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메일 사용자는 약 28억 명이다. 최근 가장 이용자가 많은 페이스북(20억 명)보다도 많은 수다. 하지만 이메일은 소셜미디어 등에 밀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취급받는다.

이런 논리에 반기를 든 이가 있다.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 ‘스티비’의 기획자인 조성도 예비사회적기업 슬로워크 이사다. 그는 최근 도서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퍼블리 펴냄)를 펴내며 이메일 마케팅의 높은 효과를 강조했다. 조 이사는 “이메일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업무를 볼 때 꼭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며 “보편성, 안정성, 영속성을 고려할 때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보다 효과적이기에 잘 쓰고 잘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서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사진출처: 퍼블리)

특히 그는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기법이 필요한 사회적경제, 비영리단체 등 소셜섹터에서 이메일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조 이사는 “소셜섹터의 경우 조직의 미션에 공감하는 이들이 주로 이메일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기에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조 이사를 만나 소셜섹터에 이메일마케팅이 왜 필요한지, 효과적인 이메일마케팅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이메일 가이드라는 책을 펴낸 이유는.

▶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인 슬로워크에서 일하다 보니 뉴스레터 제작 요청이 많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벤치마킹한 것이 미국의 이메일 마케팅 1위 업체인 메일침프(Mail Chimp)다. 미국의 비영리기관들도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시간과 돈을 줄이면서도 누구나 이메일마케팅이 가능하도록 했다.

내가 만난 수많은 소셜섹터 관계자들이 이메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다. 그걸 풀어주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만든 게 ‘스티비(Stibee, www.stibee.com)’다. 이 책은 슬로워크가 스티브를 운영하며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며 나눈 궁금증, 노하우 등을 정리한 가이드다.

- 왜 하필 이메일인가.

▶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비해 이메일을 전통적인 마케팅 도구로 본다. 하지만 이메일만큼 누구나 어디에서나 사용하면서도 오랜 기간 애용돼온 도구는 없다. 한번 보자. 얼마 전 방북한 대북 특사단은 전화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어 청와대에 이메일로 소식을 전달했다.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가 프로 바둑기사 판후이 2단에게 알파고와 대결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메일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세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도구로 오랜 기간 사용됐다.

또한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스마트폰을 새기기로 변경하기만 해도 사라지기 쉽지만 이메일은 일부러 계정을 삭제하지 않는 한 모두 남아있다. 계정을 없애지 않는 이상 쌓인 이메일이 내 역사가 되고 경력이 된다. 보편성, 안정성, 영속성을 고려할 때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조성도 슬로워크 이사
- 소셜섹터에 특히 이메일 사용이 중요한 이유는.

▶ 스티비 고객의 44%가 비영리단체들이다. 소셜섹터로 따로 구분하긴 어렵지만, 체감상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50%에 달한다. 소셜섹터와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영리 분야와 비교했을 때 고객(후원자)에게 보내는 메일서비스가 많다. 아무래도 조직의 미션에 공감하고 관심있는 이들이 주로 메일을 받기에 오픈율도 높고 콘텐츠도 좋은 편이다. 잘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된다.

또한 외부 협업이 가장 많은 영역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외부 협업 시 이메일은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일이 많을수록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중요한데, 이메일로 남겨져있으면 동료들 간 전달도 편하고 회의 결과 공유에도 용이하다.

- 소셜섹터의 많은 조직들과 만났을텐데, 이메일 사용에서 주로 어떤 부분을 가장 어려워하나.

▶ 이메일마케팅을 위해 뉴스레터를 많이 제작하는데 그 과정을 가장 힘들어했다. 하나의 메일서비스 발송을 위해서 보통 디자이너, 개발자, 에디터 등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소셜섹터는 돈도 인력도 많지 않아 이 모든 걸 혼자서 다른 일을 해가며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어려우니 접근도 쉽지 않다.

- 그래서 만들어진 게 이메일서비스 도구 스티비인가. 스티비에 대해 소개해 달라.

▶ 맞다. 앞서 얘기한 기업이나 기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동시에 이메일을 통해 더 많은 고객과 접점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시한 이메일마케팅 서비스가 스티비다.

소셜섹터와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슬로워크에서 만든 것이다 보니, 초기 고객은 대부분 내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중소 규모의 비영리단체, 소셜벤처 등이었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쉽고 빠르게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것이었기에 스티비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했다.

주로 반응형 기술을 적용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템플릿을 제공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처럼 쉬운 콘텐츠 에디터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간편한 A/B 테스트 기능을 적용했다. 마케팅 성과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고객 반응도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정식 출시 전 1년 간은 베타 테스트를 통해 기능을 보완하고, 이메일마케팅의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케팅 자동화를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자동 이메일 기능을 출시했다. 마케팅 자동화는 영리기업, 특히 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스티비의 자동 이메일 기능을 통해, 소셜섹터에서도 이메일마케팅이 활용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스티비 서비스로 변화된 소셜섹터의 이메일마케팅 사례가 있다면.

▶ 마케팅 이메일을 제작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올해 초 설문을 했을 때 스티비 미사용자(약 4시간)에 비해 스티비 사용자는 뉴스레터 디자인, 제작에 평균 2시간30분을 쓴다고 답했다. 약 1시간 30분이 단축된 셈이다. 단축된 시간만큼 담당자들은 이 시간을 콘텐츠 기획, 발송 후 데이터 분석에 더 사용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비영리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의 경우 스티비를 사용하면서 뉴스레터 제작 시간이 2배 빨라졌다고 한다. 줄어든 시간만큼 콘텐츠 작성에 집중 할 수 있어 담당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또 다른 모금단체의 경우 스티비 사용 후 온라인 모금액이 36%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금액이 높아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모금이라는 행동을 명확히 유도하는 이메일을 스티비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송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슬로워크가 만든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 '스티비'
- 소셜섹터 종사자들의 이메일마케팅 진행 시 문제점을 짚는다면.

▶ 받는 사람, 즉 고객이나 후원자 관점에서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데, 대개가 보내는 사람 위주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생각지 않고 새벽이나 밤에 본인이 보내기 편한 시간에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또한 이메일을 다루는 기술이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이메일 마케팅도 교육이 필요한데 대개가 교육을 받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한다.

- 소셜섹터에서 이메일을 잘 활용한 사례가 있다면.

▶ 한 기관이 뉴스레터를 새로 시작해 단체 메일 발송을 했는데, 수신자 주소를 모두 노출시키는 실수를 했다.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답을 보냈더니 바로 사과 메일이 왔다. 담당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즉시 숨은 참조로 전체 수신자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 사과문에도 사과 지점, 재발 방지 대책까지 주요한 내용이 잘 정리돼 있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인데 이 경우는 ‘즉시’ 행동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잘 만든 사례다.

소셜벤처인 농사펀드의 경우도 이메일마케팅 시 ‘에디터의 말’이라고 해서 한 주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서 보내는데 자신들의 미션에 공감하는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간 사례라 생각한다.

-  이메일마케팅의 안 좋은 사례를 꼽는다면.

▶ 이메일은 쌍방향이다. 이건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마케팅 이메일이든 답장은 상대방의 가장 적극적인 답을 받는 것이다. 간혹 메일 하단에 ‘이 메일은 발신전용이어서 회신을 하면 안 된다’는 문구가 들어가는데 답장을 왜 막는지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다. 이걸 스티비는 ‘마케터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고 자주 표현하는데, 이메일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크다. 답장하다 하루가 다갔다는 푸념도 자주 듣는다. 이 책이 그걸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조성도 저자가 제안하는 소셜섹터에 더 필요한 이메일 팁!

1. 조직 내 이메일 가이드라인을 정하자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직원들이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능한 상세하게 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더 효율적으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간혹 이메일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는 회사도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2. 이메일 스레드(Thread) 하나에 주제도 하나만 담자
이메일 스레드란 가장 먼저 쓰여진 이메일부터 답장들이 쭉 이어진 리스트를 의미한다. 소셜섹터의 경우 특히 한 사람이 다양한 프로젝트나 업무를 담당하기에 이메일 이용 시 스레드 하나에 여러 주제를 다루면 추후 발신자와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하거나 편지함에서 검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메일이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 가능한 ‘스레드 하나에 주제도 하나’라는 원칙을 지키자.
3.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메일을 쓰자
소셜섹터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다. 보내는 기관의 관점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4.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즉시 행동하자
작성 중 발송이 된다거나, 첨부파일이 잘못 가거나, 대량메일을 발송했는데 오타가 있다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이메일이 전송되는 경우 등 이메일을 쓰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실수를 만회하는 법의 핵심은 ‘즉시’ 행동하는 것이다. 즉시 답메일을 보내 잘못을 알리고 다시 제대로 이메일 발송을 하면 된다.
5. 발신자 이름에 우리 기업 이름과 제품명을 노출하자
우리 기업 및 제품을 알리는 일이 많은 사회적경제 등 기업들의 경우 이메일 발신자 이름 영역은 중요한 홍보 플랫폼이다. 발신자 이름에 회사명이나 제품명을 적으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가 있다.

 

 

사진제공. 슬로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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