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생협)에 가입된 국내 가구 수가 100만 세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생협은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는 등 자원의 순환을 주요 철학으로 생활 속에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협에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소비에도 무심코 포함된 쓰레기나 환경문제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생명 가치 존중을 삶속에서 실현하겠다는 생협이 환경문제를 소홀히 다룬 것 아니냐는 자성이다. 대안 마련을 위한 생협의 고민과 논의를 들어본다.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 

두레생협은 29개 회원생협들의 연합회다. 각자 다른 성격의 생협들이 공존하는 곳이기에 자원순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래서 각 지역 생협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울 마포구 성산점과 경기도 팔달점에서는 매장 내 벌크 공급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는 “생협 자체가 그동안 친환경먹거리 운동을 했다면 이러한 시도들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친환경 생활운동으로 바뀌도록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레생협은 친환경적인 운영 방침에 따라 최대한 매장 내 장바구니 사용과 재활용 박스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포장지 없는 업장을 만들기 위해 최근에는 포장재 저감 TF를 생협들 중 가장 먼저 구성했다. 

최 상무를 지난달 17일 오전 두레생협연합 사무실에서 만나 두레생협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포장재 저감 TF를 구성했다. 어떻게 시작됐나.

- 4월에 쓰레기 대란 후 연합회 내에서도 고민이 컸다. 지역회의에서도 포장재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그 무렵 CS팀으로 한 조합원의 문의가 있었다. 친환경적인 상품을 친환경적이지 않은 포장에 담아 파는 기형적인 생협의 모습에 문제제기를 했다. 전 직원이 그 내용을 함께 확인했다. 그동안 우리가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반성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포장재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협 자체가 그동안 친환경먹거리 운동을 했다면 친환경 생활운동으로 바뀌는 도약 지점에 서 있는 것 같다.

TF는 6월부터 시작됐다. 주 논의사항은 기존 생활재 포장의 부피를 저감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포장 재질의 경우 여러 재질이 섞여있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포장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 해나가는 자리다.

또한 생협에서 발생되는 플라스틱, 비닐이 지원순환될 수 있는 활동으로 ‘착한자원순환 생활실천운동’을 논의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직접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본다거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는 등 자원순환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함께 찾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이런 논의에 대해 정성적, 정량적 목표를 세우고 내년에는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본격적으로 실천해보려 한다.

 

▶두레생협 차원에서 그동안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고민해온 부분들은.

- 솔직히 연합회 차원에서는 잘 못했다. 다만 두레생협이 국내 생협계에서는 처음으로 2000년대 초부터 스티로폼으로 생활재 공급을 했다. 스티로폼은 보온보냉 기능이 뛰어나 일본에서 시도하는 걸 벤치마킹한 거다. 기능은 좋았지만 스티로폼은 1회용품이다. 그동안 스티로폼을 줄이기 위해 조합원 집집마다 있는 보냉 박스를 내놓으면 거기에 담는 방안도 제안해왔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이번에 TF에서도 배송포장 정책을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단기적으로는 배송 포장재를 최대한 재사용하여 비닐 및 스티로폼 포장재를 절감하는 방안과 매장 내에서 필요한 만큼 종이봉투에 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레생협 팔당매장에서는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배송 포장재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 2006년 전까지는 온라인 배송이 약 80%였다면, 지금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율이 약 85%에 달한다. 이런 현실을 봤을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 포장재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더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온라인 배송의 경우 조합원들과 배송 과정에서 나오는 1회용 줄이기 운동을 펼치는 걸 고민 중이다. 보통 비닐봉투에 담아서 주는 부분도 회수해서 재사용하도록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포장재 없이 필요한 만큼 조합원이 생활재를 담아가도록 하는 벌크 공급을 높여서 포장재를 줄이자는 의견들이 많다. 이미 일부 회원 생협에서는 시범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에코백 사용, 종이봉투 사용 확산 등이 있다.

 

▶실제 친환경 매장에서는 벌크 시도를 많이 한다. 생협들도 가능하지 않나.

- 포장재를 줄이는데 벌크 공급은 좋은 시도다. 하지만 생협 전체로 확산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우선 현재 적용되는 친환경농산물 표시의무사항에 따라, 모든 친환경농산물에는 유기농/무농약 인증 표시와 더불어 생산자 이름, 전화번호, 포장작업장 주소, 인증번호, 인증기관명 및 생산지, 무게와 가격 등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불가피하지만 비닐포장을 사용 한다. 또한 지금 지역의 대다수 회원생협들의 매장 규모가 평균 20평대다. 거기에 납품되는 생활재가 2000~3000개에 달하다 보니 공간이 너무 협소한 문제도 있다. 

두레생협 성산매장에서는 하지감자 등 몇개 품목을 벌크로 시범판매하기도 했다.

▶지역의 회원생협에서 진행되는 자원순환 활동 중 소개할 만한 곳이 있다면.

- 앞서 얘기한 벌크 공급을 울림두레생협과 팔당생명살림생협에서는 먼저 시범사업을 했었다. 팔당생명살림생협 매장에서는 지역 내 직거래로 들어오는 친환경 농산물에 한해, 비닐 포장 없이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 비닐이 없고 종이봉투를 대신 사용한다.  에코생협과 한 지붕 가족인 서울환경연합에서는 ‘빨대, 이제는 뺄 때’라는 이름으로 '1회용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캠페인'을 발족했다. 지금까지는 빨대가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상 일회용품으로 규정되지 않아서 사용억제 및 무상제공 금지 대상이 아니다보니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되어 왔다.

 

▶식료품도 포장재가 과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 진공 포장되는 생활재(반가공조리식품)의 경우 보통 이중 포장을 한다. 그냥 보면 과대 포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장을 줄이면 유통기한이 지금보다 더 짧아지게 된다. 생협 제품들이 대부분 첨가물을 쓰지 않기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포장재는 필요하다. 이런 한계를 고려하면서도 포장재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향후 방향을 정하기 위해 내부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 29개 회원 생협들의 성격들이 다 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견을 모아낼 것인가가 고민이다. 하반기 위원들을 다 모아서 정책간담회를 하면서 포장재에 관심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자원순환운동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려 한다. 그걸 중심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생산자, 조합원 3자가 같이하는 열린 토론회를 내년 상반기 무렵 계획하고 있다. 생산자들도 고민이 많다. 생산 단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 아직 생협들 간 연대나 협력이 이루어지기에는 조합원 등 내부 소통이 많이 진행되지 못한 것 같다. 이후 이러한 논의가 어느정도 성숙되면 생협들 생산지가 유사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만큼 같이 포장재 개선 운동을 벌여나가도 좋을 듯하다. 

또한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연합회도 앞으로 더 고민하겠지만 조합원 스스로도 계획 소비를 했으면 좋겠다. 충동 구매, 1+1 등 이런걸 생협이 지양하는 이유도, 계획된 식단을 통해 과잉 소비를 지양한다면 쓰레기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재사용 가능하도록 분리배출에도 신경썼으면 한다.

 

사진제공. 두레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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