 합니다. 디지털을 비인간적이라고 무시하면서 디지털 교육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들이 디지털 교육에 대해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을 찾게 됐습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위한 교육 공동체를 위해 2014년 11월에 조합을 설립했습니다. 디지털 교육에 관심 있는 10여 명의 사람을 모아 시작했던 조합은 부모님, 교사, 학생 등 28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Q. 어떤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나요?
A. 크게 보호(온라인의 위험성 인지), 활용(번역기, 코딩 등 디지털 도구 사용), 윤리(좋은 기술을 공동체에 나눌 수 있는 태도)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요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강좌를 제공합니다. 소규모 시민 강좌는 물론 아이쿱, 한살림, 아카데미쿱 등 다른 협동조합과 연대해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사교육 코딩 학원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소요는 이런 사교육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불가하고 금전적인 면에 의해 배제되는 계층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딩 교육은 디지털 교육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보호, 활용, 윤리를 배우는 디지털 교육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선생님도 필요합니다. 다른 교육기관에 의존하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디지털 교육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요는 조합원들이 만든 작은 모임의 공동체에서 교육을 진행합니다. 소규모 모임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자체 교육과정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들과 코딩 로봇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 간 주의사항에 대해 배우기도 합니다. 

Q. 소요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소요는 전문 강사를 양성하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이 곧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시민강좌를 통해 만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초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된 사람들은 사용할 도구를 찾고 자신만의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소요로 모인 엄마들, 초등학교 선생님, 교수들이 많습니다. 기초 교육을 받은 이들이 지역별로 혹은 온라인상에서 작은 모임을 가집니다. 디지털에 관한 이슈를 나누고 토론하며, 필요한 사이트를 함께 학습합니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가 선생님이 돼 다른 조합원들과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조합원이 조합원을 가르치는 공동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소요의 연구회의 모습. 협동조합인 아카데미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협동조합 소요)

Q. 조합원들이 많아서 조합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A. 조합원들이 많더라도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율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금전적인 문제로 힘든 경우는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 지원은 물론 광고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슬만 먹고산다고 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후원비로만 운영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조합원들이 낸 후원비로만 운영 가능해야 한다는 협동조합의 자조정신을 지켜야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지원의 의존은 정파의 간섭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교육은 사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조합원들이 지지해주었습니다.

Q. 그 많은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나요?
A. 소요의 콘텐츠들은 조합원들 스스로가 원하는 주제로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저와 임직원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트이지만 매일 글 1개씩을 작성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함께 시간을 쌓아가면서 지금은 천여 편이 넘는 많은 양의 콘텐츠들이 모였습니다. 중독과 사이버 폭력 등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칼럼이 올라오기도 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번역기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이 등록되기도 합니다. 칼럼과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의 작성자는 대학교수, 학생, 주부 등 다양한 곳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입니다.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디지털에 관한 이슈를 나누고 있습니다. 

Q. 교육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 아카데미 강좌에서 그려서 만드는 작곡 프로그램을 소개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글씨와 하트 모양을 그려 음악으로 바꾸면서 창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음악을 미술로, 미술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예술 분야 간의 장애물을 허문 것입니다. 보여주기만 해도 스스로 자신만의 사용법을 찾아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Q. 앞으로의 바라는 소요의 모습은 어떤가요?
A. 기성세대 다수는 디지털 세대와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방관하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들 스스로가 강사가 되어 올바른 디지털 문화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함께 모여서 보고, 듣고, 만져보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디지털 매체의 사용법을 알리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제공. 협동조합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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