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문턱없는밥집’은 문턱없는세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식당이다. 2007년 문을 열었으니 식당을 운영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유기농 식재료로만 음식을 만들고 손님 사정대로 점심 값을 내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0년 간 재정난으로 몇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시민대책위 구성 등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서교동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하여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의 영향으로 서교동 시대를 접고 5월 성산동으로 식당을 이전한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직격탄 맞은 마포, 사회적경제도 예외 없다

문턱없는밥집 외에도 마포구는 유난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구다. 신촌은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곳이다. 또 상수동, 홍대 앞 등은 이미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연남동, 망원동 등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형 마을공동체로 유명한 성미산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한 ‘작은나무협동조합’은 일찍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건물주의 재계약 거부 탓에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선택했다.

마포구 서교동에서 10년을 지낸 '문턱없는밥집'이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최근 이전을 선택했다.

2016년 서울시가 제출한 ‘우리 마을 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동구, 성동구, 관악구, 강북구와 함께 마포구는 소상공인들이 신규로 창업을 하기에는 위험한 상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마포구에 둥지를 튼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한층 깊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는 움직임이 지난 25일 문화비축기지 내 상암 소셜박스 워크숍룸에서 이루어졌다.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개최하는 마포 사회적경제 정기포럼 두 번째 주제로 ‘마포구 사회적경제에서 본 공간 이슈 전략과 과제’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날 자리에는 관내 사회적경제 기업, 마포구청, 중간지원기관 관계자 등 20여명의 민관 전문가들이 함께 자리했다.
 

민관 거버넌스 기반의 마포형 클러스터 구축 필요

이날 자리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마포구 내 사회적경제 클러스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전략과 행정의 뒷받침 등 민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 발제를 맡은 정문식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적경제가 가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영역의 차별성, 활동의 자율성, 경계의 개방성을 고려한 클러스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정문식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이러한 전략의 현실화를 위해 세 가지 전략 사례를 제시했다.

첫째는 민관 협력 및 협약을 통해 공공 보유 공간을 제공받는 것이다. 그 예로 버려져 있던 구청 소유의 공간을 취득한 ‘해크니개발협동조합(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의 사례를 제시했다.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은 1982년 구청으로부터 공공 공간을 100년 간 임대 받고, 공익 목적사업의 대출제도로 융자를 받아 '달스턴 워크스페이스(Dalston Workspace)'를 조성했다.

또한 행정이 소유한 유휴 공공 공간이나 기부 채납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홍 이사장은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활용 가능한 공간에 대한 행정의 정보 공개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려져 있던 구청 소유의 공간을 장기 임대한 ‘해크니개발협동조합'

두 번째 전략은 민관이 공동으로 투자한 공적 법인을 통해 공간 조성 계획을 세우는 방안이다. 홍 이사장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06년 도시기본계획에 명시한 ‘상업, 수공업 거리보호 대책’을 위해 ‘활기찬 상가 만들기(비탈 카르티에, Vital Quartier)’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 사업을 민관합자 지역개발회사인 ‘SEMAEST’가 담당했다는 것. SEMAEST는 지역사회와 협력 하에 모든 계획을 세우고 운영을 주도했다.

이 외에도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토지 가치를 커뮤니티가 공유하는 시스템)’을 통해 지역 주민, 공공 대표, CLT 거주자들이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는 등 민관이 공동으로 설립하여 개별 단체들의 공간 조성 기반 조직으로 운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민/지역 자산화 전략을 제시했다.

지역 자산을 주민의 힘으로 되살려 지역공동체의 공유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아이비하우스 펍'

영국 최초로 주민 공동체 주식과 협동조합으로 직접 펍(Pub)을 인수하고, 지역 자산을 주민의 힘으로 되살려 지역공동체의 공유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아이비하우스 펍(Ivy House Pub)’ 사례, 최근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광진주민연대 등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9개 지역단체들이 함께 건물을 매입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운영 현황과 공간 관리 계획을 협의하는 모델인 ‘광진 공유공간 나눔’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홍 이사장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마포에도 혁신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포의 마을공동체와 문화예술단체, 사회적경제가 함께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인재상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며 “민간의 자산화 전략과 더불어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생애주기에 맞는 공간 지원 전략 있어야

토론자로 나선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도 사회적경제 클러스터 공간 마련에 힘을 실었다.

구 상임이사는 “인큐베이팅을 하며 여성 조직 100여개를 만나보니 가장 큰 어려움을 공간 문로 꼽았다”며 “설립 초기에는 최소한의 업무 공간만 필요하지만 설립 5년 이상이 되면 사업이 확장되면서 단독 사무실과 더불어 구체적인 협업도 가능해지는 시기다”며 기업 생애주기에 맞는 공간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상임이사는 “마포구 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경우 지역거점형, 특화거리 조성형, 공유 공간 중심 거점형 등 성격이 모두 다르기에 논의와 조율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마포구가 해줘야 한다”며 지자체가 공간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조했다.

25일 문화비축기자 내 상암 소셜박스 워크숍룸에서 진행된 '마포 사회적경제 정기포럼'

홍진주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이날 자리에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관내 63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간 수요 및 현황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다수의 기업들은 마포구에서 계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또한 공간 공유에 대한 관심이 크고 이를 통해 협업과 네트워크 등 공동사업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았다.

홍 센터장은 “많은 기업들이 장기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데 공간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지역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민간의 자발성과 책임성을 바탕에 둔 거버넌스 기반의 마포형 클러스터 구축 추진단이 구성되어야 할 때다”고 밝혔다.

모세종 사람마중 본부장은 시민 대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입지가 중요하기에 공간 문제를 고민할 때 이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길 희망했다.

김남균 그문화다방 대표는 앞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었던 상수동 사례를 소개하며, 공간 문제에서도 사회적경제기업들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들 간에 통합조직을 만들고 계약이나 협상을 대리해주는 방법도 있다”며 이해관계자들 간의 예방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해크니개발협동조합, 문턱없는세상협동조합, 아이비하우스 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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