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진구 아차산 인근에 위치한 ‘광진플레이스’는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다. 5~6개 운동기구와 차 한 잔 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곳은 일명 ‘마을 건강방’으로 불린다.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주민 운동공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던 이곳은 7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80여명의 동네 주민들이 꾸준히 애용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부터 40, 50대 주부들이 주 애용자로 모두가 인근 주민들이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날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헬스브릿지가 운영하는 '마을 건강방'은 맞춤형 기구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식단·생활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건강관리사”...주민 건강관리 돕는 소셜벤처 헬스브릿지

광진플레이스는 헬스케어사업을 하는 소셜벤처 ‘헬스브릿지’가 운영하는 스마트 건강케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진단, 강좌 중심의 건강프로그램과는 달리 맞춤형 기구운동, 식단·생활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 회원 모집에 나섰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다단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곧 입소문을 탔다. 10여명이던 회원이 한 달이 지나면서 하나 둘 씩 늘더니 지금은 80여명에 이른다.

이곳에 회원이 되면 헬스브릿지에서 제공하는 ‘헬스큐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 서비스는 개인별 영양상태, 신체활동 수준과 만성질환 유무 및 현재의 생활습관을 분석해 27가지 건강상태 큐브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건강상태의 적신호를 나타내는 ‘레드큐브’를 건강한 ‘녹색큐브’로 만들어가는 생활습관 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헬스브릿지가 개발한 ‘위헬스’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운동량은 물론 평소 걷는 걸음 수, 음주·흡연량 등도 함께 체크되어 스스로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근력운동기구에서 총 20분 운동(기구당 3분) 하면 회원 가입 시 스마트폰에 깔아준 ‘위헬스’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운동량이 입력돼요. 여기에는 평소 걷는 걸음 수, 음주·흡연 량 등도 함께 체크되죠. 매일 먹는 식단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만 하면 헬스브릿지 소속의 운동처방사, 영양사 등 전문가들이 종합 분석해 개인별 건강 코칭을 제공합니다.” (박성민 헬스브릿지 대표)

이 모든 과정은 광진플레이스에 상주하는 건강코디네이터가 도와준다.

 

동네 사랑방 역할에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고려한 순환모델

이렇게 전문가들이 나선다고 건강관리가 한 번에 쉽게 강제되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헬스브릿지는 ‘지역공동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헬스브릿지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사람이 모이면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나머지는 주민들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에 기반 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헬스브릿지의 건강관리 서비스의 차별성은 지역공동체와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박 대표가 얘기하는 ‘지역공동체 활용법’은 두 가지다.

우선 ‘건강’을 주제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찾아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의 건강관리나 실천을 돕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찾아온 일종의 헬스장이었지만, 어느새 이곳은 동네 사랑방이 됐다”며 “흩어져 있던 주민들이 건강을 주제로 친해지고 그렇게 관계가 생기면서 먼저 건강관리를 시작한 참여자와 처음 시작하는 참여자가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관리를 잘하는 지역주민들에게는 건강실천수당(헬스포인트)을 따로 지급한다. 수당은 지역화폐로 제공되는데, 주민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바우처로 받는 건 왠지 자신이 불쌍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자존감을 떨어뜨리죠. 반면 이렇게 받는 수당은 건강관리를 잘해서 받는 거라 오히려 자부심을 줍니다.”

무엇보다 평소 상용화가 잘 되지 않던 지역화폐가 이 사업을 통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헬스브릿지 사업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회적 가치다.

박 대표는 “우리 사업 이후 작은 동네 빵가게에서 20만~30만원의 지역화폐가 사용되었다고 들었다”며 동네 가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건강실천수당이 사회적경제기업 등 지역소상공인들에게 다시 혜택으로 돌아가면서 주민들의 건강관리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 셈이죠.”

광진구 주민들과 함께한 건강프로그램. 헬스브릿지는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건강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사진출처: 헬스브릿지)

 

건강할 때 예방관리가 의료비 절감에 더 효과적

헬스브릿지가 운영하는 광진구플레이스는 강원도에서 지난 10년 간 이미 시도된 모델이다. 헬스브릿지를 설립한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04년부터 강원도에서 진행해온 원격의료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제·양구 건강생활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신체활동관리와 영양관리, 재택관리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건강 수준을 향상시켜 의료비 지출 및 직간접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사업이다. 인제·양구 18개 지역에서 건강센터사업이 시작됐고, 현재 연 2,000명이 이용하면서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박성민 헬스브릿지 대표는 강원도 산학협력단에서 헬스케어사업을 함께 하다 지난해 서울로 올라와 헬스브릿지를 설립했다.

인제군과 양구군은 이 사업이 지역민들의 의료비 지출 및 직간접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인제·양구 건강생활 인프라 개선사업 참가자 중 2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 대다수가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주변에 권유하는 비중과 지속 이용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한림대 산학협력단측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주요 질환인 당뇨 및 고혈압의 경우 개입 시점이 빠를수록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며 “전 단계 및 정상 수준일 때 관리하는 것이 질환이 있거나 합병증을 일으킨 뒤에 관리를 하는 것보다 의료비를 절감하는데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 성공한 모델, 서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입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산학협력단은 강원도의 경험을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기로 마음먹었다. 헬스브릿지를 설립한 이유다.

“예방하려면 운동을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령자나 출산 후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 등이 정기적으로 헬스장 같은 사설학원이나 주민센터에서 하는 운동프로그램을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 분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죠.”

헬스브릿지는 ‘가깝고 편한 우리 동네 건강공간에서 서로 돕고 스스로 실천하는 건강한 삶’을 모토로 지난해 9월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광진구에서 첫 실험을 연착륙하는데 성공하면서 올해 현대자동차가 지원하는 H-온드림사업 6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원도 인제 및 양구, 광진구에 이어 최근 서대문구에도 '마을 건강방'을 열었다. 헬스브릿지는 전국으로 이 모델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광진구에 이어 지난해는 서대문구에서 두 번째 마을건강방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지역의 공동체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삶의 질 향상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일에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지역주민들의 스마트한 건강관리를 돕는 ‘가재울 마을 건강방’을 개소했다. 건강방 운영은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마을공동체인 ‘하.나.의’가 담당하고, 헬스브릿지는 스마트 건강관리 및 증진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의 건강생활습관 관리시스템 및 교육,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광진구에서 성공한 건강실천수당 지급도 이곳에 적용할 계획이다.
 

헬스브릿지는 앞으로 ‘생활공동체의 건강서비스 포탈’을 구축하고자 한다.

박 대표가 헬스브릿지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존 보건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지역공동체 중심 운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연간 10억 원 이상 예산을 썼지만 이용자는 적고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있어요. 기존의 보건기관 건강증진 프로그램들을 보면 낮 시간대만 운영해 직장인이나 차상위계층은 참여가 어렵고, 고령자가 사용하기 어려운 보건기관의 시설 및 장비, 단기프로그램 위주로 지속 실천이 어려운 문제 등이 있어요. 헬스브릿지는 이러한 부분들을 전환해 예산도 줄이고 공동체도 강화시키는 모델을 만들고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라요. 전국 어디서든 직접 운영해보겠다는 공동체가 있다면 기꺼이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제공할 생각이에요.”

건강취약계층과 지역 사회적기업, 소상공인 연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생활공동체의 건강서비스 포탈’ 구축, 바로 헬스브릿지가 꿈꾸는 미래다.

 

글. 라현윤(이로운넷 기자)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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